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불교계를 찾는 대선 주자들의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 불교 1번지 조계사와 조계종 총무원이 자리한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은 언제부터인가 대선에 도전하는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찾아가야 하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초부터 문재인,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를 비롯해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던 주자들 모두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찾아 불교계 행사에 참석하거나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예방해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포부를 밝히고 불교계의 조언을 들었다.

여야 각 당이 경선을 거쳐 대선 후보를 확정하면서 이른바 불심(佛心)을 잡기 위한 후보들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대선은 부처님오신날과 봉축 행사 기간이 끝난 직후에 치러져 그 어느때보다도 불교계의 동향이 대선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선 후보의 부인들도 남편을 도와 불교계 공들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 7일 해남 대흥사에서 열린 서산대사 추모대제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여사는 남편인 문재인 후보가 대흥사에서 사시 공부를 해서 합격했다며 불교와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는 1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찾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점심 공양을 함께 했다. 지난 5일에는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주최한 2017 행복바라미 문화대축전 개막식에 참석했고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안국선원을 찾아 선원장 수불 스님을 예방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부인 이순삼 여사는 9일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효광스님을 예방해 차담을 나눴고 앞서 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를 찾아 주지 호성스님과 차담을 함께 하기도 했다.

대선 후보와 부인들의 이같은 행보가 대선에서 불교계의 지지를 얻기 위한 행동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른바 불심을 잡기 위한 정치인들의 행보를 탓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선거 직전에는 불교 문화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우리 사회의 통합을 위한 불교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스님과 불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가 선거가 끝난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불교계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5년전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불교 전통 문화의 보존과 계승, 종교편향 방지 노력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집권 기간에 제대로 이뤄진 공약이나 정책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편향된 종교관과 역사관을 가진 인사들을 중용해 불교계의 반발을 사는 등 불교계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불교계를 향한 대선 후보들의 구애와 장밋빛 공약 발표는 이번 대선에서도 예외가 없을 것이다.

누구 말이 더 진정성 있는지,종교에 대한 올바른 사고와 감성을 가진 지도자감이 누구인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우리 불교인들의 몫이 될 것이다. 하지만 메뚜기도 한 철이듯이 정치권이 선거 때만 불교계에 매달리고 이용하려는 모습이 영 씁쓸하게만 느껴진다.

정치와 종교는 ‘불가근 불가원’ 즉 가깝고도 먼 관계라고들 한다. 글자 그대로 너무 가까워도, 그렇다고 너무 멀어도 안된다는 뜻일까 ? 정말 잘 모르겠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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