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국대에서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석사를 마친 뒤 인도 델리대에서 인도불교사와 초기불교로 박사학위를 하시고 영국 런던대 SOAS와 King's College에서 음식학과 종교학을 수학하며 박사학위를 하셨습니다. 영국에서 쓴 박사논문을 우리말로 출간했는데, 먼저 불교 음식을 연구하게 된 동기나 취지는 무엇인지요?

애초에는 음식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건강상의 문제로 음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그것을 한국에서 도서관이나 책을 찾아보고 했지만 미진한 부문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음식공부를 해보자, 그리고 불교학을 오래 공부했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음식이라는 주제와 불교학를 연결해서 공부해보자 생각하게 됐고, 영국에 마침 좋은 대학이 있더라구요. 음식학 센터도 있고 음식 인류학을 가르치는, 거기에 가서 학문적으로 하게 된 겁니다. SOAS는 동양학 아프리칸 스터디, The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의 약자입니다. 킹스 칼리지도 런던대 소속 대학인데, 별개의 대학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2. 1장은 초기불교 우주론과 음식의 본질, 2장은 ‘먹는다’는 결정 이라는 제목 아래 서술돼 있는데요, 어쨌든 음식이 인간에 주는 영향이 지대한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경전상에 ‘미묘한 음식’과 ‘거친 음식’이 서로 상반된 기능을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거친 음식’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유미죽의 의미는 어떤 것인가요?

미세식과 추세식, 그리고 유미죽을 직접 연관시키는 것은 좀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요, 초기불교에서는 음식을 탐욕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그래서 미세식과 추세식이라는 구분의 시각들이 존재하고 욕계를 특징지우는 것이 음식이고, 음식을 특징짓는 것은 탐욕이고, 그래서 욕계는 탐욕이 근저에 작용하는 세계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로 삼계를 구분지은 것이구요, 유미죽은 불교음식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건입니다. 불교 이전에 아주 전통적인 인도의 고행주의적 음식관을 따르던 붓다도 유미죽 사건을 통해서 그 고행주의적 음식관이 깨달음에 전혀 유용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지요. 그래서 유미죽을 드셨다는 의미는 기존의 인도의 전통적인 수행자들의 음식관을 폐기하고 불교의 중도적인 음식관을 세웠다는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지요.

3. 3장에서 5장까지는 율장의 내용을 서술하고 있습니다.(3장은 불교계율의 음식규정, 4장은 비구니 불공 음식 계율, 5장은 금지음식) 여기서는 음식과 관련한 계율과 계율 제정의 근거가 되는 인연담을 고찰함으로써 불교 승가의 음식에 관한 인식적 태도를 구체화하고 있는데, 자세히 설명해 주실까요?

율장을 보게 되면 약20%의 계율이 음식과 관련돼 있습니다. 그리고 <성실론>의 견해를 보면 음식을 근간으로 해서 여러가지 성욕의 문제나 기타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모든 욕망이나 탐욕, 개인적인 영역을 벗어난 사회적 측면의 탐욕도 근원적으로 음식에서 출발한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고요, 계율에서는 그런 것들을 음식의 맛과 양에 대한 탐욕을 제어하기 위해 외적으로 계율을 통해 제어하게 되는 것이지요. 음식의  맛이나 양에 대한 제어를 계율을 통해서 바일죄 식품조항 중학법(衆學法) 식품조항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고요. 물론 불교 계율에도 음식 금기에 대한 언급도 있는데, 사실 이건 다른 종교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힌두교나 자이나교에 비해 음식금기가 굉장히 약한 종교지요. 10대 육류를 금지한다든지 그런데 그건 불교만의 금지보다는 당시 인도사회 전반이 금기시 하고 있는 육류입니다.

4. 6장은 음식 관련 수행입니다. 명상 수행은 음식이 야기하는 탐욕에 대처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응책이라고 합니다. 염처 수행이 음식에 대한 갈애를 근본적으로 뿌리뽑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불교는 음식의 맛과 양을 제어하기 위해 굉장히 다양하고 중층적인 체계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테면 계율을 통해서 외적으로 제어한다든지 두타행을 통해 음식의 맛과 양을 콘트롤 한다든지 염처수행 전에 예비정인 염식상을 통해 맛과 양에 대한 탐욕을 제어한다든지 여러 가지 대치방법이 중층적으로 배치되고 있는데, 그 여러가지 대치방법들이 나름대로 한계들도 사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 음식의 맛과 양을 탐착을 근본적으로 제할 수 있는 것을 염처수행, 마인드풀니스 수행을 통해 욕망이 일어나는 근원, 감각기관을 제어하는 염처수행이 근원적인 수행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5. 현대인들은 맛과 향을 찾는데 거기에 빠지지 마라는 뜻으로 보면 될까요?

그러니까 부처님 말씀하신 게 물론 수행자에 초점을 맞춰서 하신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걸 전부 부정한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은 아니고, 그러니까 음식이 고유한 맛과 양을 갖고 있지요, 문제의 초점은 그 맛과 양에 우리가 집착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씀하셨고, 그런 측면에서 다른 대승경전에 보면 음식의 맛과 양을 향유하는 스토리들도 나옵니다. 물론 그것의 전제는 맛과 양에 집착하지 않는 것을 전제해서 말씀하시고요...

6. 소승과 대승 간 계의 차이점은 어떤 것인가요?

인도 초기불교와 대승불교가 차이나는 측면이 있고, 이를테면 구체적인 음식의 질 문제에 있어서, 이를테면 초기불교에서 사실상 육식이 허용된다든지 그런 시각이었다면 대승에서는 육식과 훈채들이 금지되지 않습니까. 그런 질적인 차이도 있고 또한 이 둘이 일관성을 갖고 있는 시각도 있고, 종전에 말씀드린 대로 음식의 맛과 양에 대한 탐착 부분은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를 관통하는 사고이고요, 그래서 불교 일반에 음식이라는 주제를 일반화해서 적용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똑같이 대승불교라 해도 중국의 선불교는 음식에 대한 세계관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는, 특히 인도불교와 선불교를 비교해 보면 음식활동, 대표적인 생산, 저장, 요리, 소비라고 하는 음식활동의 중요한 요소들에 대한 사고가 다릅니다. 인도불교는 음식 생산, 저장, 요리가 근본적으로 부정되고 있는, 그리고 음식 소비도 최대한 절제가 언급되고 있는 시각이라고 한다면 선불교는 백장의 보청법(普請法) 에서 보이듯이, 일일부작 일일불식으로 상징되듯이 생산이 긍정되고 사원에 고원구조들이 있고, 저장이 허용되고 요리라는 문화가 있어 동양에 사찰음식 문화가 있고 그런 근본적인 차이들이 있습니다..

7. 비구와  비구니 스님들 사이에 계의 차이는 어떤 건가요?

비구계에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 비구니 계율에 있어 특히나 똑같은 사안에 대해 더 엄하게 처벌된다든지, 이를테면 비구계에서 악작(惡作)으로 처벌되는 것이 비구니계에서는 바일죄(波逸罪)로 처벌된다든지 특히 마늘 섭취문제나 생곡문제, 즉 요리되지 않은 곡식들에 대해 보다 가혹하게 처벌되는 것이지요.

8.공 박사님께서는 이 책에서 보통 우리는 불교 음식에 대한 함의를 단순히 도덕적인 것으로만 한정시켜 왔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수행자에게 음식이란 욕망의 대상이 되어선 안되고 깨달음을 얻기 위한 도구여야 하지만 불교와 음식 사이에는 역사와 문화, 철학과 종교의 다면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밝히고 있는데,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불교 음식문화도 책 속에 우유와 유제품에 관한 언급들도 있는데 어떤 시공간적 차이, 그 사이의 문화 차이에 의해, 이를테면 인도 같은 경우 그들의 문화에서 우유와 유제품이 음식문화의 기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불교의 아간냐경 음식에 대한 불교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경에서 우유와 유제품이 등장하죠. 그리고 대승 문헌에 보면 특히 중국 스님들의 인도여행기에 보면 당시 사찰의 공양모습을 서술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굉장히 풍부하게 우유와 유제품들이 공양에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고, 그런데 중국에 오면 특히 능엄경 주석서 같은 것들, 남송 때 목인잉고(木人剩稿)를 보면 우유나 유제품을 먹는 것을 살생의 관점에서 봅니다. 그래서 시각이 굉장히 다르죠.

9.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 주실까요?

제 박사 논문의 내용은 인도불교 전체의 음식적 시각에 대한 겁니다. 특히 음식의 맛과 양과 관련된 논문인데, 한국 사찰음식 특히 동아시아 사찰음식의 사상적 기초는 선불교입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개인적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선불교 음식이론을 문헌적으로 연구하려 합니다. 그리고 지난해 초부터 음식학 아카데미를 만들어 다른 두 분과 같이 학기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이 3학기 째인데 저는 지난 1학기에 불교음식이론, 2학기에 전좌교훈(典座敎訓), 일본 도겐스님 저서를 강의했고, 올해 이번 학기에 불교채소론을 강의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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