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 전 이 땅위에 살다간 원효스님은 우리에게 신화적인 존재이다. 당대 최고의 불교사상가이기에 앞서,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고, 요석공주와의 드라마틱한 사랑으로 더 유명하다. 승속을 초월하고, 어디에 얽매이지 않았으며, 대중 속에서 녹아들었기에, 원효스님의 생애와 사상은 큰 울림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다 아는 원효스님이 우리민족에게 각인 된 것은 불과 100년 전이다. 숭유억불의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원효스님은 한반도에서 철저히 잊혀 졌다가, 일제강점기 최남선 등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100년 남짓의 짧은 시간이다. 또 원효스님이 저술한 책은 100여 종이지만, 현존하는 것은 20여 종, 그나마 완본은 3~4종에 그친다. 그나마도 대다수의 판본이 일본에 있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 7세기 인물의 저술은 필사로 유통되고 보관 되었기에 각 필사본의 비교연구는 필수이지만, 우리에게는 그 원재료가 없다는 뜻이다. 필자가 올해 초 원효탄신 1400주년 기획보도를 하면서 ‘원효, 국민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른다’고 한 이유이다.

그렇다면 왜 원효스님은 당대와 지금, 그토록 화려한 명성으로 각인 돼 마치 슈퍼스타처럼 존재 하는가?

원효스님이 살았던 7세기는 인도에서 넘어온 불교가 완벽하게 중국화 된 시기이다. 다양한 종파불교가 탄생 된 교학불교의 황금기였다. 원효는 당대에 가장 객관적인 입장에서 수많은 불교사상을 체계화, 종합화 했다. 그리고 그 가치와 성과가 가히 독보적이었기에 동시대 동아시아 3국에서 명성을 얻었다. 원효의 저술이 국내 보다는 일본에 보관돼 있고, 저 멀리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 실크로드에서 발견되는 이유이다.

이에 대해 김종욱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장은 “원효스님은 어디에도 소속이 되지 않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원효스님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불교사상을 종합화 할 수 있었고, 이것은 누구도 하지 못한 업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원장은 원효스님이 살았던 때나 지금의 대한민국이나, 다양성이 '갈등과 분열'로 이어질 때 '조화와 통합'이 사회적 화두가 되지만 이를 이뤄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만약 어떤 정치인이 대통합을 이야기한다면, 그 밑에 전제 된 것은 자기가 대통령이 돼야 나머지도 통합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7세기 불교사상의 '통합'은 당대의 모든 천재들이 달려들었지만 모두 특정종파를 전제하고 연구를 했기에, 그 누구도 못한 일을 오직 자신을 비워 낸 원효만이 해냈다는 뜻이다. 김 원장은 “자기를 비운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올바른 자기를 크게 키워내야 그래야 크게 비울 수 있다”고 강조하며, 지금 이 시대에 원효사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불자 정치인들이 자주 언급하는 원효스님의 화쟁 사상 또한 의도적으로 어떤 종파에도 소속되지 않고, 모든 종파를 아우르며 교리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김종욱 원장은 “일심, 어떻게 보면 다 부처님 마음에서 나오고, 그렇게 보면 모든 교학이 다 장단점이 있고, 그렇게 보면 소통하지 못할 것이 없었기에 원효스님은 일심 화쟁의 입장으로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촛불민심이 성난 파도를 이뤄 이른바 장미 대선을 통해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제19대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부, 새로운 대한민국의 앞날에 주어진 과제를 우리 모두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국제정세 속 외교 문제와 경제성장과 청년 일자리, 복지 등 당면현안에 앞서, 새 대통령은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구속, 선거 과정에서 깊어진 갈등을 치유하고 국론을 모아야 한다.

통합과 협치, 연정 등을 새 대통령 취임과 함께 우리사회가 첫 번째 화두로 꼽는 이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이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해남 대흥사에서 고시공부에 매진했고, 여러 스님들과의 인연도 남달라 불교신자라는 오해까지 자주 받는다고 한다. 학창시절부터 왕성한 독서로 정평이 나 있고, 평소 벽암록 등 선사들의 선문답도 즐겨 읽는 등, 불교사상에도 조예가 깊다고 들었다.

한사코 정치를 거부했지만 시절인연과 운명은 그를 대통령이라는 숙명으로 이끌었다. 원효 탄신 1400주년인 올해,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길을 원효스님에게서 찾아보는 건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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