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 대중음악계의 전설 ‘비틀즈’의 주옥 같은 노래 2백 82곡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은 책이 요즘 화제라고 한다. 분량만 천 백 12쪽으로 웬만한 책의 3배 두께에 이른다. 문제의 책은 비틀즈 전곡 해설집 <Across The Universe>, 이 책에는 비틀즈가 정규 앨범을 통해 발표했거나 라이브 공연 당시 녹음된 노래 등 모두 282곡 각각의 가사와 악기 편성, 레코딩 일자와 녹음 장소, 노래가 나오게 된 배경, 당시 비틀스의 활동, 멤버들의 개인사 등의 해설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사실 시중에는 비틀즈에 대한 서적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대부분은 미국이나 영국,일본 등에서 나온 책들을 번역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처럼 비틀즈 노래를 한 곡 한 곡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해설한 사례는 찾아 보기 어렵다. 이처럼 대단한 책을 쓴 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그 주인공은 LS산전에서 30년 이상 엔지니어로 직장 생활을 하다 지난해 은퇴한 한경식 씨(55)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매일 새벽에 일어나 3시간씩 글을 쓰고 자료를 찾아 역작을 완성했다고 한다.

사실 필자도 나름 비틀즈 마니아라고 자부해왔다. 초등학교 5학년때 형이 사온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 처음으로 비틀즈의 명곡 ‘Hey Jude'를 듣고 비틀즈의 모든 것을 모으기 시작했고 대학 시절에는 한국 비틀즈 팬클럽(BFC) 활동까지 했다. 할아버지 생일은 잘 몰라도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링고 스타의 생일,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결혼 날짜, 폴과 린다 매카트니의 결혼식 날짜는 줄줄 외우는 진정한 마니아로 여겨왔지만 솔직히 비틀즈 전곡 해설집 <Across The Universe>와 같은 책을 쓸 정도의 역량은 갖추지 못했다.

기념비적인 책, 비틀즈 전곡 해설집을 펴낸 한경식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음악이 있어서 정말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불안하고 외롭던 시절, 음악이 많은 위로가 됐고 치유가 됐습니다” 한 씨는 만약 비틀즈 멤버들을 직접 만난다면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도 했다. 당신들 때문에 인생에서 행복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이제 다사다난했던 정유년이 가고 무술년 붉은 개 띠 해가 우리 곁을 찾아왔다. 개인적으로는 새해에 필자는 우리 나이로 50줄에 접어든다. 인생으로 치면 진정한 후반기에 접어드는 셈이다.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늦은 것 같고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나 제대로 하자고 여기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 시기가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내 삶에 대한 중간 평가는 어떠한지, 인생을 마라톤으로 비유하면 어디쯤에 이르렀는지 되물어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비틀즈에 대한 방대한 내용의 책을 쓴 한경식 씨처럼 더 늦기 전에 어느 한 분야에 미친 듯이 파고 들고 싶다는 생각만큼은 마음속에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몰두하고 파고들다 보면 위기의 중년을 제2의 인생을 여는 황금 중년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 아니 황금 중년이 되지 않아도 좋다. 저질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으니까...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