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제외 아닌 일시적 유예초치...한미FTA개정협상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명령의 시행을 하루 앞두고 한국을 관세 대상국에서 제외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관세 부과 시점만 늦추는 것이지 한국산 면제에 대한 확실한 방향성이 정해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우리나라로서는 다행한 일 일 수 있지만 통상에서 협상해야할 사항이 남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철강관세를 내세워 자동차 시장을 내놓으라는 본격적인 압박으로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선임기자의 시선에서 자세히 살펴봅니다.

양봉모 선임기자가 연결돼 있습니다.

[앵커]

미국이 철강관세를 시행하겠다고 해서 몹시 긴장했는데 우리나라를 제외했네요?

그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시간) 상원 재무위 청문회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관련해 '영구적인 해결책을 찾는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중단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관세면제 대상 국가는 기존에 일시면제 혜택을 받았던 캐나다, 멕시코 외에 한국, 유럽연합(EU),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등입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중단을 결정했다"면서 "우리는 (면제 리스트에) 2개의 나프타 국가가 있다. 또 유럽, 호주, 아르헨티나, 브라질, 그리고 확실히 한국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면제 결정이 '영구 면제'인지 아니면 영구 면제를 협상하는 기간 관세 부과를 일시면제 형식으로 유예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습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철강 관세 부과 '중단(pause)'을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영구면제인지, 잠정유예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우리나라가 철강관세 폭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면제국가에 포함됐는데요. 좀 의아한게 아닌가요?

[기자]

이미 예상된 일입니다.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국가별 면제 협상 기한에 대해 "4월 말까지는 이 절차를 끝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관세가 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일부 국가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관세를 적용받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밝혔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미국의 전술입니다.

미국이 철강관세를 빼들었지만 결국 나프타, 한미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 등을 놓고 압박하고 있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를 이번에 뺀 것은 철강관세는 매기지 않을테니 한미FTA에서 좀 양보를 해라 이런 의도로 읽힙니다.

[앵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면제를 받기 위해 노력을 했는데 성과를 달성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기자]

우리 협상단이 해외로 총출동하는 등 전방위 통상 협상에 나섰습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개정협상 종료 후에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머무르면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접촉했습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 재무장관과의 담판을 위해 아르헨티나로 떠났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 국무부 부장관과 상무부 장관을 차례로 접촉했습니다.

산업부 강성천 통상차관보, 유명희 통상교섭실장 등이 철강 관세와 FTA 협상을 총괄하는 미 무역대표부(USTR) 간부들과 수시로 면담했습니다.

이들은 한·미 FTA 3차 개정협상을 마친 뒤에도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않고 현지에서 주요 인사를 만나 이해를 구하는 활동에 주력했습니다.

[앵커]

청와대와 외교부도 ‘안보 세일즈’ 측면에서 철강 관세 협상에 ‘올인’해 왔는데 일단은 안도할 수 있겠네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관세 면제를 촉구했습니다.

방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한 데 이어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과 통화했습니다.

김현종 본부장은 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하러 갔다가 지금도 거기 있습니다.

유명희 통상실장도 아직 미국에 있습니다.

끊임없이 미국을 만나 설득하고 읍소도 하고 그랬다고 합니다.

그런데 관세 시행을 하루 앞두고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4월말까지를 언급했습니다.

한미 양측이 한미FTA 협상에서 실질적인 논의의 진전을 거두면서 한국이 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우리를 관세 폭탄에서 제외했습니다.

미국은 앞으로 한미FTA 협상에서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철강관세가 제외된 것이 결코 우리에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이렇게 보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금 미국과 FTA개정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철강관세를 고리로 한미FTA개정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가 분명히 있습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1일(현지시간) 미 하원 세입위원회에서 철강 관세와 한미FTA를 같이 협상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철강 관세 면제 여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 달렸다면서 "우리는 한미FTA를 개정하는 절차에 있기 때문에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미FTA 협상에 대해 "우리는 마지막 몇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 위원회를 기쁘게 할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앞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우리를 최대한 압박하는 카드가 될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미국에 유리하게 FTA개정협상을 이끌어 낼 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텐데요. 그게 바로 철강관세 제외 카드라는 거죠?

[기자]

미국은 철강에 대해 관세 부과를 안할테니 자동차를 내놔라, 이런 협상일거라는 겁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나 산업부는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양국은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자동차 분야에서 아직 합의에 다다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우리나라의 자동차 안전·환경 규제 완화와 픽업트럭에 대한 자국 관세 철폐 기간 연장 등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철강 관세 협상에 매달릴수록 우리 정부의 처지가 불리해진다는 점이 문제인데요.

결국 미국 자동차 안전·환경 규제 완화에 응해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거군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 철강관세 부과나 한미 FTA 개정 협상이 무역불균형에서 초래됐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철강 관세를 피하려면 미 측이 만족할 만한 반대급부를 내줘야 합니다.

그게 바로 자동차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지난 16일 종료된 3차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 측이 철강 관세와 연계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련 비관세 무역장벽 해소, 원산지 규정 완화 등으로 압박을 가했습니다.

우리측은 FTA 독소조항인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개정 및 반덤핑 조사기법인 ‘불리한 가용정보(AFA)’의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양국의 3차 협상은 결국 논란 끝에 주요 이슈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미국이 철강 관세폭탄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앵커]

미국 자동차의 안전·환경규제완화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네요?

[기자]

미국이 철강의 문제를 햇=결해 준 셈이니까 우리는 미국 자동차의 안전 환경 문제를 완화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거죠.

[앵커]

자동차를 내줘도 문제는 없습니까?

[기자]

현재 한미 FTA에서는 자동차 안전 기준에 대해서는 약 42개 항목 정도만을 미국의 안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안전 기준, 환경 기준을 미국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도록 할 경우에, 우리나라에 와있는 미국의 자동차 회사가 굳이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GM은 더 이상 한국에 자동차 생산기지를 두지 않더라도 미국에서 생산해서 미국 안전 기준, 환경 기준을 가지고 그대로 한국에 수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보면 이 문제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일단 우리나라가 철강관세 폭탄에서 제외국가가 됐다는 것은 우리 경제로는 좋은 결과인데요. FTA개정협상에는 좋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기자]

협상은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내줘야 하는 거니까 다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철강이 제외됐다는 것은 FTA에서 내줘야 할 것이 많다는 의미이기도하기 때문입니다.

외교적 협상은 주고 받는 거니까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일단 미국의 철강관세폭탄은 피해 갔습니다만 앞으로 다가올 미국발 무역통상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임기자께서는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기자]

앞으로도 미국의 통상 압박은 계속 될 것입니다.

세탁기 태양광모듈이 그랬고 이번에 철강 문제도 그렇습니다.

댱장 미국이 철강관세에서 제외 했지만 이는 영구 제외가 아니라 일시적 제외, 그러니까 일시 유예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우리도 이에 대비해야하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미국 앞에 우리는 너무 약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에서부터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까지 우리를 쉼없이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미국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중국 유럽연합 아세안 등 수출 다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미국이 기침하면 독감에 걸리는 경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전세계를 상대로 개척하는 경제가 되어야 합니다.

결국 답은 중국 유럽 아세안입니다.

더 이상 미국에 끌려 다니지 말고 수출다변화를 통한 경제대국을 이끌어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