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 이후 중국과 미국, 일본의 셈법은 복잡하다. 요동치는 국제정세 속에서 차기 정권이 들어서기 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혼란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가 있다.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韓中갈등은 최고치이다. 여러 가지 수식과 설명, 조건이 붙지만 사드를 둘러싸고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찬반의 입장이 공존한다. 그러나 찬반을 주장하는 이들 모두, 우리나라가 세계 G2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은 공감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와 관련해서 일련의 기사를 썼다. 첫 번째 가사에서는 사드 반대를 공개강의에서 천명한 도올 김용옥 교수의 강연을 다뤘다. 시차를 두고 쓴 두 번째 기사에서는 금강선원장 혜거스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조적전인 사드배치 반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도했다.

① 도올, 왜 사드 반대하나?...“역사 속 공포 건드리는 일”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생은 ‘중국 근현대’를 주제로 조계종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대중 강연에서 사드배치 반대에 대한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오늘날 사드배치는 하면 안 됩니다. 미친 짓이지 왜 우리가 사드를 배치해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도올은 중국에게 사드배치는 이른바 ‘역린’으로, 중국 입장에서는 치욕적인 “수양제와 당태종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역사에서 성군으로 추앙받는 두 임금이 한반도를 침략했다가 곤욕을 치렀다며, 사드배치는 역사 속 공포를 건드리는 일이라는 뜻이다. 도올은 수나라가 국력을 모두 탕진하면서까지 고구려를 침략한 이유와 명나라가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도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되새기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도올은 “(우리나라를) 변방에 조그만 나라라면 무시해 버리고 말지 중원을 통일했는데 왜 그 대군을 데리고 갑니까? 그래서 수양제는 고구려 정벌 때문에 망했고 명나라는 임진왜란 때문에 망하고 청나라로 간 거예요”라고 말했다.

필자의 도올의 발언을 보충하자면, 도올은 수나라의 입장에서는 고구려 침략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모할 정도로 국력을 소모하며 한반도를 침략했다가 결국 멸망했지만, 이는 동북아시아의 패권국으로 등극하기 위한 필수요소였다는 것이다. 수나라 양제의 입장에서는 고구려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던 것이다. 도올은 한반도, 즉 고구려는 당시 중국과 대등한 문명권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수양제 입장에서는 중국대륙 중원의 통일은 고구려를 넘지 않으면 미완이었다는 것이다. 그냥 무시해 버릴 변방의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도올은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가 우리나라를 도운 것은 명나라의 안보와 국익을 위해서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올은 오히려 명나라의 도움이 우리나라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명나라에 의지하다가 새로운 제국 청나라와의 관계가 악화되는 악수를 두었고, 이것이 근대화의 걸림돌이 되었다는 것이다. 도올은 한중의 이러한 역사의 흐름은 근대에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모택동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설립하고 그 다음해에 반발한 한국전쟁에서 대군을 보낸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풀이했다. 도올은 당시 중국 내부에서 한국전쟁 참전에 대한 반대가 많았지만 모택동은 이 모든 반대에도 100만 대군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도올은 “바로 1년 후잖아요. 천안문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하고 그 다음해 1950년 100만 대군을 한국에 보냈냐는 거예요. 이제 이해가 가시 나요. 중국이나 한국이나 이게 잃어버린 과거예요. 대등한 문명권이었습니다. 대등한 문명권이 아니면 이러한 논리가 있을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한반도의 중요성과 우리나라에 대한 근원적 경계와 두려움이 때로는 비이성적인 견제와 개입으로 수천 년 전부터 이어졌다는 뜻이다.

② 혜거스님, 무조건 적인 반대 경계해야...中 송나라를 떠올려야

금강선원장 혜거스님은 군사력의 부재로 멸망한 중국 송나라를 예로 들며 무조적전인 사드 배치 반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개포동 금강선원을 직접 찾아가서 만난 혜거스님은 그 이유로 중국 송나라를 언급했다.

스님은 “송나라 이전 당나라는 번진 정책, 즉 국경선 강화로 외세 침입을 막았으나 내란으로 멸망했다며 이를 교훈으로 삼아 송나라는 내란을 막기 위한 도덕 정책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세가 침략해 오자 막상 이를 막을 국방력은 전무해 원나라의 힘을 빌렸다가 결국 멸망의 길로 들어섰다며, 북핵 위협의 대응차원에서 사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님은 송나라가 금나라의 침략을 받았지만 “주자가 창을 들고 나갈 수가 있습니까. 그 유명한 정명도 등이 칼을 들고 나갈 수가 있습니다. 전부 앉아서 공자 왈 맹자 왈 하던 사람들인데요.”라고 말했다.

혜거스님은 역사적으로 중국 대륙이 통일이 되고 국력이 뻗어나갈 때, 그 피해를 가장 먼저 입은 곳은 한반도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나라 무제와 측천무후, 원나라 때를 떠올려야 한다면서, 외부의 위기에 앞서 국론이 분열 되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역사에서 진나라가 6국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도, 6국이 자기 스스로 국력을 키울 생각을 안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혜거스님은 “6나라가 자기 나라 하나를 탄탄하게 지킬 준비는 안하고 6나라가 서로 저 나라의 힘을 빌어서 울타리 삼고 이 나라는 저 나라를 힘을 빌려서 울타리 삼았다”고 말했다.

혜거스님은 이른바 G2,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사면초가에 빠진 우리나라의 외교 상황에서는 결국 일본만이 이득을 본다며, 정치권과 국민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결국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켜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위권 확보를 위해 사드를 무조건적으로 반대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필자는 예전에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의 무대 숭덕을 다녀와서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중국 역사는 헤겔의 변증법적인 법칙으로 발전해 온 것 같다. 중국문명을 일으킨 중원의 ‘한족’이 正이라면, 몽고, 만주, 티베트 등 수많은 변방의 소수민족은 反이다. 마치 여당과 야당처럼, 어느 한쪽이 부패해 쇠락하면 어김없이 변방이 중원을 점령해 合, 즉 ‘통일’을 이뤘다. 그러나 소수 변방의 민족들은 중원의 다수민족인 한족을 오랜 시간 통치할 수 없었다. 몽골의 징기스칸을 보자, 전 세계를 벌벌 떨게 했던 원나라의 중원 통치는 고작 100년 정도 밖에 지속되지 못했다. 명나라를 거쳐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는 원나라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상징적인 곳이 바로 중국 승덕의 피서산장 일대이다. 흔히들 피서산장하면 청나라 황제의 여름 별장정도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티베트, 몽고, 위그르 등 언제 중원을 위협할지 모르는 소수민족을 통치하기 위한 제2의 수도라고 할 수 있다.”

당나라 번진정책을 교훈삼아 송나라가 내부강화에 몰두한 것도, 청나라가 원나라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소수민족 유화정책에 몰두한 것도 모두 이전 왕조들의 실책을 교훈삼아 나왔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는 법칙성이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수천 년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를 침략하기도, 돕기도 했다. 물론 양국 관계는 좋을 때도 나쁠 때 도 있었다. 변함없는 것은 양국의 역사는 앞으로도 공유될 것이다.

사드를 둘러싼 해법은 역사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 이 시대가 찾아내고 역사에 후회되지 않을 해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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