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룡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 출연 : 구모룡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 진행 : 박찬민 BBS 기자

(앵커멘트)다음은 주간섹션 순서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우리 지역' 이야기 시간입니다. 올해부터 새롭게 마련한 시간인데요. 지역을 더 알아보자는 취지로 한국해양대학교 구모룡 교수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수고해 주실텐데요. 전화연결하겠습니다.구모룡 교수님 안녕하세요?

구모룡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질문1) 지금까지 9회에 걸쳐 부산학의 방법론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부산학이 필요하고 그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부산학이 하나의 학문 영역에 그치지 않고 우리 자신을 알고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는 일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과 결부되는 데 있습니다. 자기가 사는 장소를 아는 일이 세계를 이해하는 힘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사는 장소는 여러 가지 기억들이 누적되어 있습니다. 또한 국가와 지역 그리고 세계의 문제가 중첩되어 있습니다. 자기 고장을 세세하게 아는 것은 삶을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일이며 나아가서 국가와 세계를 이해하는 길과 이어집니다. 단지 아는 것이 힘이라는 사실에 머물지 않고 아는 일이 책임으로 발전한다는 자각이 중요합니다. 부산학을 통하여 부산을 앎으로써 우리는 우리가 사는 장소에 대한 책임을 더하게 됩니다. 이 점은 부산학을 대중화해야 하는 까닭이라 하겠습니다. 

질문2) 부산학의 대중화가 또한 필요하겠습니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부산학과 대학과 중고교의 학생들을 위한 부산학 프로그램이 있어야겠습니다.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 이미 몇몇 대학, 가령 신라대학과 한국해양대에서 부산학을 교양교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문학중심의 학과들이 문화와 지역학으로 전환하면서 부산학을 주요 교과로 포함하기도 합니다. 작년부터 부산시교육청이 중학교 과정에 자유 교과로 부산학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일선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자기가 사는 고장에 대한 인식을 높여가는 현상이 고무적입니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부산학 강좌들은 부산의 역사와 공간, 유산과 음식, 장소와 길, 문학과 예술 등에 대한 스토리텔링으로 빈번합니다. 부산발전연구원 부산학센터에서 발간한 부산학 교양총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김한근, 동길산, 박창희, 유승훈, 이상섭, 임회숙, 조갑상, 주경업, 최원준과 같은 분들이 대중적인 글쓰기를 통하여 부산을 알리는 데 애쓰고 있습니다.  

질문3) 부산학 대중화가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보다 활성화하는 방안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부산시의회가 부산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부산학 지원 조례”를 제정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부산학 연구와 보급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든 셈입니다. 저는 이에 덧붙여 “출판지원 조례”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일반 출판뿐만 아니라 특화된 부산학 출판 지원을 위한 조례입니다. 출판은 콘텐츠 소스입니다. 따라서 부산학 출판이 여타 콘텐츠사업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까닭이 있습니다. 제주와 인천 등에는 제주학과 인천학을 집중하는 출판사가 있습니다. 부산의 출판사들도 부산학 관련 서적들을 산발적으로 펴내고는 있습니다만 제도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또한 부산학 아카이브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학으로 특화된 “부산학 도서관”도 필요합니다. 구군 도서관에 해당 지역에 관한 부산학 서적을 배치하는 방법도 고려해야겠습니다. 물론 서점에서도 이 일을 할 수 있지요. 문우당 서점이 해양관련 출판을 특화한 예나 영광도서가 지역출판도서를 예우한 사례가 있습니다. 

질문4) 그러니까 부산학에 관한 지원을 보다 체계적으로 하자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부산발전연구원과 신라대학 등이 부산학 연구를 장려하고 있습니다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뜻이겠지요. 

- 그렇습니다. 이왕에 부산학 지원조례를 제정한 마당이고 보면 예산을 확충하여 제대로 지원할 일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부산학 연구자들을 연계하는 일들을 장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을 만들기나 도시재생 사업에 해당 장소에 대한 부산학 연구자를 반드시 참여시키는 과정이 있어야겠습니다. 아울러 시나 구군의 도시정책에 부산학을 필수적으로 반영하는 채널을 구비하면 좋겠습니다. 부산문화재단과 구 단위 문화재단도 부산학을 문화정책에 포함해야 합니다. 물론 부산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정책의 구체성을 담보하는 데 부산학을 경유하는 일보다 좋은 방안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질문5) 지금까지 이야기를 듣고 보니 부산학의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부산 사람들이 부산을 자기의 눈으로 이해하면서 자기가 사는 고장에 대한 애정을 키우고 더 많은 책임을 느끼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분야가 아닌가 합니다?

- 지금까지 많은 사례들을 보면 서울이나 다른 지역을 모방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서로 모방하면서 고유의 성격을 잃어간 형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도시의 유행을 또 다른 도시가 따라가다 자기를 망각하였지요. 특히 중심부 서울에 대한 추앙이 많았습니다. 선진 여러 도시들을 벤치마킹하는 일을 자랑삼기도 했고요. 이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테마파크가 필요한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에게 내재된 구체적인 사실을 직지하고 이를 발전의 근거로 삼을 때입니다. 부산을 통하여 부산을 가꾸는 일이 중요합니다. 

질문6) 부산의 시각으로 부산을 말하고 실천하자는 말씀입니다. 서울 다음의 제2도시 부산이라는 국가적 시각에 갇혀 자족하지 말자는 이야기로도 이해됩니다. 그 동안 10회에 걸쳐서 부산학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만 마지막으로 미진한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내용이 있을까요?

-좀 외람됩니다만 이 기회에 말씀 드리자면, 저는 부산이 과감하게 “동해 시대 혹은 동남해 시대”를 선언해야 한다고 봅니다. 부산과 후쿠오카를 연결한 일도 국가의 경계를 넘는 좋은 사례입니다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동해에 연한 일본도시 등과 교류를 확대하면서 해항도시의 면모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기왕에 존재하는 시모노세키와 하카다 그리고 쓰시마 이즈하라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해항도시 부산의 위상을 해역 시각에서 높여나가면 어떨까 하는 바람입니다. 로컬에서 또 다른 로컬을 이어가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시야를 우리 안으로 담아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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