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신랄하게 비꼬는 블랙유머가 많습니다. 그중에는 국회의원과 개그맨의 공통점에 관한 것도 있습니다. "여의도에서 웃기는 것은 똑같은데 저녁에 웃기면 개그맨이고, 대낮에 웃기면 국회의원이다"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방송국 개그맨들이 파업을 하려고 하는데 왜그런지 봤더니 정치인들이 너무 웃겨서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모 방송국의 인기 개그 프로그램 시청률은 점점 떨어진다는데 국회의원들의 개그 수준이 이만큼 높다니 참으로 걱정입니다.

  국회의원과 개그맨 가운데 누가 정치인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 화제의 인물인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과 개그맨 김제동씨가 꼭 그렇습니다.  이은재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MS오피스를 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샀냐"는 식의 질문으로 졸지에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인터넷 댓글 등에는 '이은재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는데 "연말 코미디 대상은 따놓은 당상이다"라고 비꼬는 말까지 회자됩니다.
   한때 재치있는 입담으로 국민들을 미소짓게 했던 개그맨 김제동은 언제부터인가 입만 열면 정치적 시비에 휘말립니다. 이번에는 난데없이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나갈뻔 했습니다.  “4성 장군의 부인을 아주머니라고 불러 영창에 갔다”는 '웃자고 한 얘기'로 국감 증인채택 논란이 일자 그는 악을 쓰면서 "국회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응수했습니다. 자신이 웃음의 소재로 삼았던 부분의 문제라면 좀 더 희극인답게 대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마치 투사처럼 말하는 며칠 전 토크 콘서트 영상 속 김제동은 영락없는 정치인의 모습입니다.
 
   "무릇 사람은 이 세상에 날때 입안에 도끼를 간직하고 나와서는 스스로 제 몸을 찍게 되나니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뱉은 악한 말 때문이다" <법구경>의 말입니다. 막말로 일어섰던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치명적인 막말에 드디어 발목이 잡혔습니다. 음담패설을 내뱉는 11년 전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낙마 직전까지 몰린 것입니다. '세치 혀로 흥한 자 세치 혀로 망한다'는 말도 있듯 제멋대로 움직인 혀는 결국 자신을 찍는 도끼로 돌아오게 마련입니다. 주류 정치권에 염증을 느껴온 미국인들은 그동안 거칠 것 없는 트럼프의 언사에 “솔직하다, 시원하다”란 반응을 보였지만 이번 경우는 사뭇 달라보입니다. 세치 혀가 미국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정치인과 개그맨은 '말로 먹고 산다'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군요. 이들은 SNS가 보편화된 요즘 세상에서 말과 다름없는 한줄 글로 늘상 세상과 대화를 멈추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역설적으로 '침묵'이 필요할 듯 보입니다. 세치 혀로 인한 문제는 '묵언수행(默言修行)'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이은재 의원은 황당질의 논란이 일자 9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MS가 뭔지 한컴이 뭔지를 구분을 못하는 사람인가보다 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에서 83년부터 컴퓨터를 썼다"고 해명했습니다. 김제동씨는 9일 역사 토크쇼 자리에서 "15일 이하 군기교육대에 가거나 영창에 가면 원래는 기록에 남기지 않는 게 법이다. 기록에 없는데 잘못됐다고 저한테 얘기하면 곤란하다. 그 기록은 제가 한 게 아니다"라고 또다시 발언했습니다. 당장은 억울하고 화나겠지만 해명하면 할 수록 문제가 더욱 커지는 것이 정치판의 생리입니다. 이은재, 김제동, 트럼프 이 세분은 이 참에 자기 내면의 세계를 보면서 에너지를 축적하는 불교의 묵언수행법에 관심을 가져보심이 어떨지요?/이현구 정치외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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