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학회가 27일 로봇 기술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4차 산업시대 불교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세 번째 워크숍을 개최했다.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출신으로 한국로봇올림피아드 기술위원장이기도 한 김동한 경희대 전자정보대학 교수는 6개월 동안 8개의 로봇기업을 인수했던 구글의 사례로 강의를 시작했다.

구글이 관련 기업 인수를 통해 로봇산업에 역량을 집중한 것은 4차 산업 혁명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서는 로봇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와 설명이 부가적으로 필요하다. 김 교수는 “로봇은 사람의 명령에 따라 스스로 동작하는 자동화된 기계이며, 센서와 제어기, 그리고 행동할 수 있는 ‘액추에이터’가 로봇의 3대 요소”라고 정의했다. 인간의 신체로 비유하자만 센서는 눈과 귀, 코 등 감각기관이고, 제어기는 인간의 두뇌라면, 액추에이터는 손과 발 등 행동기관이다.

즉 인공지능과 네트워크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가진 구글은 4차 산업 시대에 이뤄질 대대적인 산업재편에 앞서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했다는 뜻이다. 이는 기존 자동차 회사에게는 위기 이지만, IT 기업에게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르면 5년, 늦어도 10년 내에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혁신적인 로봇기술은 무인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04년도에 무인자동차경주대회가 시작돼, 이듬해인 2005년에 서울 중심에서 수원 정도의 거리를 무인자동차로 완주하는 미션수행을 성공했다고 한다. 우승상금 10억 원의 무인자동차 대회가 2004년도에 처음으로 시작됐고, 구글은 이때의 인재들을 영입해서 2011년도에 무인자동차 구글카를 시장에 내 놓았다고 한다. 이듬해인 2012년도에 구글은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무인자동차 시험을 완료함으로써,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의 상용화를 사실상 마쳤다.

김 교수는 무인자동차는 우선 화물트럭에서 제일먼저 상용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잠을 자지도, 쉬지도 않고, 어두운 밤길에 제약이 없고, 24시간 물류를 배송해야하는 운송 분야에서 무인차는 인간을 압도한다. 교통정체가 없는 새벽에 복잡하지 않은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고, 화물의 특성상 인명피해에 대한 부담감도 적다. 화물트럭을 시작으로 택시, 그리고 가장 나중에 버스가 무인자동차로 대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10년 내 운전면허증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불을 보듯 자명한 대규모 해고와 일자리 박탈이다. 잠을 자지도 쉬지도 않고, 인간보다 뛰어난 감각기관과 지능을 가진 기계에 의해 인간은 직업을 잃고, 현재의 산업과 사회 전체는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또 다른 4차 산업혁명 관련 강연을 취재했는데, 이때 이각범 KIST 명예교수가 강조한 4차 산업혁명의 정의가 새삼 떠오른다. 이 교수는 1차 산업혁명 당시 인간의 근육이 증기기관이라는 기계로 대체 됐다면, 4차 산업 혁명 시대는 인간의 근육에 이어 두뇌까지 기계로 대체되는 혁신의 시대라는 발언이 가슴에 와 닿았다.

사실상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문제는 우리사회의 윤리와 철학, 법규가 기술발전 속도 보다 더디 다는데 있다.

동국대에서 열린 한국불교학회의 ‘불교와 4차 산업’ 워크숍에 참가 한 후, 한국불교학회장 성운스님과 인터뷰를 했다. 스님은 새 시대의 화두는 불교사상에서 새 가치관이 정립될 수 있다며 신 없는 시대에 신 없는 종교인 불교가 새 시대의 윤리를 선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가장 이성적인 종교인 불교가 새 시대 새로운 윤리관 정립에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도 읽혔다.

한국불교학회가 불교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도전적인 과제에 나서는 데에는 김성철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의 수고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들었다. 김 교수는 서울대 치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출신으로 뒤늦게 동국대에서 인도철학을 공부하며 불교학자로서의 새로운 길을 걸었다. 이과 출신인 불교학자로서 관련 강사 섭외와 주제선정에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철 교수가 의사에서 불교학자로 전직을 한데에는 작고한 부친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부친은 서울대 교수를 지낸 저명한 학자이자, 정말 신심 깊은 불자였다. 필자는 학부 때 김성철 교수로부터 연기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불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불교가 이렇게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종교이자 철학이라는 그 때의 강력한 충격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의과대학 식으로 이해에 앞서 암기를 강조하고, 매일 시험을 보는 힘든 강의였지만, 20년 이 지나 아직도 12연기가 머릿속에 생생하니 김 교수의 강의는 성공한 셈이다.

한국불교학회는 다음달에 ‘스마트시티’와 7월에 '가상과 증강현실'을 주제로 두 차례 더 워크숍을 연 뒤, 오는 12월에 ‘불교와 4차산업’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 예정이다.

동양정신문명을 대표하는 불교가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사회에 어떤 해법과 가르침을 전해 줄 수 있을까?  과학의 시대, 신이 없는 시대에 불교의 진정한 가치와 역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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