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박사

● BBS 부산 ‘부산경남 라디오830(9월 20일)’
    (부산FM 89.9Mh 창원FM 89.5Mh/진주 FM 88.1 Mh 08:30~09:00)
● 코너명 : ‘집중인터뷰’
● 진행 : 박영록 BBS 부산 보도부장
● 출연 : 김혜정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박사

(앵커멘트)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부산지역 아동학대 실태와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정책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오늘 라디오 830시간에는 우리 사회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아동학대'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지금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성평등연구부 김혜정 박사님, 전화연결돼 있습니다. 김혜정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질문1) 부산지역 아동학대 실태와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먼저, 이번 조사를 하게 된 배경부터 설명을 주시죠?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로 아동에 대한 체벌을 허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꼽습니다. 다시말해 부모의 자녀에 대한 권리 침해나 폭력을 훈육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아동이나 학부모,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들이 과연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일상적 폭력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살펴보고자 하였습니다. 

질문2) 그리고, 조사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죠?

-아동 1,595명, 학부모 1,363명, 신고의무자 779명을 대상으로 약 한달간 실시하였습니다. 아동의 경우 직접 학교에 찾아가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하였고 학부모와 신고의무자의 경우 대면 또는 우편을 통해 실시하였습니다. 

질문3) 이번 조사에서 아동학대 실태, 어떻게 나왔습니까?

-신체적, 정서적, 성적, 방임의 4개 유형으로 나누어 총 37개 문항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아동의 경우 폭력에 대한 경험이 53.6%로 나타났고 회초리로 손바닥이나 엉덩이를 맞은 경험, 심하게 야단을 치거나 고함을 질러 주눅 든 경험, 형․동생․옆집 아들․딸 등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모욕감을 느낀 경험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학부모와 신고의무자들은 앞서 설명한 행위들에 대해 학대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습니다. 

질문4) 학년이 높아질 수록 '방임'이 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조사 결과를 보면 학년이 높아질수록 방임에 대한 경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부모의 관심이 낮아지면서 어두워질때까지 혼자 집을 보게 한다거나 숙제나 준비물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거나, 밥을 챙겨주지 않는 등의 경험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5) '아동 스스로가 부모의 폭력에 수긍하는 경향이 높다'는 결과는, 조금 새로운 것 같은데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학부모로부터 폭력의 경험이 있는 아동들에게 그런 일이 왜 발생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동의 39.9%가 자신이 말썽을 피워서라고 응답하고 있고 이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폭력의 경험을 자신의 잘못으로 정당화하는 것으로 아동의 권리 교육이나 인권 교육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질문6) 그렇군요. 아동학대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이 어떤 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셨는데요. 어떤 결과가 나왔습니까?

-아동학대에 대해 학부모의 96.0%가 알고 있을만큼 아동학대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은 상당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초등학생을 주로 양육하고 있는 40대에서 인식은 더욱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아동학대에 대한 홍보나 교육이 상당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인식에 비해 학대 아동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에 대해서는 35.9%만이 알고 있다고 응답해 적극적 대응은 미흡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질문7)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은 다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요.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은 모른다'라는 응답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아동학대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들, 어떤 곳이 있는지도 소개해 주시죠?

-부산지역에는 아동학대 예방과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아동보호종합센터와 동부, 서부, 남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습니다. 아동학대 발생시 112로 신고하면 이들 기관들과 연계되어 상담과 치료, 서비스 지원 등 다양한 도움을 받을수 있습니다. 

질문8) 아동학대는 의무적으로 신고해야하는 신고의무자가 있습니다. 우선, 어떤 분들이 신고의무자인지, 설명을 주시죠?

-아동학대 처벌법에서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를 지정하고 있습니다. 아동관련 시설 종사자는 물론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교육원 및 강사, 구급대원, 의료기관 종사자 등 25개 직군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직간접적으로 아동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다면 대부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질문9) 그렇다면, 이번 조사에서 신고의무자들은 아동학대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까?

-신고의무자들은 학대 아동을 접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아동학대에 대해 누구보다 민감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신고의무자의 아동학대 인식은 전반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신고의무자의 직업 유형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동관련 시설 또는 아동복지 시설 종사자의 인식이 상당히 높은 반면, 학대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의료기관 종사자들과 구급대원의 인식이 가장 낮아 이들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10) 말씀을 들어보니, 신고의무자 제도는 강화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신고의무자들은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주요한 주체이며 아동학대 발생시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신고의무자의 책임성을 보다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비율은 29.4%에 불과합니다. 이는 58.3%인 미국이나 68.0%인 일본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신고의무자의 적극적인 신고와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11) 그렇군요. 이번에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서 여러가지 정책대안들을 제시하셨는데요.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동학대 예방인데요. 예방적 측면에서, 어떤 정책들이 시행됐으면 합니까?


-아동학대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입니다. 또한, 인식의 변화는 교육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조사를 통해 교육이 인식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가늠해 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교육은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아동학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가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심각한 아동학대가 다수 발생하면서 미취학, 장기결석자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양육수당 미신청자, 사회보험료 체납 등의 데이터 조사를 통해 고위험 가족과 아동을 조기 발견하고 지원하는 시스템 마련도 필요합니다. 

질문12) 일단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조치하고, 회복하는 일이 중요할텐데요. 사후관리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겠습니까?

-아동학대로 신고된 사례의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사례관리를 하고 있지만 사례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사례관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는 재학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사후관리는 매우 필요합니다. 
따라서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학교의 담임교사를 통해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생활상황을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지역사회의 사회복지사, 아이돌보미, 대학생 등 자원봉사단, 아이돌보미 등을 활용하여 피해아동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질문13) 끝으로 아동학대 문제와 관련해, 정리의 말씀, 한말씀 주시죠?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지만 일반가정에서도 학대는 어쩌면 굉장히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아동학대가 교육이나 체벌이 아니라 폭력임을 인식하고 단순히 신체적 폭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언어적 폭력을 포함하는 것임을 인지하고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경우 단순히 가정사로 치부하지 말고 신고를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주변에 큰소리가 나더라도 그냥 가정사로 그려러니 하는 태도가 아동학대를 방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동학대는 저항 능력이 없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폭력, 방임 등의 가해 행위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아동의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입니다. 우리 모두가 방관자가 아닌 감시자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앵커멘트) 김 박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성평등연구부 김혜정 박사님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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