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답게 살고 싶어라/그 누가 내 삶에 파도를 쳐도/나는 나답게 살고 싶어라/이 설움 끝까지라도/나의 꿈 바라볼 때 어두움만 있어도/나는 나답게 살고 싶어라/나는 나답게 나는 나답게"...<박종화 曲 '나는 나답게' 중>

싱어송라이터 박종화(54·사진)에게는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민중음악가’, ‘음악계의 체 게바라’, ‘노래 전사’... 80년대 학번(전남대 신문방송학과 82학번)인 그에게 투쟁은 어쩌면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반역의 세월, 억압의 시대에 맞설 무기로 그는 ‘노래’를 택했다. 매캐한 최루탄 내음속에서 되살아나는 기억. 노래를 무기삼아 30년의 세월을 투쟁의 한길로 살아온 ‘민중 가객’ 박종화가 음악인생을 총 망라한 기념음반 ‘사색 30’을 내놓았다.

민중음악가의 길을 걷게 된 단초는 학생운동 시절 ‘분노’라는 노래를 선보이면서부터. 이 노래가 당시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산하 ‘인권복지위원회’와 ‘예비역협의회’라는 특별기구의 회가로 불리워지면서 박종화라는 이름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5·18 특별위원회 활동으로 수감된 그는 출소후 옥중에서 만든 노래들을 몇곡 묶어 창작집을 발표했고 그가 만든 노래들이 대학가 투쟁현장에서 불려지면서 민중음악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됐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은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던 시대정신과 맞물려 ‘지하음악’으로 여겨졌던 민중음악도 점차 대중적 인기를 얻던 시기였다. 김광석, 안치환, 권진원 등을 배출한 노찾사를 비롯해 여러 민중뮤지션들의 노래를 지상파를 통해서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불후의 투쟁가가 된 박종화의 ‘바쳐야한다’, ‘투쟁의 한길로’ 도 바로 이즈음 만들어졌다. 특히 고 강경대 열사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투쟁의 한길로’는 90년대 초반 대학가 가투(거리시위)현장에서 애국가처럼 불려진 투쟁가의 ‘전설’, ‘대명사’같은 노래로 유명하다.

"당시(창작 초기)에는 제대로 갖춰진 악기는 고사하고 볼펜 한자루 허용되지 않는 감옥에서 떠오르는 악상대로 노래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음반할 제작할 시간적 경제적 여유도 없이 쫓기듯 노래를 만들다 보니 완성작이라기보다는 그냥 벌겨벗겨진 노래들이 참 많았습니다."

1990년대 중반 시대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운동권 진보진영도 점차 쇠락의 길을 걷는다. 민중음악을 하던 이들은 하나둘 상업음악으로 전향하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지만 박종화는 ‘갈 길은 간다’를 외치며 노래전사의 타이틀을 끝내 놓지 않았다. 창작집 ‘갈길은 간다’ 이후에도 ‘혼자만 살았다는 기분’, ‘아빠의 노래’, ‘지금’ 등 솔로 앨범을 계속 발표했다. 한눈 팔지 않고 민중음악가로 세월의 고개를 넘어온 지 어느덧 30년. 지난날을 회고해보며 그동안 걸어온 치열했던 생의 괘적을 한 그릇에 오롯이 담아내고 싶었다. 그런 상념과 고민의 귀결점이 바로 박종화 작곡 30년 기념음반인 ‘사색 30’ 이다.

"노래는 부르는 게 아냐/가는 거야/힘겹게 지고 가는 게 아냐/들고 가는 거야/가슴이란 손으로/ 슬쩍 들고가는 거야" <박종화 曲 '노래' 중>

이번 음반에는 창작 초창기인 198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 까지 그가 만든 대표곡들이 새롭게 편곡돼 수록됐다. 30년 동안 그가 창작한 곡만 얼추 400여 곡. 자신이 지어부른 노래 외에도 다수의 곡들이 안치환, 정용주, 류영대 등 다른 가수들의 음반에 실렸고 러닝타임 50분짜리 창작 관현악곡 (‘오월에서 통일로’)도 그의 작품이다. 1987년 이후 30여 차례 단독 공연을 가졌고 5.18민중항쟁 30주년 전야제, 전국 오월창작가요제 총감독을 맡았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광주전남지회 회원이면서 사단법인 오월음악 이사, 한국민예총 광주지회 부회장으로 활동중이다.

"30년의 세월을 돌이켜보니 영화 필름처럼 수많은 흔적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피땀들로 헝클어진 흔적들을 살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음악을 정리하고 동시대를 정리해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사색 30'은 기념음반과 모음집 2장의 CD로 구성된 1세트로 발매됐다. 기념음반에는 ‘저 창살에 햇살이’, ‘티 안 나게’, ‘전사의 어머니’, ‘마시자’, ‘금반지’, ‘맘대로 해라’ 등 13 곡이 담겼다. 모음집에는 ‘기억하라 맞서라’, ‘지리산 2절’, ‘그대 가는 곳이 길이다’, ‘파랑새’, ‘불혹’, ‘잠든 아가에게’, ‘투쟁의 한길로’ 등 12곡이 수록돼 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모두 노래 안에 있어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작업하는 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그저 채 담아내지 못한 노래들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박종화 작곡데뷔 30년 기념앨범 '사색 30'에 수록된 13곡의 디지털 음원은 각종 포털 사이트에출시중이며 모음집이 함께 포함된 CD앨범은 페이스북페이지(www.facebook.com/pch0603/)나 '박종화 사색 30' 사이트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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