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대사회적 역할 강화와 사회 각종 현안에 대한 불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은 지금 우리 불교의 가장 중요한 숙제입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집담회를 열어 이런 고민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우리 사회의 낙태 문제였습니다.
조윤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해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편의 글.
낙태죄 폐지를 호소하는 이 청원은 한 달 동안 23만 여 명이 참여해 화제가 됐습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이런 낙태 문제에 대한 불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낙태, 화쟁의 눈으로 이야기하다’ 집담회를 개최했습니다.
기독교와 천주교를 포함한 타 종교가 낙태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것과 달리, 불교계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에 이번 집담회 개최는 더 의미가 깊습니다.
<인서트> 도법스님 /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불교인으로서 또는 화쟁을 이야기하는 입장에서 (낙태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좀 더 깊이 고민하게 됐고.. 이 문제로 인한 갈등과 대립의 문제를 줄이고 해소하고 더 나아가서는 이런 비극들이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는 준비도 가능해지기도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화쟁위원회의 몫이기도 하겠다...”
집담회에 참여한 발제자들은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만 낙태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인서트> 박사 / 북칼럼니스트
“여성과 의사를 처벌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요. 그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임신 중절 음성화’, ‘불법 시술 양산 및 고비용 시술비 부담’, ‘해외 원정 시술’ 등의 부작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여성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침해 할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
또 발제자들은 낙태의 옳고 그름만을 따지는 것에서 벗어나, 낙태 자체를 줄여나가는 데 사회 전체가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낙태가 합법화된다고 해도 음성적인 시술에 대한 고통만 줄어들 뿐, 낙태라는 고통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인서트> 정웅기 / 생명평화대학 운영위원장
“낙태의 원인을 해결하기 보다는 낙태라는 결과에만 초점을 두고 제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규제와 처벌이 무서워서 약간의 경감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원인이 남아있는 한 그것은 또 다른 고통을 낳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낙태의 고통이 사라지는 ‘멸’의 상태에 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명확한 현황 파악이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낙태에 관한 정확한 통계 자료 조차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서트> 정웅기 / 생명평화대학 운영위원장
“(연간 낙태 시술 건수가) 2010년은 16만 9천 건 이렇게 되어 있었고요. 그런데 뉴스에서 의사들이 세미나 했던 자료를 보니 하루 평균 3천 명 수술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100만 건이 넘어갑니다. 통계가 뭔지도, 현실이 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태라고 보여 집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집담회의 첫 주제로 낙태 문제를 잡은 것은, 청와대에 민원이 쇄도하고, 불교가 이웃 종교에 비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 이유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보다는 불교의 생명존중 사상에 입각해 가장 존귀한 생명을 인위적으로 거세하는 '낙태'는 가장 큰 비극이고, 이런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준비와 노력에, 이제는 불교가 앞장서야 한다고 판단했기때문입니다.
<스탠딩>
화쟁위는 이번 집담회에 이어 오는 7일,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남북관계를 전망해 보는 두 번째 집담회를 개최합니다.
화쟁의 눈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불교계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조계종 총무원에서 BBS 뉴스 조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