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교육위 의원 조례, ‘엉터리로 발의’…“식권 발행하듯 조례 발의”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의 집행부 심의 과정 모습.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조례’가 엉터리로 발의되고 있습니다.

의원들이 조례를 발의할 경우 동료의원들에게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제10대 충북도의회 교육위 소속 의원들은 그동안 ‘깜깜이 조례’를 발의해 왔습니다. 

‘품앗이 동의’는 공공연하게 이뤄져 왔지만, ‘깜깜이 조례 발의’는 의원들의 책무를 저버린 행위와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내 허락 받았느냐?”… 동료 의원 도장 몰래 찍다가 드러난 ‘대표 조례’ 

깜깜이 조례의 발단은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계수조정심의에서 드러났습니다.

충북도의회 한 의원이 동료의원의 ‘명의’를 무단으로 도용한 것입니다.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A 의원과 무소속 B 의원은 지난 5일 오후 6시쯤 교육의원회 계수조정심의에서 30여분간 고성이 오가는 말싸움을 벌였습니다.

A 의원이 조례를 대표 발의하면서 B 의원의 명의 즉 ‘도장’을 허락 없이 찍어 ‘명의 도용’했다는 것입니다.

‘충북도교육청 교육정보화 지원 및 역기능 예방에 관한 조례안’ 등 명의 도용된 A 의원의 대표 발의한 조례는 모두 3건이라고 B 의원은 밝혔습니다.

B 의원은 “동료 의원의 대표 발의한 조례에 내 도장이 동의 없이 무단으로 도용됐다”며 “A 의원이 조례를 대표 발의하면서 현재까지 ‘동의하느냐’는 연락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B 의원은 고소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지, 아니면 사과를 받을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A 의원은 “B 의원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고 밝혔습니다.

◆교육위 의원들의 개인 도장은 공용 도장(?)…‘도장관리 허술’

이번 ‘대표 조례의 무단 명의도용’은 그동안 제10대 충북도의회 교육위 내에서 관례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원들의 이른바 ‘품앗이 동의’가 타 상임위에서 암묵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이번 교육위 의원들의 깜깜이 조례는 ‘그들만의 합의’로 추진돼 왔습니다.    

교육위 의원들의 도장 관리도 허술합니다.

교육위 도의원들의 도장은 상임위 전문 위원실에 비치돼 있습니다.

조례를 대표발의한 의원들은 동료의원의 동의가 없어도 알아서 마구잡이로 도장을 찍었습니다.

조례를 대표 발의할 경우 동료의원 6명에게 서명이나 직인을 받아야만 합니다.

A 의원은 “‘도장 돌려찍기’는 그동안 교육위 소속 의원들끼리 합의한 상황”이라며 “관례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충북도의회 한 전문의원은 “의원들 간 이뤄진 동의는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며 “하지만 대표 조례에 상대 의원의 서명이 확인되면 그대로 처리된다”고 말했습니다.

타인의 주민번호 또는 명의를 도용한 것은 중범죄에 해당된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입니다.
특히 충북도의회 의원들의 ‘실적 올리기 조례 발의’에 이어 이번에는 ‘무단 명의도용’까지 불거졌습니다.

◆전문가 “있을 수 없고, 의회 기능 포기한 것”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한마디로 ‘어리석은 행위, 넌센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충북도민의 대표 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행위라는 것입니다.

충북도의회 역할은 집행부 견제는 물론 심의·의결기관입니다.

그러나 교육위 의원들은 관행을 넘어섰다는 평갑니다.

엄태석 서원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 동의는 식권을 발급하는 것처럼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며 “도의원들이 윤리적인 비판도 받아야 마땅하지만, 법률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다른 전문가는 “도의원들의 도장이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게 사용한다면 큰 문제”라며 “이제라도 재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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