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첫 순방, 미국 방문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한미 두 나라 새 정부의 첫 정상회담을 마치고, 어젯밤 귀국했는데요.

동행 취재한 이하정 기자 나왔습니다.


1. 3박 5일이었나요. 이번 일정? 어젯밤에 귀국한 거죠?

=네, 지난달 28일에 방미길에 올라서, 워싱턴에서 3박을 머물고 어제 저녁 8시반쯤 서울공항에 도착했습니다.


2. 취임 51일만, 역대 대통령 가운데 취임 후 가장 빨리 미국과 정상회담을 가졌는데요. 한미 두 나라 정상이 굉장히 코드를 맞췄다는 느낌을 주는데. 어땠습니까?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저녁 백악관에서 부부 동반 환영만찬에서 첫 대면을 했고요.

이틑날인 29일 오전 단독.확대 정상회담과 공동 언론발표 순으로 본 회담을 가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만난 뒤 굉장히 코드가 잘 맞는 느낌이었다, 자신을 깍듯하게 대했고. 두 사람이 잘 맞는 느낌을 받았다고 소회를 밝혔고요.

트럼프 대통령은 베리베리베리굿. 그레이트 케미스트리. 굉장히 잘 맞다.. 이런 얘기죠. 문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에 대해 이렇게 수차례 언급했습니다.


3. 어제 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께 귀국 보고를 했어요.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면서요?

=비행기에서 도착 50분 전쯤 기자들에게 공지가 됐습니다. 
 
굉장히 피곤해서 다들, 말 그대로 뻗어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분주해졌는데요.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귀국 보고를 하겠다는 건, 그만큼 이번 방미에서 성과가 크다고 자평하는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 대해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긴 여정의 첫발을 뗐다고 평가했습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우의와 신뢰를 든든하게 할 수 있었다, 언제든 양국 문제로 대화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4. 대통령도 언급했습니다만, 이번 정상회담, 성과가 크죠?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 해법에 대한 미측의 이해와 지지 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정상회담 전 우려됐던 것이,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언급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한의 압박과 개입을 천명한 상태였습니다.

충돌할 수밖에 없는 해법으로 보였으니까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보여줬던 발언이나 행동들은 우리측을 긴장하게 했죠.

사드 문제를 놓고도 긴장감이 조성됐고요.

그런데 그런 우려들을 뒤로 하고, 두 정상이 회담 뒤 채택한 공동성명을 들여다보면 우리측 입장이 많이 반영이 됐습니다.

우리의 대북 기조가 힘을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한미 동맹 강화도 성명에 명시가 됐죠?

=이 부분, 한미 양국이 상당히 신경을 쓴 흔적들이 보입니다.

회담 전부터 두 정상은 한미 동맹에 대해 수위 높은 표현들을 써가며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위대한 동맹이라고 언급했고요.

문재인 대통령은 방미 기간 한미 동맹은 피로 맺은 동맹이다, 그냥 서류 한장에 사인한 그런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공동성명은 6개 항으로 이뤄졌는데, 그 중 맨 앞이 한미동맹 강화입니다.

두 나라는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외교.국방 2+2 장관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도 적시했습니다.


6. 청와대에선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한미 FTA 재협상의 가능성을 남긴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공동성명이나 두 대통령의 언론발표에서 한미 FTA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용상은 향후 재협상할 여지를 남긴 것으로 분석됩니다.

우선은 정상회담이 끝나고 두 정상이 공동 언론발표를 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7분 중에 상당 부분을 경제 부분에 할애했습니다.

그리고, 회담이 끝나고 트위터가 곧바로 올린 트위터 글을 보면, 새로운 딜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는데. 맥락상 새로운 딜이란 건 한미 FTA로 해석되고요.

외신들도 일제히 이 부분을 강조해 보도했습니다.

다만, 청와대측에선 한미 FTA 재협상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 부분은 워낙에 분야가 방대하고, 그동안 정상외교가 가동되지 못하는 동안 서로의 오해가 커서 그런 부분을 해소하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쪽에서는 선을 긋고 있지만, 한미 FTA 재협상 문제는 언제든 거론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숙제로 남게 됐습니다.


6. 일각에서, 대북 문제는 우리가 받고 경제 부문은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 과도한 건가요?

=공동성명이 늦게 채택되면서 이런 의심들이 더 나왔습니다.

통상 공동성명은 회담 직전이나, 직후에 나오는데요. 말 그대로 회담 끝나고 작성하는 것도 아닐텐데. 왜 이렇게 늦게 나온거냐..

회담과 공동 언론발표가 끝나고도 7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으니까요.

공동 언론발표를 지켜보는 워싱턴 프레스룸 분위기는 상당히 긴장되고, 회담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공개되는 회담 시작 부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한미 FTA에 대한 비판을 했고, 문 대통령 표정은 굳어 있었고요.

회담 끝나고 언론발표에서도 트럼프는 거의 경제 얘기만 했죠.

성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예상되는 상황이 경제, 그러니까 실리를 내주고 안보, 명분을 받았구나...였습니다.

성명이 늦게 나온 건 백악관 결제가 늦어져서였습니다.

청와대 측이 백악관에 독촉하기까지 백악관 비서실장은 사인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고요.

성명을 재촉하는 국내 기자들, 이 재촉을 받은 청와대 측이 백악관에 독촉을 하고 나서야, 최종 사인이 나면서 공동성명은 7시간만에 나오게 됩니다.

성명이 늦게 나온 배경이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는데, 성명에 free라는 단어를 미측이 빼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설명하는 내용인데, 보호무역주의자인 트럼프가 이 단어를 꺼렸다는 얘깁니다.


7. 문 대통령, 이번 첫 공식 일정이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였는데, 미국 내 반향이 크다고요?

=장진호 전투가 미군과 유엔군 희생이 컸던 전투였고, 이걸로 흥남부두 철수 작전이 가능했기 때문에,

미군과 문재인 대통령 모두에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여기서 한 연설엔 개인적인 소회들도 많이 담겨있습니다.

문 대통령 부모가 흥남부두 철수 작전을 통해 빅토리호에 올랐던 피난민 9만여명 중 일부였는데요.

배 안에서 문 대통령 어머니가 미군이 나눠준 사탕을 받은 얘기라든가, 이런 구체적인 경험들이 연설에 포함됐습니다.

미 해병대가 문 대통령의 일정을 생중계했는데, 조회수가 상당히 많고, 현지인들의 댓글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8. 문 대통령, 이번 방미 기간 트럼프 대통령 뿐 아니라 미 정부 인사들을 두루두루 만났죠?

=펜스 미 부통령과 오찬을 함께 했고, 앞서 미 상하원 지도부와도 잇따라 면담했습니다.

특히 미 상원 국방위원장인 존 메케인 의원은 두 번이나 만났는데, 상원 지도부 간담회에서, 그리고 영빈관에서 별도의 면담을 가졌습니다.

메케인의 경우, 문 대통령 취임 후 방한해서 문 대통령 예방을 추진하다가 일정이 안맞아서 못 만났었는데, 이른바 홀대론을 일본 언론에서 제기하기도 해서 이번 면담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9.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 경계...이번에도 좀 드러났다면서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기자들과 사이가 안 좋은건 다 알려진 사실인데, 이번에 정상회담 취재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을 좀 비꼬아서 취재진이 별로 기분이 좋진 않았습니다.

사실 한국 언론은 들어가는데 제한이 있었고, 미국 언론들이 취재를 많이 했는데요.

취재과정에서 카메라 기자가 밀리고, 좀 혼잡한 상황이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당신네 기자들 친절해서 좋겠다고 비꼬았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미국 기자나, 한국 기자나, 트럼프 대통령에겐 불편한 존재인 거 같습니다.


10. 김정숙 여사의 내조외교도 돋보였는데요?

=김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만찬, 동포 간담회 등 문 대통령 공식 일정에 함께 한 것과 별도로 노인복지시설 등 별도 일정도 가졌는데요.

30일 워싱턴의 치매 치료전문 노인복지시설에 들러선 미술치료를 참관하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패션외교도 눈에 띄었는데, 노인복지시설에 방문할 땐 노인공경의 의미를 담은 공경할 ‘제’자와 할미새, 앵두나무 그림이 그려진 블라우스를 입었고요.

전직 주한대사와 주한미군의 배우자 모임에는 분홍색 한복 장옥을 걸치고 갔는데, 행사 뒤 토머스 허버드 전 대사 부인이 옷이 예쁘다고 칭찬하니까, 그럼 드릴게요..라며 즉석에서 옷을 벗어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옷을 받아 입은 허버드 대사 부인은 진심으로 좋아하는 표정이었습니다.


11. 두 정상의 악수.. 무난했나요?

=무난했습니다. 횟수로는 5번이었는데, 기싸움 같은 건 없었고요.

특히, 문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악수 얘기를 직접 하기도 했습니다. 기자들이 관심 많다고..

그랬더니 트럼프 대통령은 하도 악수에 대해 주목해서 이제 악수할 때 신경쓰인단 언급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경우, 참모진이 악수에 대한 어떤 조언을 할까 고민도 했다는 후문입니다.


12. 문 대통령 내외와 같이 들어온 문화재도 있던데요?

=문정왕후 어보인데요.

어보는 왕과 왕비 등을 위해 제작된 의례용 도장인데, 이번 방미 때 환수절차가 마무리되서 대통령 전용기 편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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