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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윤의 세상살이]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유감(遺憾)
전경윤 기자 | 승인 2017.09.24 22:25

필자는 좋아하는 배우 가운데 한명으로 문성근 씨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문 씨의 지적인 이미지를 좋아하는 편이다. 통일운동가 문익환 목사의 아들로 서강대 무역학과를 나와 대기업(현대건설)에 다니다 배우로 전향한 이력에다 과거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로서 보여준 논리정연한 멘트와 지적인 표정, 몸짓 등이 더해져 문 씨에게는 대표적인 지성파 배우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닌다.

문 씨의 연기도 필자에게는 깊은 인상을 줬다. 최근 막을 내린 드라마 '조작'에 출연한 문 씨는 오랜만에 시청자들 앞에서 강렬한 악역 연기를 선보여 역시 문성근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특히 지난 1997년 선보인 이창동 감독의 첫 영화 <초록 물고기>에서의 문 씨의 연기는 아직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문성근은 이 영화에서 나이트 클럽 사장 역을 맡아 피도 눈물도 없는 비열한 인물을 매우 사실적으로 연기했다. 송강호나 황정민 같이 강한 임팩트를 주는 연기는 아니지만 한번 보면 쉽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게 하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가 바로 문성근이라고 생각한다.

문 씨는 정치적 소신이 매우 뚜렷한 문화예술인 가운데 한명이기도 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배우 명계남 씨와 함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을 만들어 운영했고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현실 정치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다,

최근 문 씨는 다시 뉴스의 중심 인물로 떠올랐다.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문 씨는 김미화,김제동,윤도현,김여진,권해효 등과 함께 당시 정권에 비판적이었다는 이유로 활동을 제약을 받는 등 피해를 입었다는게 핵심 내용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문 씨가 대중 앞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가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르면서 활동 자체를 봉쇄당했기 때문이 아니었냐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면 정치색을 드러내는 연예인들의 경우 정권이 바뀌면 어느 정도의 불이익은 감수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진보 정권 시절에는 거꾸로 보수 성향의 문화 예술인들이 탄압을 받았기 때문에 피장파장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있다. 결국 연예계 블랙리스트 문제도 보수와 진보간의 해묵은 갈등과 소모적인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선진국의 경우는 연예인들의 사회 참여와 정치적 발언이 훨씬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올해 미국의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식에서는 명배우 메릴 스트립을 비롯해 수많은 출연자들과 수상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거나 비꼬았다.트럼프 대통령이 개인 SNS상에 자신을 비난하는 연예인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는 있지만 트럼프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방송에 나오지 못하거나 대외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는 미국 연예인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배우는 그저 연기만 하는 배우로만 머물러야 한다는 법은 물론 없다. 연예인이기 전에 국민의 일원이자 유권자로서 자신의 소신에 따라 발언하고 행동할 자유도 물론 있다. 문제는 문화예술인들을 내버려 두지 않는 권력자들에게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문성근 씨가 대중들 앞에 자주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5년 또는 10년 뒤에 보수 정권이 다시 권력을 차지해도 문성근의 리얼리즘 연기와 김제동의 거침없는 입담을 계속 보고 싶을 뿐이다.

 

 

전경윤 기자  kycho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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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찰풍경 2017-09-25 10:43:33

    누구나 자유로운 비판을 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도 마찬가지지요. 그런 점에서 정부가 그들을 관리하고 억압하려는 수단으로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것은 참 유감입니다. 하지만 문성근 씨가 검찰 출석한 자리에서 김규리 씨를 피해자로 꼽은 점은 좀 안타깝군요. 그녀는 '광우병 사태' 때 고기를 먹을 바에 청산가리를 먹겠다느니, 자극적인 언사로 이슈가 됐는데 조금 더 신중해야하지 않았나 싶어요. 건강한 비판의 선을 넘은 것이죠.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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