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7년 고용노동정책 기본 방향

2017년도 고용노동정책은 지난해에 이어 일자리 창출에 방점이 찍혀있다.

우선 1) 민간-공공 부문의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청년 일자리 예산을 집중 투자해 청년 취업 애로 해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도입한 청년 내일채움공제를 만명에서 5만명으로 확대하고 자치단체와 협업해 우량중소기업을 선발해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또 청년취업성공패키지 지원을 확대하고 취업알선과정에서 면접비 등 재정지원을 강화하는 방안과 비진학 일반계고 재학생들에 대한 직업교육과 취업지원 대책도 마련된다.

2)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채용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계획도 주요 정책 방향의 하나다. 방안은 직무와 성과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능력중심 인력운영 확산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민간기업의 참여를 적극 독려할 방침이다.

3) 부문간 상생을 위해 중소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사업주에 대한 세액공제 인센티브는 2배이상 확대하는 등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고 하청 근로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자율적인 고용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상시근로자 천명 이상인 대규모 사업장에 대한 고용형태 공시제도를 법인에서 개별사업장 단위로 세분화 하는 등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4) 공공부문에서는 남성 육아휴직과 시간선택제 확산 등을 통해 내년까지 2만5천명의 채용여력을 확보해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 해소, 일-가정 양립의 1석 3조 효과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내년까지 전 공공기관 정원의 3%이상을 전환형 시간선택제로 채운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목표다

2. 극한직업 양산하는 일자리 정책- 현실과 정책의 괴리

1) 일자리 정책

 정부가 최근 몇 년동안 주요 화두로 생각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은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만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우리는 물론 선진국도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일자리 문제는 경기상황과 무관치 않고 민간기업들의 채용을 정부 차원에서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 수립과 이행과정에서 적지않은 고충이 있을 것이다. 이런 탓에 정부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대선후보들의 일자리 공약을 살펴봐도 문재인 대선후보의 경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공무원 17만명을 추가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위해서는 연간 35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일자리 창출 목표치만 제시했지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재원 마련 계획은 없다. 공공기관 직원수나 공무원 수를 무한정으로 늘릴 수는 없다. 우리나라 고용노동정책의 문제점은 정권이 바뀔때마다 변수가 생기고 몇만개 일자리 창출이 정권의 성과로 귀결되는 숫자잔치에 휘둘린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가지고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이고 복합적인 정책 고민과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무엇보다 지금의 고용상황에 대한 정확한 현실인지 아래 개수를 늘리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열악한 노동 환경을 비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TBN 외주사 CJ E&M 소속 28세 이한빛 PD(혼술남녀 조연출)의 사례... 유족들이 공개한 이 PD의 유서를 보면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2,3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들을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있는 노동자들을 등 떠밀고....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라고 적혀 있다.

국내 유명 게임업체 ‘넷마블’의 개발자회사 직원들의 잇따른 돌연사로 게임업계의 장시간 근로 등 열악한 근로환경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 3월부터 넷마블 등 IT 업체에 대한 기획근로감독에 착수했고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에 대한 면담결과 넷마블의 개발자회사 직원들은 포괄적 임금체계에 과도한 연장근로 등 비정상적인 근로 사실이 일부 확인됐다. 넷마블은 이에대해 돌연사를 과로사로 단정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지난 2월13일부터 야근과 주말근무를 없애고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일하는 문화 개선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내게임업체 등 IT 업계의 경우 최근 중국업체 등이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면서 단가 인하 압박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또 게임 유지보수도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장시간 근로가 만연하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 뿐만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의 인식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IT 종사자들을 바라보는 인식은 개발자를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결과물을 구성하는 재료로 다룬다는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만 매몰돼 IT전문인력 양산에만 급급했던 과거 근시안적인 정책이 가져온 재앙이다.

정부의 끊임없는 비정규직 차별 개선, 정규직 전환 지원정책에도 비정규직은 계속 양산되고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과도한 업무량과 요원한 정규직 전환 등 고용시장에서 철저하게 ’을‘일 수 밖에 없는 청년들의 현실적인 절망감은 커져가고 있는데, 이를 구제하거나 보듬어 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일자리 몇만개 창출 목표치 달성에 매몰돼 있다. 정부도 대학도, 최근에는 특성화 고등학교까지 몇 명이 취업했는가 하는 취업률 일변도 정책에 급급해 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문제,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 문제를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에서 찾고 있다. 호봉제를 능력과 성과중심연봉체계로 개편하고 임금피크제 시행 등으로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나눠 청년들에게 보다 많은 취업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위해 ‘시간선택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간선택제는 고용의 양적인 측면에서 고용률을 높이는데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기지만 저임금 파트타임 일자리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보면 기간제 근로자들의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대상업종 확대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3개월 이상 근무한 기간제 비정규직에 대한 퇴직금 지급과 노조의 차별신청 신청대리권 인정,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직종에 대한 비정규직 사용금지 등의 내용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기간제나 파견노동 확대는 오히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더 심화시키고 전체 노동시장을 하향 평준화할 가능성이 높다. 기간제의 출발은 산재나 출산 등과 같이 특정한 기간동안 노동자가 일을 할 수 없을 때 업무공백으로 인한 차질을 피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기간제 근로가 노동시장의 한 유형으로 자리잡는 부분은 경계해야 한다. 기간제에서 ‘고용안정’을 도모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고용안정은 정규직화 이외에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치를 기준으로 OECD 34개 국가 가운데 한국은 근속년수가 1년 미만인 단기근속자가 전체 노동자의 32%로 가장 많다. 근속년수 1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는 20%로 가장 적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2015년 기준으로 비정규직은 전체 근로자의 45%인 868만명에 달한다. 기간제는 286만명으로 15%이고 시간제는 224만명으로 11.6%, 파견근로는 87만명으로 4.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고용의 형태는 갈수록 불안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60세 이상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청년층 못지않게 중장년층의 일자리 문제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각계각층의 일자리 문제를 정부가 모두 떠안고 갈 수 없다, 사회적 역할분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인위적인 일자리 창출은 더더욱 어렵다. 일자리 문제 해결은 산적한 경제현안 해결이 우선이며 공공은 물론 민간기업들의 고용의 질적 개선에 답이 있다고 본다. 또 사회적 양극화 해소와 소득 불평등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2)고용문제 해결...직업교육 확산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은 아주 어릴때부터 좋은 대학에 가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좋은 대학에 가면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는데 말이다. 학교가 학교의 취지를 다하기 위해서는 초등교육부터 직업에 대한 가치관 정립과 노동의 가치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중등교육과 고등교육별 차별화 된 직업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전공 분야의 특성과 수준에 따라 수업의 연한이 결정되고 질적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정부는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직업교육을 인문계고 비진학자를 대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특성화고와 대학의 현장체험을 확대하고 이를 취업과 연계시키는 방안과 비진학대학자들의 비경제활동 인구 진입을 막기 위한 조치로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데 특성화고 학생들의 교육훈련, 현장체험과정, 직업 연계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매년 7만여명의 특성화고 3학년생들이 2만5천개소 기업에 현장실습에 참여하고 있다. 평균 실습시간은 3개월로 대부분 채용 연계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참여자 가운데 23%는 진로를 변경하거나 부적응, 기업의 채용 포기로 중고에 학교로 복귀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상당수의 특성화고들이 현장실습과 기업채용 성과에만 급급한 나머지 학생들이 어떤 근로조건에서 일하는지에 대한 점검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검증조차 안된 노동시장에 무방비로 학생들이 풀리면서 과도한 업무와 장시간 근로로 내몰리고 있다. 전문기술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실시하는 특성화와 마이스터고의 산업체 현장실습은 일부에서는 교육이 아닌 저임금 노동현장으로 변질된지 오래다. 학교별 학점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로의 복귀를 말리는 경우도 속출하면서 학생들이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거나 사고사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전주의 LB휴넷에서는 과중한 업무스트레스로 현장실습생인 여고생이 자살한 사건도 발생했다 현장체험과 근로감독의 범위에 대한 교육부와 고용부의 모호한 업무분장도 직업교육의 취지를 크게 떨어트리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인문계고 학생들에 대한 직업 교육 확대에 의문을 갖게된다. 직종에 상관없이 무조건 취업률만 높여보자는 식의 접근은 직업교육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무엇보다 직업교육은 단순히 취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동의 가치를 일깨우고 직업의 사회적 역할, 생애단계별 직무교육이 가능하도록 초등단계부터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독일의 도제제도 등 단계별로 이뤄지는 직업교육을 우리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3) 일-가정 양립문화 확산

2030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등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면서 올해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추세라면 2025년이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취업적령기의 청년 감소로 기업마다 청년 모셔가기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10년 뒤면 부족한 일자리 시장을 중장년과 외국인들이 메우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저출산율을 높이고 근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일-가정 양립문화 확산정책을 펴고 있다. 양육의 책임이 아직은 여성에게 쏠려 있는 만큼 아빠 양육을 늘리기 위해 아빠 육아휴직을 확대하고 보육여건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독려책으로는 어림도 없다. 또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에서 오는 괴리감을 간과하고 있다. 민간기업 그것도 중소기업에서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한다는 것은 아직은 하늘의 별을 따오라는 말과 같다. 일-가정양립 환경을 만드는 기업에 정부 조달사업 선정 우대라든지 기업공시에도 인증서를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공공기관 평가에도 이를 대폭 적용하는 등 다양하고 현실적인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 일-가정 양립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가 존재한다. 이는 결국 급여와 재원의 문제인데 격차해소를 위해 국고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장시간 근로 관행을 깨는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와 경제, 사회, 기술 등 노동시장의 외부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직면해 있고, 내부적으로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확대 등 전환기에 놓여있다. 경제성장정책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는 고용노동정책을 융합할 필요가 있다. 의료와 관광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와 기업투자가 일자리와 연계될 수 있는 기반과 환경을 만들고 비정규직과 저임금 근로자, 저소득계층, 노사관계를 중심으로 한 고용환경개선 정책을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 이또한 현실성 없는 정책이어선 안된다. 중국의 경제정책이나 노동정책의 큰 틀은 100년 단위로 짜여진다.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는 시대 상황에 맞게 조정이 되지만 지향점은 변하지 않는다.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은 공산주의 체제로 장기적인 집권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가능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체제가 다르다고 해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 수시로 바뀌는 정책이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 정책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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