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대학교 구모룡 교수

● 진행 : 박찬민 BBS 기자
● 출연 : 구모룡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앵커멘트) 다음은 주간섹션, ‘우리가 모르는 우리 지역’ 순서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과 경남 지역을 좀 더 알아보자는 취지로 지난주부터 진행하는 코너인데요. 구모룡 한국해양대학교 교수와 이번 주도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구모룡 교수님 안녕하세요?

구모룡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질문1) 지난주에 부산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난 이야기에 이어서 생각할 때 과거에도 고향이나 향토에 대한 애착을 나타내는 학문이 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령 향토학자들이 있었지 않습니까? 향토학과 지역학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고장과 향토에 대한 애착은 전근대에도 있었고 근대에도 여전합니다. 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사랑은 당연한 일이고 그 곳의 가치를 자랑하는 일이 틀린 일은 아니지요. 그럼에도 향토주의는 자기중심적인 시각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자기를 주체로 삼고 타자와 차별하는 입장입니다. 지나치면 배타주의로 흐를 수 있습니다. 이는 서울 중심주의가 보이는 폐해가 거꾸로 나타난 형국과 같습니다. 향토주의가 나타내는 고장에 대한 우월의식은 실제 중심부에 대한 열등의식의 발현입니다.

질문2) 그렇군요. 지역학이 단순히 자기 지역을 사랑하고 드러내기 위한 것은 아니군요. 그렇다면 방법의 측면에서 지역학을 좀 더 규정해 보면 어떨까요?

-지역학은 자기중심적 시각 혹은 중심과 주변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을 극복하고 자기를 객관적인 시야에서 인식하려 합니다. 그러니까 국가나 중앙의 시각으로 규정된 지방의 모습을 탈피하고 자기의 눈으로 구체적인 자기 모습을 드러내 보려 합니다. 잘못된 인식도 걷어내고 안고 있는 문제도 제대로 알자는 입장입니다. 앎에는 책임이 수반되지요. 지역학으로서의 부산학을 연구하는 일은 부산에 대한 앎을 지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책무와 연관 짓게 합니다. 앞서 말한 향토학도 일견 자기의 시각처럼 보입니다만 자기 지역중심주의에 갇혀 있습니다. 그래서 향토학을 지방주의라고 한다면 지역학은 비판적 지방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판적 지방주의는 자기를 비판적으로 인식하려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지역의 창의적인 미래를 상상하고 실천하려 합니다. 

질문3) 그러니까 부산학은 부산을 보는 시각부터 새롭게 할 때 가능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동안 우리가 스스로 부산을 알려고 하지 않거나 외부의 시각으로 우리 부산을 말해 온 경향이 많았다고 봅니다. 어떻습니까? 

-그렇습니다. 제2도시니 한반도의 관문이니 하는 말들도 따지고 보면 부산의 시각은 아닙니다. 요즘 피란수도에 대한 논급이 많습니다. 한국전쟁 당시에 피란 온 문인들 가운데 부산을 막다른 곳, 국토의 끝이라고 표현한 이들도 있습니다. 눈을 해역으로 돌리면 부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인데 말입니다. 또한 부산을 문화 불모지라고 한 이도 있지요. 자기 문화의 눈으로 부산을 보고 한 말입니다. 부산의 시각으로 보면 부산은 굉장히 역동적인 문화를 지니고 있지 않습니까? 요즘 서울은 물론이고 경기도와 인천 사람들조차 부산을 지방이라고 합니다만 우리도 그 지역을 수도권이라고 명명하지요. 아울러 우리 지역의 문제를 서울 또는 수도권 탓으로 돌리는 경향도 없지 않습니다. 서울이라는 일극 집중이 안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이는 국가 차원의 지역분권을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와 별도로 우리 스스로 부산학을 함으로써 우리의 한계와 가능성을 모두 알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내발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4) 부산학을 통하여 지역의 내발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였습니다. 내발적 발전이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내발적 발전이라는 말이 다소 생소한 면이 있습니다. 이는 쉽게 말하여 자기가 가진 특성과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의 발전을 실현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니까 도시의 목표를 외부에 두지 않고 내부에서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발전 전략이지요. 부산학을 통해서 부산의 특이성과 정체성을 찾고 이를 미래 도시 전략으로 결부하는 것입니다. 가령 세계도시라는 목표는 내발적이지 않지요. 이와 달리 창조도시, 문화도시, 해양도시, 스마트시티 등은 내발적인 시야를 지녔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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