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백화점 강원랜드

우리사회의 취업난이 심각합니다.

대학졸업을 미루거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신림동 고시촌 등에서 밤낮없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청년들이 우리 주위에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들은 취업을 하고자 하지만 일자리가 없거나 공공기관 등에 응시를 해도 워낙 많은 수가 몰리게 때문에 취업이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렇게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우는 공공기관에 합격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습니다.

일부이긴 합니다만 채용비리가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아연실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선임기자의 시선에서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양봉모 선임기자가 연결돼 있습니다.

[앵커]

검찰이 발표한 공공기관 인사·채용비리 중간 수사 결과를 보니까요. 정말 이럴 수가 있나 싶네요.

[기자]

정말 가관입니다.

점수 조작하고 여성이라고 탈락시키고 ‘낙하산’ 맞춤 채용에 돈받고 합격시키기까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습니다.

검찰이 밝힌 내용을 보니까 빽없고 돈없고 권력있는 사람 모르면 취업도 안된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났네요.

[앵커]

부정 채용된 자들 중에는 지인을 통해 청탁을 해서 합격한 경우가 가장 많은데요.

높은 사람을 알아야 취업이 되었던 거네요?

 

[기자]

청탁받은 지원자의 합격을 위해 점수 바꿔치기나 조작은 물론, 채용 기준을 바꾸거나 선발 인원도 늘리고 돈이 오간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앵커]

비리기관이 워낙 많아서 다 살펴볼 수는 없을 것 같구요.

채용비리,하면 떠올리는 곳, 바로 강원랜드 아니겠습니까?

강원랜드 이야기부터 해보죠.

[기자]

2013년 4월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의 보좌관인 박모(46)씨가 최흥집(67) 전 강원랜드 사장에게 의원실이 청탁받은 21명을 뽑아달라는 청탁을 합니다.

최사장은 인사팀장에게 지시해 면접 점수를 조작하고 176명으로 확정된 채용인원을 뒤늦게 198명으로 늘리면서까지 21명 전부를 추가 합격시켰습니다.

검찰은 지난 19일 최 전 사장과 박씨를 업무방해 및 강요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염 의원을 다음주에 소환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또 2013년 12월 권성동 의원실 5급 비서관 김모씨로부터 직접 채용 청탁을 받자 애초 계획에 없던 수질·환경 분야 전문가 채용 계획을 만들고 김씨가 지닌 자격증 보유를 필수 지원조건으로 포함해 채용했습니다.

검찰은 그러나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서는 소환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염동렬 의원은 다음 주에 소환하는데 권성동의원은 왜 소환 안하는거죠?

[기자]

검찰 관계자는 “권 의원의 경우 ‘지역구민을 많이 채용해달라’고 말한 것 이상으로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며 “수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소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권성동 의원도 11명을 청탁해서 다 합격시켰는데, 검찰은 채용비리 혐의가 없다고 한다면 이건 좀 이상한 거 아닌가요?

[기자]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11명 청탁, 본인 비서관 출신 강원랜드 불법 채용, 다른 비서관 김모씨도 2013년 광해관리공단에 공채 과정을 거치지 않고 특채 입사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검찰 소환 대상에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이이재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강원랜드 응시자 8명의 청탁에 연루됐지만 소환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한선교, 김기선 의원도 마찬가지구요.

의원들은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직접 연락을 취하지 않고 보좌관을 통해 대리 진행하는 수법 등을 쓰잖아요.

그런데 검찰이 이를 파헤칠 만큼 충분한 수사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봐야겠죠.

[앵커]

자칫 검찰 수사가 ‘깃털’만 처벌하고 ‘몸통’은 손도 못댄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오는 거네요.

[기자]

검찰의 채용비리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보면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의혹들이 전부 빠져 있습니다.

물론 최종이 아닌 중간 수사 발표이긴 하지만, 중간에 빠진 명단이 최종에 들어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결국 전·현직 국회의원 7명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은 힘있는 국회의원은 대부분 빠져 나가고 전 사장 보좌관 등만 구속되는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지난 2015년에도 검찰은 권 의원과 염 의원의 관여 정황을 파악했지만, 염 의원은 서면조사만 하고 권 의원은 아예 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명백한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이 있었죠.

권성동의원은 국회 법사위원장입니다.

[앵커]

지난 20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검찰에 소환됐네요?

우리은행 역시 채용비리죠?

[기자]

이 사람은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에서 국가정보원(국정원)과 금융감독원(금감원) 직원, VIP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등을 추천받아 16명을 부정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검찰은 이 전 행장이 인사부의 공정한 채용 업무를 방해하고 특혜 채용에 부적절하게 개입한 혐의로 소환했습니다.

[앵커]

여성 지원자를 고의로 탈락시킨 ‘성차별형’ 채용비리도 있잖아요.

여자라고 떨어뜨린 기관은 어딥니까?

[기자]

대한석탄공사의 2014년 7월 청년인턴 채용때 일입니다.

여성 지원자 142명 가운데 3명만 서류전형을 통과했습니다.

여성 지원자에게만 점수를 낮게 주었기 때문입니다.

서류전형을 통과한 3명도 비정상적으로 낮은 면접점수를 받아 결국 모두 탈락했습니다.

다른 면접위원들에게선 평균 1~3등의 점수를 받았지만, 채용비리에 공모한 면접위원한테만 유독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2015년과 2016년 신입직원 채용에서 면접평가표를 재작성하는 수법으로 31명의 면접점수를 조작했습니다.

그 결과 합격 대상이던 여성 7명이 불합격되고, 합격권이 아니던 남성 13명이 합격했습니다.

박기동 당시 사장은 직접 면접 순위 변경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앵커]

여자라고 불합격 시킨다는 게 이게 말이 됩니까? 정말 가관이네요.

금융감독원 채용 비리도 심각하죠?

[기자]

2016년도 금융감독원의 신입직원 채용 계획에는 경제학 분야 채용인원이 11명이었습니다.

면접 대상도 2배수인 22명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아들을 지인이 청탁을 했고 그 아들이 필기시험에서 23등으로 불합격했습니다.

그러자 금감원은 분야별 채용인원을 한 명씩 늘려 부행장 아들까지 면접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면접에서는 부행장 아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이에 더해 다른 분야의 채용인원을 한 사람 줄여 결국 부행장 아들을 합격시켰습니다.

[앵커]

금수저가 아니면 취업도 못하는 시대가 됐네요.

금융감독원은 또 2016년 신입직원 채용 때 ‘세평’(세상에 나도는 지원자에 대한 평)을 들어서 불합격 시킨 일도 있잖아요.

[기자]

경력직원을 뽑는 것도 아니고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세평’을 합격 기준에 넣는다는 건 처음 들어봅니다.

이 역시 지원자 3명에게만 애초 채용 계획이나 채용 공고에 없었던 세평을 반영해 불합격시켰습니다.

대신 다른 지원자 3명은 세평 반영 없이 합격시켰습니다.

[앵커]

말 그대로 비리 백태네요.

돈 받고 뽑아 준 곳도 적발이 됐죠?

[기자]

한국국제대학교에서는 재단 이사장이 2017년 1월 조교수 임용 과정에서 1·2순위 지원자들을 총장 면접 과정에서 탈락시키고, 미리 4천만원을 준 지원자를 추가 채용 절차를 거쳐 합격시켰습니다.

특수학교인 경북영광학교 교장도 신입교사 채용 지원자 5명으로부터 1억3천여만원을 받았습니다.

경북도교육청 사무관도 이 학교에 예산을 지원해준 대가로 자신의 가족 3명을 취업시켰습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도 2014년과 2015년 청탁 대상자 6명의 인적성검사 점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일부를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나 원장 등 2명이 구속됐습니다.

[앵커]

이런 채용비리 소식을 들으면서 우리 청년들은 또 얼마나 좌절할까 마음이 아픕니다.

선임기자의 시선, 공공기관 채용비리, 선임기자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기자]

오늘도 우리 청년들은 행복사다리를 취업에 두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합격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습니다.

국회의원의 빽이 있어야 했고, 지인이 권력자여야 했고, 그도 아니면 돈이 많이 집어 줘야만 취업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여자라고 불합격시키고,

슬픕니다.

그동안 우리 부모들은 취업준비를 하는 자식들을 향해 최선을 다하면 희망이 있다, 열심히 해라 이런 말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말 못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어머니가 빽이 없고 권력이 없고 돈이 없어서 자식 취업을 못 시킨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우리 청년들의 가슴에 대못을 하지 말고 보다 공정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희대의 코미디 같은 채용비리는 적폐중에 적폐입니다.

비리에 연루된 자들은 반드시 그 죄를 물어야 공정한 사회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이를 바로 잡아서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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