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일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사법시험 존치 촉구·로스쿨 규탄 시위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관계자인 황지나 씨가 삭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달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망언이 논란이 됐다. 한 언론사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99%이고, 자신은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서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나 전 기획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영화 내부자들을 인용하여 "민중은 개 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교육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 고위 간부였기에 국민들의 충격은 배가 됐던 것 같다.

갑자기 왜 나 전 기획관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냐고 하면, 교육부에 나 전 기획관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간부가 또 있는 것 같아서 이다. 로스쿨 입학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한 달여가 지난 후 만난 교육부의 한 과장은 "지금 우리 사회는 서울대 법과대학 출신들이 모든 것을 잡고 있듯, 앞으로는 서울대 상대 아니면 로스쿨 출신들이 그렇게 될 것"이며 "미래 우리나라 대통령감은 로스쿨에서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로스쿨 선발 과정에서 성적으로 뽑아야 하는지, 아니면 리더십과 인성을 보도록 허용해줘야 하는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사시를 폐지하면 안 된다고 요구하니까 논의 자체가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또 이번 전수 조사를 하면서 교육부 직원들이 로스쿨 입학생들의 자기소개서 6천여 건을 직접 다 살펴봤는데, 사회적 자본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선발 과정에서 정성적으로 계층격차가 나기 때문에, 사회적 자본이 많은 학생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좋은 랭킹의 아이들은 방학이 되면 해외로 나가는 등 이른바 '스펙'이 좋은데, 시골 학생들은 진짜 '스펙'이 없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과정에서 등록금 통제와 선발제도, 이 두 가지를 놓쳤다고 인정하면서, 규제장치를 미리 만들지 못하고 대학 자율에 맡겨버린 것이 뼈아픈 실수라고 했다.

특히 이 과장은 로스쿨 전수조사 결과 발표가 아쉬웠다는 기자에게 OECD수준 국가에서 정부가 나서 자기소개서를 뒤지는 나라는 없다면서, 전수조사 결과를 전면 공개하면 대중의 욕구는 충족되겠지만, 그것이 정부가 할 일은 아니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기자를 이해시키기 위해 '일반대학원 선발 과정'을 예로 들었다. 일반 대학원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은 지도교수가 학생을 뽑고 싶으면 뽑는다고. 일반 대학원도 학생을 선발 할 때 대학수학능력시험 처럼 철저하게 팩트와 점수 위주로 선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또 로스쿨 입시의 불공정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관심이 많은 것은 국민 스스로 취업 청탁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내가 하니 남도 하는 것을 알지 않겠냐고. 일반대학원 선발 과정의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 그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아 해결 방안이나 대책을 내놓아야 할 담당 과장이 할 소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사회적 자본이 좋은 학생들이 '스펙'이 좋고, 시골 학생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말을 할 때는 "그래서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교육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홈페이지 인사말에 '교육은 국가 미래와 국민 행복을 만드는 희망의 씨앗입니다. 교육부는 학생 한 명 한 명이 지닌 '꿈'과 '끼'를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이 원하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밝혔다.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교육부에게 묻고 싶다. 정말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이 원하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냐고!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