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과 함께하는 행복한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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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 산책행사 후 다시 동물병원으로 가야 할 시간. 헤어짐을 직감하는 유기견들)

■ 방송내용(17.5.30.화) 팟캐스트 다시듣기 ■

 

(제공 = 서울시 시민건강국 동물보호과)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하기로 한 유기견 ‘토리’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람들이 외면하던 이 강아지는 최초의 ‘유기견 퍼스트독’이 돼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그야말로 ‘견(犬)생역전’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토리 덕에 유기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지만 우리나라의 유기동물 실태는 아직 갈길이 멉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은 모두 82,082마리 입니다. 개와 고양이, 기타 동물을 포함한 수치입니다. 이 가운데 원래 소유주가 되찾아가는 비율이 약 15%, 새 가족에게 입양되는 경우가 32% 정도 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약 20%에 해당하는 16,421 마리의 동물들이 안락사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동물보호법 제 17조에 의거, 유기 또는 유실동물이 발생하면 10일의 공고기간을 거칩니다. 원 소유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해당기간 동안 재입양이나 안락사 등을 금지합니다. 이 10일이 지나면 유기동물의 소유권이 해당 지자체에 넘어가고, 이후에 안락사 등의 방법으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유기동물 발생 건수가 2010년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관련부서와 여러 시민단체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진행중인 '유기견과 함께하는 행복한 산책'도 그중 하나입니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동물보호과 배진선 주무관>

유기견들이 서울시에서 8천마리 이상 발생해서 유기견들에게 새로운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기획된 사업이고요. 작년 가을에 처음 시작하고 올해 경의선 숲길과 장충단공원, 반려견 놀이터 세 군데에서 진행됩니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주셔서 유기견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해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하기로 한 토리를 보호하고 있는 단체 ‘케어’와 ‘사단법인 위드햅’ 등 4개 시민단체가 함께 사업을 진행합니다. 10월까지 평일과 주말 낮 12시에 장충단공원, 월드컵공원 내 반려견놀이터, 경의선 숲길 세 곳에서 열립니다. 

 

각 행사장에는 10여 마리 정도의 유기견들이 나옵니다. 언제라도 입양이 가능하도록 건강 검진과 예방 접종을 마친 상태입니다. 이 아이들과 산책을 원하는 시민 누구나 현장에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산책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진행되고, 마음이 맞는 유기견이 있다면 입양 상담이 가능합니다. 

취재를 다녀온 경의선숲길공원. 점심시간에 그곳을 지나는 많은 직장인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유기견들과 산책한 시민들>

저도 개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런 일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고... 저희 개랑 산책할 때처럼 좋아하는 건 똑같은데 (유기견들은) 자주 못 나오니까 더 신나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고 그랬어요.

강아지들이 너무 귀엽고 괜찮은데, 여기 얘기 들어보니 트라우마도 있었다고 하고... 이런 것들이 불쌍해 보였고요. 지금은 애들도 있고 시기적인 건 안 되는데, 정말 기회가 된다면 입양 받아서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처음에는 다들 귀여워하다가도, 유기견들의 딱한 사연을 듣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사람에게 학대받고, 버려진 개들이지만, 여전히 사람의 품을 그리워하고 꼬리치고 있었습니다.

한껏 멋을 내고 나온 유기견. 아직 제대로 된 이름이 없다

산책을 하다 마음이 맞는 유기견을 봐도 바로 입양할 수는 없습니다. 충동적 입양에 자칫 또다시 유기될 수 있는 까닭에서입니다. 적어도 두 번 이상 보고 입양을 신청할 수 있는데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입양신청서에 있는 문항 수만 서른 가지가 넘습니다.

<위드햅 윤채옥 팀장>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책임감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처럼 책임감 있게 끝까지 데려갈 수 있는 분. 경제적 여건도 무시할 수가 없어요. 가족 관계를 보는 게 사실 혼자 살거나 신혼부부 같은 경우 아이가 생겨 파양되는 상황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가족 관계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이미 한 번 상처를 받은 개들이기 때문에 순간의 기분에 입양을 결정해서는 안됩니다. 대부분이 학대받거나 유기될 당시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있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책임감이 없다면 입양을 하지 않는 게 훨씬 낫습니다.

두 시간의 산책행사가 끝나고 각 유기견들을 관리하고 있는 보호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짧은 행복 뒤 생이별의 순간입니다. 개들도 그 순간을 직감합니다. 보통 개들은 목줄 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벗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케이지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켜보는 이들도 마음 아파합니다.

<위드햅 원종지>

다시 가둬둬야 한다는 점이 마음이 아프죠. 어쩔 수가 없으니까 입양을 빨리 가는 게 제가 해줄 수 있는 최고라... 항상 들어갈 때마다 마음이 아파요. (입양 보낼 때 어떠세요?) 굉장히 뿌듯하죠. 한 생명을 살렸다는 거가 중요한 것 같고. 새 삶을 찾아줬다는 거에 대한 뿌듯함이 있어요.

한 자원봉사자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안타깝잖아요. 생명이 있는 애들인데 아직 한국은 동물에 대한 인식이 직설적으로 말하면 후진국스러워서 학대 당해도 사람들이 처벌도 안 받고, 저렇게 버려지고 공고기간에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 되니까 안타까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케이지에 들어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유기견. 다행히 새 가족에게 입양됐다.

 

현장에 있던 유기견들 중에 유독 눈에 밟히는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몽실이' 입니다. 생긴 것도 다른 개들에 비해 꼬질꼬질하고 숫기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추가 취재를 위해 몽실이를 보호하고 있는 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에서 만난 몽실이는 공원에서와는 반대로 꼬리를 흔들며 사람을 반겼습니다. 동물병원 원장에게 몽실이의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몽실이는 한 5,6년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거의 쓰러져있는 애를 동네 분이 데려온 개에요. 당시 골반 부분이 완전 골절돼서 쓰지를 못했어요. 어떻게 치유가 돼서 저희 병원에 계속 있는거죠. 당시 교통사고 또는 물리적 타격 때문인지 밖에 나가는 것을 상당히 두려워합니다. (현재 건강 상태는..?) 그렇게 큰 문제는 없습니다. 골반을 다쳤기 때문에 무리해서 뛰지만 않으면... 오히려 사람을 잘 따르고, 자기 나름의 소신이 있는 개라.

일단은 안락사는 저는 안중에 안 두고 있습니다. 어려워요 생각보다. 근본적으로 유기견이 안 생겨야겠죠.
 

유기견 몽실이

사실 몽실이의 부상이 교통사고 때문인지, 학대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때의 기억에 외부에서는 더 긴장하고 주눅이 드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행이 몽실이는 좋은 동물병원 원장을 만나 5년 넘는 시간동안 보살핌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만 시간을 보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취재 도중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책임감’입니다. 몽실이를 보호하고 있는 동물병원 원장은 이 책임감을 강조합니다.

유기견에 대해서 가장 중요한 인식은 사람의 경우 자식들이 빨리 커서 어른이 되길 바라는데, 개나 고양이는 어릴 때의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길 바라고 있다고요. 그러다가 크면 안 예쁘다고 크다고 버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고양이도 생명체고 늙고, 병들고 힘들어 질 수도 있다는 걸 감안하시고 감내하실 수 있는 분들만 키우셨으면 좋겠습니다.

못생긴 유기견 토리는 운좋게 청와대로 갑니다. 하지만 토리와 같이 버려지고 상처받은 유기동물이 여전히 8만 마리가 있습니다. 이제는 유기견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도 필요합니다. 취재 후기를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몽실이와 유기견들의 모습이 아른 합니다.

서울 공덕역과 대흥역 사이 경의선숲길공원에서 몽실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해당 장소에서 위드햅이 진행하는 행사는 6월까지 열립니다. 새 가족이 나타나 다시 사랑받기를 원하는 몽실이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 남짓입니다. / 아침저널 최선호 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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