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대학교 구모룡 교수

● 진행 : 박찬민 BBS 기자
● 출연 : 한국해양대학교 구모룡 교수

(앵커멘트) 다음은 주간섹션, ‘우리가 모르는 우리 지역’ 순서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과 경남 지역을 좀 더 알아보자는 취지로 오늘부터 시작하는 코너인데요. 첫 시간으로 부산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부산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활동이 몇 년동안 이어지고 있는데요. 부산학은 무엇이고 언제 형성되었는지, 구모룡 한국해양대학교 교수와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구모룡 교수님 안녕하세요?

 

한국해양대학교 구모룡 교수

질문1) 최근 부산학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졌습니다. 먼저 부산학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습니까?

-부산학은 지역학이지요. 지역학은 자기 지역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제국주의가 지배하던 시대에 지역연구는 식민지를 연구하는 학문이었습니다. 오늘날도 이런 지역정치학(지정학), 지역경치학(지경학), 지역문화학(지문학) 등이 국가 주도의 정책학으로 여전합니다. 국가가 다른 나라나 지역을 연구하여 이익과 지배를 지속하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한 나라 안에서도 국가 중심으로 각 지방을 연구하는 지역연구가 있지요. 국가중심의 정책의 대상으로 지방이 타자화된 사례입니다. 그런데 지역학은 이와 같은 국가 스케일의 시야를 벗어나 지역의 관점에서 지역을 연구하는 방법으로 부각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부산학은 부산의 시각으로 부산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제2도시”라고 부산을 일컫는 말이 있습니다만 이게 부산의 시각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질문2) '제2도시' 라는 말보다 부산을 채우고 있는 실제의 내용이 중요하겠습니다. 우리 지역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면서 지역학으로서 부산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크게 두 가지 요인을 들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그 동안 지역 혹은 지방이 국가 혹은 중앙의 시각으로만 이해되었다는 데 대한 반성입니다. 국가 스케일의 인식지도로 삶을 이해하다보니 각기 다른 지역에 사는 시민들이 자기가 살아가는 고장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이 부족하였습니다. 이제 자기의 눈으로 지역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통하여 발전의 계기를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국가 중심의 발전 전략에서 탈피하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세계화와 더불어 지역이 부각하는 현상과 연동하면서 “국가에 도시로” 성장과 발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사정을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부산은 한국 속의 부산이기도 하지만 동아시아 혹은 아시아 속의 부산이자 세계 속의 부산인 것입니다.

질문3) 그렇다면 이렇게 지역을 이해하고 지역학으로서 부산학을 정립하려는 움직임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습니까?

-대체로 1980년대 중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모순 가운데 하나가 지역적 불균등 발전이라는 데 착안하지요. 문화예술영역에서는 지역문화예술운동으로 나타나고 학계에서는 주로 사회학자들이 주도하여 지역사회학이라는 영역을 형성합니다. 이런 가운데 지역사회학을 넘어 부산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분들이 나타납니다. 1990년대 초반 부산대에 재직하던 김석준 교수, 김성국 교수 같은 분들이 주창한 일입니다.

질문4) 그렇군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를 부산학 형성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주로 어떤 논의들이 있었습니까?

-우선 지방이라는 용어와 거리를 두었습니다. 중앙/지방, 서울/지방이라는 이분법적 종속 구조를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가치중립적인 지역이라는 용어를 선택합니다. 서울지역, 대구지역, 광주지역, 부산지역 등으로 사용할 수 있지요. 다음으로 구체적인 지표분석을 하였지요. 경제와 문화 등 여러 영역의 지표를 분석하여 지역적 불균등성을 객관적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주로 사회학자들이 이러한 일들을 하였고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부산대에서 사회학자로 있던 황한식 교수 등은 지역분권운동으로 발전시킵니다. 문화예술영역에서도 지역 소외에 대한 인식이 가열하였습니다. 가령 무크지 형태의 잡지를 발간하면서 중심부 서울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지역문화를 형성하려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지역문화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해양대학교 구모룡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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