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개인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이를 방치해서도 안 된다.

지금 이 말을 하고자 하는 대상은 박근혜정부 당시 인사들이 아니다. 고석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장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그리고 현 교육부 인사들이다.

지난 28일 오전,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 조사 결과' 브리핑을 듣던 기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사의뢰 권고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지시로 이루어졌다"더니, 앞뒤가 전혀 맞지 않았다.

브리핑이 끝난 뒤, 마이크를 내려놓은 고석규 진상조사위원장에게 취재진이 몰렸지만, 고 위원장도, 다른 위원들도, 그 자리에 있던 교육부 공무원들도... 누구 하나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내용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는 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셈이다.

결국 위원회와 교육부는 오후 늦게서야 "박 전 대통령이 수사 의뢰 권고대상에 포함됐다"고 정정된 확답을 내놓았다. 너무나도 무책임한 처사였다. 만약 이 발표가 생중계 돼 전 국민에게 공개라도 됐다면 어땠을지...

이런 상황에서 더욱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고석규 위원장 명의로 전남교육감직에 출마하겠다는 보도자료가 배포된 것이다. 보도자료의 문장 일부를 옮긴다. 

"고석규 위원장은 (중략)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위원회의 위원장'의 중임을 맡아 진실을 밝히고자 했고, 우리나라 교육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시작 하고자 한다. 이번 전남교육감 후보로, 전남교육을 깨우기 위해 (중략) '스펀지 같은 교육감'이 되고자 한다."

결국 위원장 직함은 자신의 출세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을까. 교육부라는 정부 부처는 특정 개인의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조직이었나. 특히 위원회가 밝힌 조사 대상 명단에는 현재 전남교육감 대행을 맡고 있는 이기봉 전 청와대 교육비서관이 포함돼 있다. 의심의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침묵하는 것도 의문이다. 김 부총리가 구성한 조직이며, 직제도 부총리 직속으로 돼 있다. 이런 조직에서 '참사'가 발생했는데 김 부총리는 입장 한 마디 밝히지 않고 있다.

적폐 청산, 잘못된 역사 바로잡기... 더 이상 이런 단어가 김상곤 체제의 교육부에서 나올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이번 '참사'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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