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식품의약 안전 부처의 수장의 신중하지 못한 입은 ‘살충제 달걀’보다 무서워

달걀에 살충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는 했지만 알고보니 만연한 일이었다.

우리나라 식품 관리가 그리 잘 돼 있지도 않고 먹을거리 가지고 장난을 쳐도 처벌은 약하기 때문에 별게 아닌 구조로 돼 있다.

그러고도 입만 열면 ‘먹을거리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은 엄벌해야 한다’고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이번 달걀 살충제 파동 역시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지나갈 것이고 해당 부처에서는 제도 개선한답시고 호들갑 떨다가 잊혀지길 기다릴 것이다.

우리나라 민족성은 남비근성이라지 않던가. 금방 화르르 타올랐다가 금방 잊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안한다는 거다.

기대도 안한다는 이야기다.

지금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지만 어디를 향해 분노하고 있는지 그 종착역이 없다.

살충제를 뿌린 농가인가? 이를 단속하지 못한 지방자치단체인가? 아니면 중앙부처 중 농림축산식품부인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인가?

콕 찝어 누구를 탓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살충제를 뿌려서라도 진드기를 없애고 달걀을 많이 생산해 돈을 벌고자 하는 농민들에게 근본적인 문제는 있다. 그런데 이 농민들에게 살충제를 제공한 자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유통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한 식품당국은 무엇하고 있었을까.

[류영진 처장은 모르면 말을 말라]

4년여 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식품·의약품 안전 문제에 중심을 두고 국민 먹거리와 보건 관리를 일원화하기 위한 명분 아래 보건복지부 외청이던 식약청을 국무총리실 소속인 식품의약품안전처로 격상시켰다.

이 격상이 의미하는 것은 식품을 비롯한 의약 등 국민들을 안전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선한 의지였다.

식약처의 위상을 높이면서 농식품부로부터 식품 위생·안전관리 업무를 흡수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조직의 위상이 축소될 것을 우려한 농림부의 반발이 이어졌고 합리적 업무보다는 이상한 구조로 바뀌어 버렸다.

생산 단계의 안전은 농식품부, 유통·소비 단계 안전을 식약처가 관리하는 이원화가 돼 버린 것이다.

국민안전은 뒷전이고 공무원의 힘겨루기, 부처 이기주의가 이런 구조를 만들고 말았다.

오죽 했으면 문 대통령이 나서 국무총리에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라고 했겠는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한다. 농림부도 식약처도 말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 초기 두 부처는 각자 대응을 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입이 싼 신임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산 계란은 안전하다"고 말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친환경 농가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됐다.

‘모르면 말을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제 갓 임명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아는 척 ‘국산 계란은 안전하다’는 말을 한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가벼운 처사다.

국민들의 식품 의약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의 수장이 신중하지 못하게 입을 놀리는 것은 무자격자에 다름 아니다. 아니면 임시방편으로 그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 자리가 어디 문대통령 당선의 공신들에게 잔치집 떡 나눠주기처럼 하는 자리인가?

제발 그 가벼운 입 좀 다물고 일로 승부하라. 모르면 모른다. 이제 잘 알아보겠다. 앞으로는 잘 하겠다. 이렇게 말하면 입에 종기라도 난다는 말인가? 장관급이라는 고위공직자의 입이 그리 싸서야 어디 쓰겠는가. 정신들 차려야한다.

국산 달걀은 안전하다고 장담했다가 ‘친환경달걀’이라고 상표가 붙은 달걀마저 살충제 덩어리라면 대충 사과하고 넘어 갈 일은 아니지 않는가. 이번 살충제 파문이 좀 잠잠해 지거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사과할 것인지부터 연구하라.

그 ‘싼 입’, ‘가벼운 입’을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고민하기 바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류영진 식약처장은 함부로 말하지 말라.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산 계란에서는 피프로닐이 전혀 검출된 바 없다"고 했지만 소비자연맹이 이미 4월 살충제 성분 계란 문제를 제기했고 농림축산식품부 자체 조사에서도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준비도 안 돼 있고 사전에 공부도 안했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식품안전관리 신뢰 잃어]

먹거리 문제는 생명의 문제다. 그만큼 민감하다.

국민들은 이런 여타의 일들이 농림부와 식약처로 나눠져 있는지 그런 건 알고 싶지도 않다. 식품의 생산 유통 관리가 농림부 소관이든 식약처 소관이든 관심 없다.

소관을 놓고 싸움을 하든 말든 안전하면 된다. 그런 시스템 구축은 정부부처끼리 할 일이다.

이번 살충제 달걀 사태로 정부의 식품안전관리는 신뢰를 잃었다. 국민들은 지금 어디 달걀뿐이겠느냐는 말을 하고 있다.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생산단계를 농식품부, 유통단계를 식약처가 담당하면서 식품안전관리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런 단계가 있어 오히려 서로를 견제하면서 식품의 안전망을 더 잘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꾸 기형적 이원화가 가져 온 문제인 양 포장하면 안된다.

이번 문제는 정부 부처, 즉 농림부가 관리하지 못했고 식약처가 제 역할을 하지 않은데 기인한다. 그냥 놀았다는 이야기다.

지금 같은 닭장에서는 살충제 없이 산란닭을 키우기는 힘들다. 그 좁은 곳에 몰아 넣어놓고 그저 달걀만 낳으면 되는 구조다. 이런 상황이라면 살충제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친환경’이니 ‘유기농’이니 상표는 붙여 놓고 버젓이 살충제를 뿌려대도 농림부도 지자체 누구도 관리하지도 단속하지도 않고 식약처는 ‘살충제 달걀은 없다’고 사기를 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식품의약품 안전처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일을 똑바로 못하겠거든 농림부와 보건복지부로 흡수되는 것이 옳은 일일 수도 있다.

달걀뿐이겠는가. 모든 먹거리를 안전하게 국민들에게 제공한다는 기본에만 충실하면 될 것이다.

오늘 들른 동네 마트 매대에는 달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뜻 고객 누구도 달걀을 집어 들지 않았다. 살충제 달걀 문제는 달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직접 관련이 있는 식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다. 이 불신을 누가 씻어야 하는가. 정부부처다.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국가가 존재하고 정부가 존재하는 거 아닌가? 누구든 그 역할을 맡았다면 입으로만 앞서가지 말고 그 역할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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