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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획기적인 학교폭력 대응책, 기대도 안하지만...
유상석 기자 | 승인 2017.09.13 07:28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무려 관계기관 장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학교폭력 대응책을 마련한다고 하니까요. 엄청나게 획기적인 대책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뉴스거리 하나는 나오지 않을까. 이런 기대가 있었죠.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습니다. 그래서 제가 뉴스 리포트가 아닌 기자수첩을 쓰고 있는 것이고요.

학교폭력과 관련있는 정부부처들의 최고 책임자들이 대책이라고 내놓은 걸 보면, 새로운 건 하나도 없습니다. 새로운 게 있어야 뉴스일텐데요. 새로운 게 없으니, 뉴스로 다룰 수가 없죠.

내용 좀 보겠습니다. 일단 법무부는 관련 법령 개정 여부를 살펴보겠답니다. 여기까진 좋습니다. 그런데 청소년 보호관찰제도 내실화를 위해 명예 보호관찰관 제도를 도입하고, 경찰과의 정보공유 강화를 하겠답니다. 지금까지는 청소년 보호관찰을 주먹구구식으로 했다고 고백이라도 하는 건가 싶습니다. 그보다, 정규 관찰관으로도 통제가 안되는데, 명예 관찰관을 도입해 뭘 어쩌겠다는 걸까요.

경찰청이 내놓은 방안은 전혀 새로울 게 없습니다. “소년범 수사원칙을 준수하면서도, 중대한 범죄, 상습·보복성 폭력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하는 한편, 소년범들에 대한 보호·선도까지 병행해 나갈 것”이랍니다. 역시 지금까지는 엄정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고백이라도 하는 걸까요.

방통위는 인터넷 업계의 자율조치와 자정작용을 이끌어내겠답니다. 인터넷에 무자비한 폭력 동영상이 무방비로 올라오는데도 아직까지 자율, 자정 타령입니다. 여전히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거죠.

문체부의 방안은 가장 황당합니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내놓은 게 청소년들을 위한 ‘예술체육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답니다. 그냥 헛웃음만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가족부는 적극적인 부처 간 정보공유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내부에서의 협업을 강화하고, 학교·관련단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답니다. 차라리 아무리 생각해도 남 탓 외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고백하는 게 나을 뻔 했습니다.

교육부의 현실 인식도 저를 당황시켰습니다. 사실, 관계 장관 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 기자들을 상대로 사전 브리핑을 했거든요. 이 때 한 교육부 관계자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청소년폭력이 인터넷과 SNS의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건 최근에 새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 당황스럽다”고요. 아니, 10년도 더 전에 다음이나 네이버 카페에 따돌림 당하는 학생의 이름이 들어간 ‘000 안티 카페’가 성행해 문제가 됐었는데, 뭐가 새롭다는 걸까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런 사실을 몰랐고, 대응 방안도 당연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 아닌가요.

이제 새롭고 획기적인 예방책은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범죄소년들을 엄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이나 해 주세요. 비행소년이 아닙니다. 소년법상의 용어도 ‘범죄소년’입니다. 소년이든 성인이든 죄를 지었으면, 그 벌에 따른 응당한 책임을 지면 될 일입니다.

그리고 인터넷 유포를 통한 2차 피해나 막아주세요. 자율 너무 좋아하지들 마시고, 폭행 동영상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행정력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해 주세요. 법적, 제도적 근거가 미약하면, 그 근거를 마련해주세요. 

한 가지 더,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대응책이 생각나지 않는 부처는 “다른 부처를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방침을 세워주세요. 괜히 엉뚱한 발언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지 말고요. “관련 부처와의 협업이 필요하다”가 아닌 “관련 부처를 우리가 적극 돕겠다”는 입장을 세우라는 겁니다.

그렇게만 해도 여론의 지탄은 줄어들지 싶습니다. 새로운 대응책을 마련하진 못하더라도, 기본적인 정책이나마 잘 펼치길 바랍니다.

유상석 기자  listen_well@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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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수철 2017-09-20 19:41:45

    청소년범죄를 엄중히 다스려야합니다. 가해청소년은 죄의식이 없습니다. 이는 교육 중에서 가정교육의 영향입니다. 가해 청소년의 부모도 처벌하는 양형제도가 꼭필요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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