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선보인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필자의 기억속에 강하게 남아있다. 주인공 ‘귀도’는 2차 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강제 수용소에 끌려가고 결국 처형되는 운명을 맞았지만 어린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처형당하는 순간까지 이를 철저히 숨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이 나치에 의해 총살되기 직전 어린 아들 앞에서 우스꽝스런 걸음을 걷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비극적인 순간까지도 유머와 웃음을 잃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우리는 긍정적인 삶이 갖는 의미,유머와 웃음이 삶에서 왜 필요한 것인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필자는 36년전 초등학교 6학년때 학교에서 열린 월례 조회의 추억도 잊지 못한다. 국기에 대한 경례가 끝나고 선생님이 애국가 제창 순서를 알리자 같은 반 친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생략’이라고 외쳤던 것이다. 엄숙하기만 했던 순간에 모든 학생들이 배꼽을 잡고 웃음보를 터뜨렸고 교장 선생님도 어이없어 하면서도 웃음을 지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이처럼 유머와 위트,재치있는 화술은 우리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우리 정치판을 보면 유머와 웃음이 너무 부족하다는게 모든 이들의 생각이다. 대립과 갈등이 판을 치고 서로에 대한 배려는 커녕 피도 눈물도 없는,살벌한 현장에서 그런 것을 기대하기가 애초부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대선 후보들간의 TV 토론회에서도 부드러운 웃음과 재치,유머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켜야 하고 어떤 식으로든 경쟁 후보를 깎아내려야하는 상황에서 유머와 웃음이 끼어들 틈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혼란스럽고 힘든 때일수록 유머의 힘은 더 빛을 발한다.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고 소통과 공감의 길을 열여주는 윤활유 역할도 해준다. 정치 지도자가 필요한 자질과 덕목으로 유머감각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선 후보들 가운데 홍준표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머와 위트를 많이 구사하는 편이다. 안철수 후보도 아재 개그를 통해 친근감있는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한다. 하지만 보다 품격있는 유머, 상대방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는 유머,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인간적인 유머가 더 나와줘야 대중들에게 더 큰 호감을 끌 수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 정치가 지나치게 딱딱하고 엄숙하다보니 개그맨들이 정치를 개그의 소재로 삼아 웃음을 만들어내고 우회적으로 정치인들을 질책하고 비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 스스로가 딱딱함 속에 카스텔라 빵처럼 부드러움과 유연함을 집어넣는 노력을 해주기를 바란다.

사실 우리 인생은 희극보다 비극적 요소가 더 많다고 본다. 그러나 비극의 고통과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웃음과 긍정의 정신이 있기에 현실이 정말 고단하고 힘들어도 삶은 살아볼만한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게 아닐까 ?

그래서일까 ? 마냥 슬프기보다는 슬프면서도 때로운 웃음이 터져 나오는 영화가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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