환자 진찰없이 전화나 문자로 주문받아...처방지침 무시해 오남용 우려

경찰이 압수한 허위 처방전과 전문 의약품 (사진=부산경찰청)

허위 처방전을 발급해 다이어트에 효능이 있는 마약류 의약품을 판매한 약사와 의사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도 않고 전화로 주문을 받아 택배로 약을 판매했고,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식욕억제제 등을 과도하게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약사 50살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2015년 6월말부터 광주시 북구 등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향정신성 의약품이 포함된 다이어트약을 750회 상당 불법 조제해 4천800만원 상당을 벌어들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과거 비만클리닉 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알고 지내는 환자들에게 “살도 빠지고 불면증에 효과가 있는 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소문을 내 많은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소문을 듣고 환자들이 전화나 SNS로 문의를 해오면, A씨는 처방전에 포함될 약들을 작성해 의사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송했고, 의사들은 팩스로 허위 처방전을 발급했습니다.

이렇게 약사와 의사가 담함해 불법 조제된 다이어트 약은 1인당 10~25만원 가격에 전국적으로 팔려나갔습니다.

약사 A씨가 특정 약을 처방해달라고 의사에게 요청하는 메시지 화면 (사진=부산경찰청)

문제는 A씨가 약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문자의 요구대로 향정신성 의약품 개수를 늘려주거나 의사 처방전 없이 식욕억제제를 조제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 가이드라인을 보면, 식욕억제제를 남용한 경우 의식불명, 환각, 나아가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서울 용산에 거주하는 32세 여성은 펜터민 성분의 식욕억제제를 과다복용해 사망했습니다.

경찰은 A씨에게 허위 처방전을 발급해주고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의사 53살 B씨와 42살 C씨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의사들은 환자를 진료하지도 않고 A씨에게 허위 처방전을 발급해주는 대가로 1건당 5천원에서 2만원씩을 받아 55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의사 B씨 등은 식욕억제제와 다른 향정신성 의약성분을 함께 처방하면 안된다는 지침을 수차례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식욕욕제제는 1회 처방시 4주 이내, 최대 84정까지 처방해야 하지만, 14주에 걸쳐 최대 388정까지 처방해 지침의 4.3배를 초과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이들에게 처방약을 받은 69살 여성 D씨는 1일 3번 복용해야 할 약을 9번씩 20일간 복용해 환각과 구토 등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의사 B, C씨가 허위 처방전을 이용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청구하고 5천만원 상당을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용문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향정신성 의약품 처방을 심사할 대안과 오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하다”며 “의약품 불법 조제와 관련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식약처와 건강보험공단 등과 협업해 전국 병의원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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