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가 지난 2016년 남산 사적지에 화백회의 조형물을 설치하려 했지만 문화재청의 역사적 근거 부족 지적에 따라 철거되면서 인근에 방치돼 있다. [사진 정민지기자]

역사적 근거 없이 만들어진 조형물을 사적지에 설치하려다 1년간 방치 후 원래 자리 인근으로 되돌려놓는 촌극이 빚어졌습니다.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경주시가 신청한 ‘경주 남산 일원 주변 선덕여왕 화백회의 포토존 설치’ 안건을 부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올해 초 해당 조형물을 다시 원래 있었던 보문단지 인근 화백컨벤션센터 앞 광장으로 이전할 계획입니다.

지난 2016년 단 한 차례 행사에 사용되고 철거돼 방치된 지 1년만입니다.

애초 해당 조형물은 2012년 보문호반광장에 설치됐던 조형물입니다.

애초 보문호수 앞에 설치돼 있던 선덕여왕 화백회의 포토존.
화백회의 조형물 설치될 예정이었던 도당터널 상부 등은 경주시가 조성한 신라탐방길에 포함돼 있다. [사진 경주시청홈페이지]

당시 2억 8천만 원을 들여 선덕여왕과 신라 중신들의 화백회의 장면을 연출해 포토존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경주시는 이 조형물을 2016년 11월 개통 예정이던 도당터널 위 화백광장으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11월 5일 준공식 후 나흘 뒤 열린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회는 이 조형물이 역사성과 맞지 않다며 설치를 불허했습니다.

사적 311호인 경주 남산에 역사적 고증 없이 임의로 만든 조형물을 둘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설치된 지 며칠 만에 철거된 화백회의 조형물은 이후 인근에 천으로 덮인 채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주시는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심의를 다시 요청했지만 역시 ‘조형물의 역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재차 부결됐습니다.

경주시 왕경조성과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설치가) 안되서 하이코 광장으로 옮기기로 했다”며 “기존 호반광장보다 ‘화백’이라는 의미가 연결되는 화백컨벤션센터 앞으로 이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일회성 행사를 위해 문화재청의 허가도 없이 옮겨왔던 화백회의 조형물은 1년이 넘어서야 다시 10여㎞ 떨어진 보문단지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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