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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정은 시간표대로 끌려가선 안돼비핵화.평화체제 시나리오 준비해야
신두식 기자 | 승인 2018.03.30 16:25

 

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북중정상회담까지 열리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방정식은 한층 복잡해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3월25일-28일)은 한반도 정세의 지형을 다시한번 바꿨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관계 진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 방북으로 미북정상회담 성사로까지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를 국무장관으로 내정하고, 존 볼턴을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보좌관으로 기용하면서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담판을 짓겠다는 의지를 높였다.

이런 시기에 이뤄진 김 위원장의 방중은 비핵화 논의의 틀을 남-북-미 3자 구도에서 남-북미-중의 4자 구도로 일시에 바꿔버렸다. 북한과 중국이 전통적인 ‘혈맹관계’를 재확인한 점에서 한반도 문제에서의 중국의 역할에 다시한번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재팬 패싱’이 부각되면서 일본은 논의의 틀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몸달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일련의 흐름들을 보면 ‘김정은의 시간표’대로 북한의 핵.미사일 국면이 흘러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정부 당국자들 대부분은 지난해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등으로 화답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뤄졌다는 시각이다. 충분히 설득력있는 시각이지만, 다른 얘기도 가능하다.

미국을 중심으로한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이 점차 효과를 내는 시점에서 북한이 ‘시간벌기’를 위해 큰 판을 벌이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시각에는 역사적 사실들이 뒷받침한다. 지난 1993년 북한의 NPT(핵확산방지조약) 탈퇴 선언으로 북핵 문제는 본격화됐다. 한때는 독일 통일과 구 소련의 재편 속에서 북한의 독자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여겨졌다. 기술력이 뒷받침하겠느냐는 일종의 안도감도 있었다.

이후 이뤄진 과정들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험난한 여정이었다. 1994년 미북 제네바합의가 타결되며 북한의 플루토늄 핵시설이 동결됐지만, 2002년 농축 우라늄 핵개발 의혹이 불어지고, 북한이 플루토늄 핵시설의 동결을 해제하면서 제네바합의는 물거품이 됐다.

2003년 남북과 미.중.일.러가 참여하는 6자회담의 틀이 마련됐다. 2005년 9.19공동성명, 2007년 2.13합의 및 10.3합의 등 진전을 이뤘지만, 핵시설 검증에 대한 북한의 비협조로 2008년 12월을 마지막으로 6자회담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을 내세우고, 핵과 미사일 도발을 거듭하면서 북한은 시실상의 핵무력에 다가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29일 ICBM급 탄도미사일 발사를 성공시키며 ‘핵무장 완성’까지 주장했다. 이제 북한은 핵과 미사일의 실전배치를 위한 과정에서 거의 결승선에 와있거나 결승선을 통과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과 북중정상회담에서 나온 그의 말을 보면 과거를 회상시킨다. 김 위원장은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 주석,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을 언급하며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 일관된 입장”이라고까지 말했다.

지난 5일과 6일 방북했던 대북 특사단은 “북측은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고 방북 결과를 전했다.

그런데 이런 언급은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했던 말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5년 6월 17일 평양에서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며 “북한은 핵무기를 가져야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도 언급했다. 그 전제로 `체제 안전보장이 관철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체제 안전’을 전제로한 비핵화는 이미 북한이 밝혀온 바였다. 하지만, 1990년대 제네바 합의나 2000년대 6자회담 체제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제 새로운 틀과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남북정상회담의 일정이 4월27일로 확정됐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할테니 ‘체제 안전’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으면 어떤 방안을 제시할 것인가에 대한 시나리오가 정립돼있어야 한다. 적어도 한미간에는 그런 공감대와 시나리오가 공유돼 있어야 한다.

과거 핵문제 논의 과정보다 지금의 현실은 더욱 엄혹하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실전배치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을 하더라도 그 실행과정에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다시한번 북한의 ‘시간벌기’에 말려들 수 있다. 자칫 선언적인 합의결과에 도취해 비핵화에 도달하지 못한채 대북제재 완화만 이뤄진다면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은 지금까지 없었던 세계사적인 만남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마련된 소중한 기회를 잃어서는 안된다. ‘김정은의 시간표’에 끌려가지 않을 수 있는 창의적 해법과 국제적 공감대를 우리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버리는 방식”이라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언급처럼 우리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두식 기자  shinds@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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