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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골? 진골? 진부한 내홍에 시달리는 변협...'품위 유지'는?
유상석 기자 | 승인 2017.03.03 18:09

우리나라 법조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구한말에 이미 변호사 단체가 있었습니다. 일본인 변호사로 구성된 경성제1변호사회와 조선인으로 이루어진 경성제2변호사회가 있었는데, 두 단체는 1919년 합쳐질 뻔 했습니다. 하지만 회장 선거에서 조선인 후보가 일본인 후보를 1표 차로 앞섰다는 이유로 분란이 생기고, 결국 다시 쪼개졌다는군요. 20년이 지난 1939년이 돼서야 비로소 통합했고요.

광복 후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법상의 직능단체로 등장합니다. 변협은 다른 직능단체들과는 성격이 약간 다릅니다. “변호사는 반드시 변호사협회를 만들어야 하고,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고 법에서 강제적으로 정해놓은 경우거든요. 다른 대부분의 직업과는 다르죠. 기자라고 해서 모두 한국기자협회 회원인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다른 단체와는 달리 대한변협을 강제(!)단체로 만든 이유가 뭘까 좀 생각을 해 봤습니다만, 아무래도 변호사라는 직업이 다른 직업에 비해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이 좀 더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변협의 활동으로 소개된 내용으로는 인권옹호사업, 사회정의실현을 위한 정부정책 감시업무 등이 있습니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인권옹호를 위해 무료 변론도 좀 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 정책도 감시해라, 뭐 이런 내용 이겠지요.

이 모든 일들을 해내기 위해 한 가지 전제돼야 할 게 있습니다. ‘변호사의 품위 유지’입니다. 이 품위라는 게 좋은 옷을 입고 비싼 차를 타면서 체면 차리고 다녀라... 이런 의미가 아닙니다. “법조인으로서 지킬 건 지키고 다니자. 변호사 명함에 먹칠하는 짓은 하지 말자” 이런 의미거든요. 

이 ‘품위 유지’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사건이 하나 일어났습니다. 

이번에 변협 회장이 바뀌었죠. 새로 취임한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총회를 열고 집행부를 꾸리는 게 그동안의 관행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못했습니다.

원인을 요약하자면,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갈등 때문이었는데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대변인단에 로스쿨을 비하한 변호사가 포함돼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거기다가 투표로 뽑는 감사 자리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낙선한 것도 불씨를 지폈습니다. 결국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총회 분위기는 아수라장이 돼 버렸고, 집행부가 꾸려지지 못한 채 총회가 끝나버린 겁니다.

직능단체인 변협에서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이익관계에 대해 논하는 것... 뭐 좋습니다. 다만, 국민들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지,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변협이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과 의문이 동시에 들어서 말입니다.

변호사법으로 강제한 단체이기 때문에,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단체가 둘로 쪼개지진 않겠죠. 하지만 정서적으로 한 지붕 두 가족이 돼 버리면, 변협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변호사 사회가 100년 전과 같은 분란에 빠지는 건 슬픈 일입니다. 특히 지금은 일제 강점기도 아니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변협은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는 회원을 '성실의무 위반' 외에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도 징계할 수 있습니다. 변협이 내부 갈등 때문에 스스로의 품위를 던져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유상석 기자  listen_well@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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