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포족'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 휴식을 포기할 정도로 바쁘고 고달픈 삶을 사는 현대인을 가리키는 신조어라고 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과 과도한 업무로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이들도 많다. 뇌출혈 환자와 건강한 사람 3천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하루 13시간 이상 근무자는 뇌출혈 위험이 2배 가까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인들은 다른 나라 직장인들에 비해 훨씬 일을 많이 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정부 발표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OECD 평균보다 1년에 43일 더 일을 하고 한국의 노동시간은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길다. 오래 일하고도 평균 실질 임금은 OECD 국가 평균의 7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은 많이 하고 대우는 못받는 것이 우리 직장인들의 현실인 셈이다.

특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게임업체 직원들과 우체국 집배원들의 경우 과로와 야근으로 몸을 돌보지 못해 돌연사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집배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천 8백 69시간으로 지난해 한국 근로자들의 평균 노동시간 2천 69시간보다 훨씬 길다. 말 그대로 “별 보고 출근하고 달 보고 퇴근하는 근로자가 바로 집배원들이다. 버스 운전기사들도 하루 평균 12시간 일하고 장시간 노동으로 졸음 운전에 늘 노출돼 있다. 필자의 경우는 고속버스를 타도 운전기사가 혹시 졸음운전하는 것은 아닌지 살피느라 편안하게 눈을 붙이지 못한다.

문제는 회사에 오래 남아 있고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도 노동 생산성은 꼴찌 수준이라는 점이다. 직장인들의 가성비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다. 정말 '개'처럼 일하고도 성과가 없다고 욕먹는 직장인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무조건 노동자들에게만 전가하는 것도 옳지 않다. 잘못된 산업 구조와 인력 배치 등 외적인 요인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는게 타당하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일자리를 나누고 초과 근무를 줄이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 회복도 이끄는 첫 걸음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기업이 인력 한 명을 채용하는 것 보다는 연장 근무나 초과 근무 수당을 주는 게 더 비용이 남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개입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과 인력 증원 등으로 중소 하청업체와 소상공인들이 받는 타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래저래 정부로서는 골치가 아플 수 밖에 없다.

요즘 직장인들은 이런 말들을 많이 한다고 한다. "죽도록 일한 당신, 진짜 죽을 수도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일을 그만두지 못하다가 결국 삶을 그만 두게 됐다”... 한국 노동자들의 서글픈 자화상을 잘 보여주는 말들이다. 모든 것을 얻어도 건강을 잃으면 다 소용 없다고들 한다. 건강이 나빠지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큰 고통을 겪지만 가족 등 주변에도 피해와 걱정을 끼친다.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것을 가리지 않았던 일상 생활에 큰 제한이 가해지고 삶의 질 자체가 크게 저하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몸 이곳 저 곳에 이상 신호가 온 필자도 요즘 마음이 무겁다. 죽도록 일하지 않으면서도 회사에서 인정 받고, 건강도 잘 돌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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