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에 대한 정약용과 김시습의 느낌(詩)은 천양지차, 신연나루는 옛 서울~춘천 물길

*방송: 춘천BBS <아침세상 강원> 
*앵커: 박경수 부장
*출연: 권혁진 소장 (강원한문고전연구소)
*방송시간: 2017년 3월 16일(목) 8:30 ~ 8:55
*방송주파수: 춘천 FM 100.1 MHz, 속초 93.5 MHz, 강릉 104.3 MHz

 

[다음은 방송 전문입니다]

 

*박경수 앵커/

목요일에는 강원도의 역사 그리고 그 역사의 숨결을 따라가 보지요. 강원한문고전연구소 권혁진 소장과 함께 합니다. 권혁진 소장님 안녕하세요

▶권혁진 소장/

네 안녕하세요

 

*박경수 앵커/

지난주에는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구한말 의인 홍재학 선생을 돌아봤습니다. 34살의 나이에 구국상소문을 올려 참형이 됐는데요. 생각할수록 대단한 분인 거 같아요. 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권혁진 소장/

홍재학 선생의 일화 중 사형장으로 가는 수레에 올라 한 말이“기대게 하지 말고 세워 놓아라. 군자는 서 있는 자세가 덕이 있게 보여야 한다.”였습니다. 칼도마에 엎드린 최후의 순간에는“내 머리를 똑바로 해라. 군자는 머리가 바라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홍재학 선생은 참형 직전까지도 참된 군자가 되려고 하셨는데, 큰 의리인 대의를 위한 삶이 홍재학 선생이 추구하는 군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소인의 삶을 살고 있지 않나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

맥국의 터를 기리는 춘천시 기념물

*박경수 앵커/

홍재학 선생이 태어난 춘천 북중면이 지금의 신북읍이잖아요. 삼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하는데, 방송이 끝나고 가보니까 맥국의 터이기도 하더라구요?

▶권혁진 소장/

맥국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선인들은 맥국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유득공은 고조선부터 고려 때까지의 도읍지 21곳을 ‘21도 회고시’란 시로 읊었는데, 춘천의 맥국이 포함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춘천을 찾았던 많은 문인들은 맥국의 존재를 인정하며 시를 짓고, 많은 옛지도는 맥국의 도읍지를 표기했습니다.

 

*박경수 앵커/

맥국이 역사에 고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사에서는 제외돼있지만 제가 춘천에 와보니 맥국을 얘기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유득공은 '발해고'를 쓴 민족적 실학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유득공 선생도 맥국 얘기를 했군요. 춘천의 건강한 뿌리로 재조명됐으면 하구요.

이 얘기는 안할 수 없지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얘기 말입니다. 소장님은 솔직히 탄핵소추안이 인용될 것으로 예상하셨나요?

▶권혁진 소장/

판결문에도 적시되었죠.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해 왔으며, 위헌․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다.” 라고요. 굳이 판결문이 아니더라도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저는 지극히 상식적인 시각으로 판단했을 뿐입니다.

 

*박경수 앵커/

소장님께서는 이미 예상을 하고 계셨던 거 같아요. 지난주 목요일 방송에서 논어의 반구저기(反求諸己)라는 얘기를 해주셨잖아요. 요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세가 논란을 빚고 있는데, 한 말씀 더 해주셔야할 것 같은데요?

▶권혁진 소장/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사에서 한 이야기를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법가사상가인 한비자는‘법지위도 전고이장리(法之爲道 前苦而長利)’라고 했습니다. 즉,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법치주의 실현을 거듭 강조했는데, 저도 이 말씀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박경수 앵커/

헌법재판소의 주문은 어떻게 보세요. 연일 주목을 받고 있어요. 헌법을 알기 쉽게 국민들에게 알려준 효과가 됐구요. 교육 교재로도 쓰인다고 하던데요?

▶권혁진 소장/

저도 읽어봤는데 예전의 판결문은 너무 어려웠는데 이번 판결문은 이해하기 쉽고 간명하게 기술되었습니다. 그리고 문체도 중요하지만 법이 어떠해야하냐를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한비자를 한 번 더 인용하겠습니다. ‘법불아귀(法不阿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곧 ‘법은 신분이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란 뜻입니다. 법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객관적이고 공정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인데, 언제나 늘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길 기대합니다.

 

*박경수 앵커/

이제는 차분하고도 담담하게 새로운 리더쉽을 준비해야할텐데요. 오늘은 서울과 춘천을 이어주는 물길 얘기를 좀 하죠. 신연나루 얘기를 해보려구요. 먼저 개괄적인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권혁진 소장/

옛날에 춘천에서 서울로 가는 길 중, 육로를 이용하는 경우는 석파령을 넘어야 했는데, 석파령을 가기 위해서는 강을 건너야했습니다. 소양강과 북한강이 중도 밑에서 만나서 가평 쪽으로 흐르는 강이 신연강입니다. 중도 밑에서 현암리와 붕어섬을 연결해주는 나루터를 신연나루라 불렀는데, 1939년에 의암댐 위쪽에 신연교가 만들어지면서 쇠퇴했습니다.

 

*박경수 앵커/

그러니까 1939년 신연교가 놓이면서 기능을 상실했지만 춘천의 관문이었군요.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다산 정약용 선생이 춘천을 오면서 신연나루에서 시를 지으셨더라구요. 소개를 좀 해주세요.

▶권혁진 소장/

전남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셨는데, 유배에서 풀려나는것을 해배라고 합니다. 해배되고 난 뒤죠. 1820년의 일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맏형을 모시고 춘천으로 오다가 신연나루를 지나며 시를 지었습니다.

사랑스러워라 무릉도원의 물은 / 愛此仙源水

본디 금강산에서 나온 것인데 / 本出長安橋

평소 명산을 구경하고픈 소원을 / 夙昔名山願

늘그막에도 끝내 이루지 못했다가 / 到老竟蕭蕭

이번 길에야 다 구경하게 되니 / 今行可窮覽

허리띠가 멀리 바람에 나부끼네 / 衣帶遠飄颻

한강의 근원을 확인하고 북한강을 실제로 방문하게 되어 한껏 흥분된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박경수 앵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 중기 매월당 김시습을 생각하게 됩니다. 계유정란...그러니까 세조의 쿠데타에 반기를 들고 전국을 떠돌다가 정착한 곳이 청평사인데요. 매월당도 신연나루에서 기록을 남기셨네요. 어떤 시였나요?

▶권혁진 소장/

매월당은 「신연강을 건너며」란 시를 지었는데,

강산은 참으로 아름다우나 내 땅 아니며 / 江山信美非吾土

풍경은 비록 멋있으나 돌아감만 못하구나 / 風景雖饒不似歸

아무리 안 간다 하여도 돌아감이 좋은 것 / 儘道不歸歸便好

고향의 안개 낀 달이 사립문 비추겠지 / 故園煙月照蓬扉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매월당은 늘 외로웠는데, 떠남과 돌아옴이 교차하는 신연나루터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라 하겠습니다.

 

신연강을 바라보는 박경수 앵커

*박경수 앵커/

다산과 매월당이 신연강을 바라보며 지은 시가 이렇게 다르네요. 매월당은 아무래도 어두움 느낌이 듭니다. 아무튼 저는 의암댐으로 인해서 물길이 막힌 게 조금 아쉽네요. 신연나루에서 시를 지은 분들이 이렇게 많은걸 보니까 말이죠. 신연나루는 만남과 헤어짐의 공간이었던 모양이예요?

▶권혁진 소장/

어느 지역이나 나루터는 만남과 헤어짐의 공간입니다. 예전에는 나루터가 터미널과 공항 역할을 했고, 기쁨과 슬픔을 시로 승화했기 때문에 나루터는 문화공간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새로 부임하는 관리를 그 집에 가서 맞아 오는 일을 신연(新延)이라고 했는데, 춘천으로 새로 온 관리를 신연나루에서 맞이하고, 떠나는 관리를 이곳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새로 맞아들인다는 신연강(新延江)은 두 강물이 모여 새롭게 강이 된다는 신연강(新淵江)과 섞여서 쓰이곤 했습니다.

 

 *박경수 앵커/

석파령에 이어서 춘천의 관문입니다. 신연나루에 대한 얘기를 해봤네요. 소장님, 다음 주가 기대됩니다.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권혁진 소장/

감사합니다

 

*박경수 앵커/

강원한문고전연구소 권혁진 소장이었습니다.

 

신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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