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을 접하신 청취자·독자 여러분, 당황스러우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수능 개편안 유예 소식 말입니다. “1년 유예라니. 이러려고 그동안 그렇게 시끄러웠단 말인가” 이런 생각 드실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교육부 발표 내용은 “4번에 걸쳐서 공청회를 진행한 결과, 교육주체들 간의 의견이 너무나도 팽팽하고, 사회적 합의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소통과 공론화 과정이 더 필요했다”는 겁니다.

도대체 이게 뭔가 싶어서 교육부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우리로서도 참 어려운 결정이었어요.” 오죽하면 이런 결정을 내렸겠느냐. 이런 얘기겠죠.

요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유행어 중에 ‘답정너’라는 단어가 있더군요. ‘답은 이미 정해놨으니, 너는 따르기만 해’ 대략 이런 의미로 쓰이는 듯합니다. 솔직히 저는 이 ‘답정너’와 같은 상황을 걱정했었거든요. 수많은 반대와 우려 속에서도 절대평가 제도 확대를 밀어붙인다면, 그 결정을 비판할 준비도 해놓고 있었습니다만, 어쨌든 교육주체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것이니까요. 뭐, 좋습니다.

그런데요,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럼 중3 학생들은 어떡하느냐는 거죠. 절대평가 확대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던 학생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뭘 어떡하긴. 수능 그대로 진행된다잖아. 선배들처럼 하면 되지.” 이렇게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예를 들면, 당장 내년부터 도입될 고교과목 ‘공통사회·공통과학’이 수능에서 출제되지 않는답니다. 분명 학교에서는 배우는데 말이죠. 골치 아프게 생겼습니다.

중2 학생들은 또 어떡하나요. 수능 개편이 1년 유예됐다는 말은, 중3이 아닌 중2 학생들이 ‘실험 대상’이 되게 생겼다는 얘깁니다. 이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일까요.

이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제 메일로 자료가 한 통 왔습니다. 자료 제목은 ‘수능 개편안 유예 발표에 따른 예상’. 모 사교육업체에서 보낸 겁니다. 중3 학생, 중2 학생이 어떻게 대비해야할 것인지, 자세한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교육당국은 대입 제도 개편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고민하지만, 사교육업체들은 ‘그래서 학생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이러니 학생과 학부모들은 사교육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경기도교육감 시절부터 ‘사교육이 필요 없는 공교육’을 강조해 왔습니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주장한 이유 중 하나도 ‘현행 대입 제도는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습니다. 글쎄요.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누가 만드는 걸까요. 위정자의 눈높이가 아닌 학생과 학부모의 눈높이로 바라보았다면 처음부터 이런 혼란이 생겼을까요. 답답해져만 가는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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