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산(五峰山)의 옛이름 청평산(淸平山) 되찾아야...고려 이자현, 조선 김시습의 옛자취

*방송: 춘천BBS <아침세상 강원>
*앵커: 박경수 부장
*출연: 권혁진 소장 (강원한문고전연구소)
*방송시간: 2017년 5월 18일(목) 8:30 ~ 8:55
*방송주파수: 춘천 FM 100.1 MHz, 속초 93.5 MHz, 강릉 104.3 MHz

 

청평사 전경

 

[다음은 방송 전문입니다]

 

▽박경수 앵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하는데요, 과거사를 짚어보며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 갖지요. 목요일에 만나는 '역사와 시사', 오늘도 강원한문고전연구소 권혁진 소장 함께 합니다. 권혁진 소장님 안녕하세요?

▶권혁진 소장:

네 안녕하세요

 

▽박경수 앵커:

지난주 방송을 한 뒤에 방송에서는 피드백이라고 하는데, 청취자들의 호응이 많이 전해지더라구요. 특히 “목민관은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회자되던데요. 어떠셨어요?

▶권혁진 소장:

다산 선생은 「원목(原牧)」이란 글에서 ‘목민관이 백성을 위해서 있는 것인가, 백성이 목민관을 위해서 있는 것인가?’라고 묻곤 ‘목민관은 백성을 위하여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말이 청취자들 사이에서 회자가 된다는 것은, 여태까지 ‘백성이 목민관을 위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새 정부에서는 이런 구절이 회자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박경수 앵커:

다산 선생이 많은 책을 지었습니다만 그 대목이 실려 있는 게 ‘원목’이잖아요. ‘원목’에는 어떤 글들이 실려있나요?

▶권혁진 소장:

이런 대목도 눈길을 끕니다. ‘옛날에는 법이 다 백성의 편의와 이익을 위하여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임금은 높고 백성은 낮으며, 아랫사람 것을 긁어다가 윗사람에게 붙여주는 경우가 되어, 백성이 목민관을 위하여 있는 양상이 되었다’라고 비판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국민의 편의와 이익을 위한 법을 강조한 대목입니다.

 

▽박경수 앵커:

불과 2백년전에 쓰신거예요. 조선말 위정자들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네요. 다산 선생이 유배가 끝나고 나서 춘천에 왔다갔잖아요. 조카 결혼 때문에 왔는데, 춘천에 왔다가 청평산에도 들렸다는 기록이 있네요?

▶권혁진 소장:

1820년에 큰 형의 아들과 샘밭의 경주 이씨 집안 사이에 혼례가 있어 함께 왔다가 청평사에 들려 하룻밤을 지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시를 여러 편 짓는데, 청평계곡에 있는 폭포 네 개(경운대폭포, 구송정폭포, 와룡담폭포, 서천폭포)에 대한 시는 청평계곡을 더 풍성하게 해 주었습니다. 대부분 폭포하면 구송폭포만 이야기하고 안내판도 구송폭포에 대한 것만 있는데, 다산 선생께서 보시면 혀를 차실 겁니다.

청평사 와룡폭포

▽박경수 앵커:

다산 입장에서는 청평산은 꼭 와봐야 할 곳이었을 거예요. 청평산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고려 이자현의 역할이 컸다고 여러 차례 얘기를 해주셨는데, 이자현이 어떤 분인지 다시 한번 설명을 좀 해주세요.

▶권혁진 소장:

다산 선생은 유배에서 돌아온 후 배를 타고 유유자적 사는 일민(逸民)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일민이란 학문과 덕행이 있으나 세상에 나가 벼슬하지 않고 유유자적하며 사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자현은 고려 전기 때의 사람으로, 출세 길이 보장된 문신귀족이지만 벼슬을 버리고 청평사로 와서, 검소하게 생활하고 절제하며 청정한 것을 즐거움으로 여기다가 돌아가신 분입니다. 청빈(淸貧)과 무욕(無慾)으로 후대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되고, 이 분 때문에 청평산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됩니다.

 

▽박경수 앵커:

37년간을 청평산에서 지내신 거죠. 지난 일요일에 이자현 선생을 기리는 헌다례가 있었어요. 저는 그 전에 올라가봤습니다만 청평사 위쪽에 청평식암이라는 곳에서 헌다례가 열린거죠?

▶권혁진 소장:

이자현 선생은 선동 골짜기에 있는 식암(息庵)에서 주로 머무셨고, 그 옆 계곡에는 찻물을 뜨던 유적이 있습니다. 이 공간이 청평산에서 제일 중요한 공간입니다. 그래서 이자현 선생을 추모하는 헌다례를 식암터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자현 헌다례제

▽박경수 앵커:

조금 다른 얘기가 되겠습니다만 저는 청평사가 있는 산이 오봉산으로 불리잖아요. 봉우리가 다섯 개라고해서 그렇게 부르는데, 원래 이름은 청평산이예요. 그 좋은 이름을 다시 복원해야하지않을까 싶은데 소장님도 같은 생각이시죠?

▶권혁진 소장:

청평산이 전국에 널리 알려진 명산이 된 이유는 경치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고상하고 뛰어난 이들의 자취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자현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 매월당 김시습 선생이 청평사 세향원에 거주하면서 청평산이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청평산은 이렇게 오랜 역사와 문화적 의미가 담겨져 있는 이름인데, 언제부터인가 오봉산으로 바뀌었습니다. 당연히 청평산으로 바꿔야 합니다.

 

음각을 가리키는 권혁진 소장

▽박경수 앵커:

당연히 바꿔야지요. 내년 지방선거때라도 요구를 해서 후보들이 공약에 넣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장님! 끝으로 오늘이 우리 현대사에 잊을 수 없는 날이잖아요. 5.18...광주 민주화운동기념일입니다. 올해 5.18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거 같애요. 한 말씀 해주시죠?

▶권혁진 소장:

동학의 2대 교주인 최시형(崔時亨) 선생은 ‘사인여천(事人如天)’을 강조했습니다.‘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라’는 말인데요,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을 모시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을 대할 때는 언제나 어디서나 반드시 하늘처럼 섬겨야만 한다는 뜻입니다. 권력이 국민을 억압하는 상황에서 일어난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즈음하여, 정치인들은 사인여천(事人如天)을 되새겨야할 것입니다.

 

▽박경수 앵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소장님의 메시지였다고 봐야겠네요. 목요일에 만나는 '역사와 시사' 오늘은 5.18을 생각하면서 마무리해야겠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권혁진 소장:

감사합니다.

 

박경수 앵커(청평식암에서)

▽박경수 앵커:

다음주 목요일에 뵙지요. 강원한문고전연구소 권혁진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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