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파', '고터'란 말들을 들어보셨나요? '생파'는 생일 파티, '고터'는 고속터미널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요즈음 10대 청소년들이 자주 쓰는 용어인데, 몰랐다고 실망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줄임말을 할 줄 모르고 사는 게 정말 속편한 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아동복을 판매하고 있는 한 가게 주인의 귀를 의심하게 만든 일이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주고받는 대화였는데, "휴거 아이들 너무 수준이 떨어지는 것 같아", "맞아, 휴거랑은 상종도 하지 말아야 해"...가게 주인은 무척 궁금했습니다. 6살 남자 아이를 키우던 터라 손님에게 물었습니다. "휴거가 도대체 뭐예요?" 돌아온 대답은 가게 주인의 혀를 차게 만들었습니다. "휴먼시아 거지요", "아직 모르셨어요?"

 그렇습니다. '휴거'는 '생파'와 '고터'처럼 휴먼시아 거지의 줄임말로 통했습니다. 휴먼시아는 임대아파트로, 이곳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과는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전셋집에 살고 있는 가게 주인은 너무나 속상했습니다. 집 장만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렵다는 요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이 혹시나 친구들로부터 저런 말을 듣고 상처를 받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집단 따돌림, 집단 괴롭힘을 일컫는 '왕따'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합니다. 부산의 여중생들이 또래를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사건은 전국민을 경악케 했습니다. 가해 학생들의 폭력성은 과연 누구에게서 보고 배웠을까요? 이쯤에서 이런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휴거'에 숨겨진 뜻과 같이 우리 어른들이 만든 줄임말이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아이들의 마음가짐까지 없애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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