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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18 수능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유상석 기자 | 승인 2017.11.28 08:52

그런 날이 있습니다. 뭔지 모르게 찜찜한,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날 말입니다.

2017년 11월 15일 수요일. 그 날도 그랬습니다. 개인적인 저녁 약속이 잡혀있었지만, 뭔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지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약속을 다음 기회로 미뤘습니다. 뭔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할 것 같아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데, 교육부로부터 "약 20분 후, 부총리(겸 장관)가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는 예고 통보가 전해져 왔습니다.

"어휴! 뭔데 그러는 겁니까! 설마 수능 연기 발표라도 하시게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었는데, 교육부 관계자는 웃기만 할 뿐, 속시원한 답변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아! 연기구나... 하지만 공식 발표 전이기 때문에, 속시원히 대답을 못할 뿐이구나...'

그리고 20분 후, 김상곤 부총리는 포항을 강타한 강진 때문에 불가피하게 2018학년도 수능을 일주일 연기하게 됐다는 발표를 합니다. 이게 그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 아니, 없길 바라는 수능 연기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의 결말은 비교적 무난하게 끝났습니다. 여진 때문에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습니다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김상곤 부총리와 박춘란 차관은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라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고요. 교육부 공직자들도 수능이 끝난 뒤에야 긴장으로 일그러졌던 얼굴을 펴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기자의 임무는 칭찬보다는 불편부당한 비판이라고 배웠습니다만, 그래도 칭찬할 건 해야죠. 천재지변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안전사고 없이 시험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당국의 발빠른 대처 덕분이었다고 감히 평가하고자 합니다.

지진이 발생한 날은 하필 수능 예정일 바로 전날이었습니다만, 그 날 발빠르게 발표를 한 덕분에 수험생과 학부모,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시험 중 지진이 발생할 경우, 시험 감독관 재량으로 대처하라.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도 훌륭했습니다. 사실, "내가 뭔가 책임을 저야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뭔가 적극적인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포항 지역 수험생들의 고사장 재배치를 결정하는 문제와 관련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도 잘한 조치라고 평가해봅니다. 사실 저도 막연히 "포항에 사고가 났으니, 포항 수험생들은 시외에서 시험을 쳐야겠지?"라고만 생각했었거든요. 포항이 고향인 후배 기자가 "포항 현지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고 전해주기 전까진 말이죠. 포항 북구의 수험생들에게 남구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도록 한 것은 현실적인 안전 문제와 수험생들의 입장을 동시에 반영한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부총리와 고위공직자들이 현장을 찾은 보람이 있었던 거죠. 탁상공론으로는 낼 수 없는 결론이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아쉬웠던 부분은 있습니다. 다행히 발빠른 대처로 위기를 넘기긴 했습니다만, 이번 지진이 일어나기 전, 미리 수험생 안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입니까? 아이들 수능 보러 가는 길에 길 막힐까 직장인 출근시간을 조정하는 나라, 듣기평가 방해될까 비행기 이착륙시간도 조정하는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에서 만에 하나 아이들 수능 고사장에서 지진이라도 나지 않을까, 화재라도 발생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은 안해본 걸까요. 만에 하나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건 아쉽습니다. 

아쉬웠던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건 지진과는 무관한데요. 수능 오답 시비 말입니다. 결국 올해에도 제기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자원 배분에 대한 철학가들의 입장을 묻는 생활과 윤리 과목 18번에 이의 제기가 집중된 걸 보면, 수험생들이 억울한 심정에 '막 던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 완벽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생각은 제각기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능이라는 시험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무게와 권위를 생각하면, 좀 더 높은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이런 오답 시비가 덜했으면 하는 바람. 저 혼자만의 바람은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2018 수능은 이렇게 막을 내렸고요. 더욱 완벽한 2019 수능을 대비하면 됩니다.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지금부터라도 만들면 되고요. 오답 시비를 최소화 해 수능시험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지금부터라도 추가적으로 마련하면 됩니다. 이번 수능이 그런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앗! 그러고보니 수능을 다루면서 수험생 이야기를 빠트릴 뻔 했습니다. 이번에 수능을 치른 그대들! 대한민국 역사상 지진을 뚫고 대입시험을 본 세대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현재까지는 그대들이 역대 최강의 수험생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번 시험을 생각보다 못 봤다고 너무 좌절하지 마세요. 그대들에게만 어려웠던 게 아니라, 이번에 시험 본 수험생들에게는 모두 어려웠습니다. 저희 기자들도 문제 풀어들 봤습니다만, 다들 어렵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그 무서운 강진 속에서도 그 어려운 시험을 쳐냈잖아요. 그런 것처럼, 그 어떤 좌절이 그대들을 짓눌러도, 어떻게든 이겨낼 방법은 있을 겁니다. 지진을 이겨낸 사람이 무엇인들 못 이겨내겠어요? 그대들의 앞날엔 좋은 일만 있을 겁니다. 아자아자!

유상석 기자  listen_well@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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