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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케이블 전문채널의 드라마 <화유기>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방송 사고에 이어 한 스태프가 천장에 샹들리에를 설치하다 추락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더 거세지고 있는데요.

<뉴스파노라마> '현장프리즘' 시간, 오늘은 드라마 <화유기> 스태프 추락사고 논란과 열악한 방송 제작 환경 실태에 대해 알아봅니다. 조윤정 기자 연결돼있습니다. 조윤정 기자.

 

네 조윤정입니다.

 

먼저 이 사고가 언제 어떻게 발생했나요? 경위부터 좀 설명해주시죠.

 

네. 사건은 지난달 23일 새벽 <화유기> 세트장에서 발생했습니다.

소도구 담당 스태프가 천장에 샹들리에를 매다는 작업을 하던 중 3m 이상의 높이에서 떨어져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다친 스태프는 '화유기'의 드라마 외주 제작사에 직접 고용된 스태프가 아니라 다른 협력 업체에서 파견된 직원이었습니다.

현재 해당 업체는 외주 제작사 측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요. 안성경찰서에서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화유기 세트장을 찾아 현장을 살펴봤는데, 세트장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작업장 안전 개선을 지시했습니다.

또 언론노조는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범정부적 실태조사를 요구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방송계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사건 사고가 처음이 아니지 않습니까?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이유가 뭔가요?

 

그렇습니다. 지난해 7월 아프리카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독립 PD 두 명이 운전사를 고용하지 못해 직접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또 2016년에는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을 맡았던 피디가 불합리한 제작관행을 비판하며 자살을 선택했는데요.

이 같은 열악한 노동환경의 원인으로는 방송가 내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꼽히고 있습니다.

드라마 <화유기>를 예로 들어보면요. 먼저 <화유기> 제작 총괄책임자는 케이블채널 방송사입니다. 이 방송사가 외주 업체에 드라마 제작을 맡깁니다.

이 외주 업체는 또 다른 하청 업체들과 계약을 맺어 미술, 음악, CG 등 제작에 필요한 일을 할당합니다. 보통 이런 식으로 드라마 제작이 이루어지는데요.

일거리를 받는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원청의 지시를 무시하기가 어렵습니다.

화유기 사고에서도 보면 전기를 관리하는 전식팀도 아닌 소도구팀에 속한 스태프가 전선을 들고 샹들리에를 설치하러 천장에 올라간 것도 이러한 수직적 관계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외주 제작사도 결국 방송사로부터 제작비를 받으면서 움직이는 상황 아닙니까.

외주 제작사를 향한 대형 방송사들의 갑질도 만만치 않다고 하는데요.

방송사는 외주 제작사를, 그리고 외주 제작사는 그 밑에 있는 업체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그렇습니다. 실제 방송사가 외주 제작사에 지급하는 제작비가 터무니없이 적은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제작사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당장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안전 비용이나 스태프들의 의식주에 들어가는 비용을 가장 먼저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작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과 인권이 무시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 집행위원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 집행위원
(방송국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보니 여기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이예요. 말로는 외주 제작을 통한 전문성 함양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방송국 중심의 독점적 구조 아래에서 외주 제작이라고 하는 것은 힘없는 하청구조에 불과한...

 

 이번 화유기 사건이 크게 논란이 됐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네 그렇습니다. 최근엔 카카오톡에 방송계의 '갑질'을 신고하는 오픈채팅방인 ‘방송계 갑질 119’가 개설됐습니다. 실제로 제가 들어가봤는데, 많은 방송 종사자들이 자신들의 노동 환경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또 정부 관계 기관도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달엔 방통위와 고용부 등 5개 부처가 합동으로 합리적인 외주제작비 산정 등을 제시한 ‘방송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대책이 나온 것이 매우 의미 있는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준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의무화하는 등 현장 노동자를 보호 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인 근거가 필요한데요. 김혜진 위원의 말 이어서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 집행위원
 강제가 필요하다는 거죠. 이런 것 없이 현실화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그런 점에서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어떻게 인정하는가 이 문제를 전제하지 않으면 관리 감독으로 해결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죠.

불합리한 방송 제작 환경 문제가 제기된 것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닌 만큼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적극적인 사회적 관심과, 또 현실적인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오늘 현장 프리즘 코너, 조윤정 기자와 드라마 <화유기> 스태프 추락 사고와 열악한 방송계 노동 환경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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