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미래형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부상

제주도의 가파도.봄이면 청보리 축제로 관광객이 반짝할 뿐 그리 각광받는 섬은 아니었다.

여객선을 타고 모슬포항에서 15분쯤 들어가니 작은 섬 가파도가 눈에 들어온다. 134가구 정도가 사는 아주 작은 섬에 들어서자 생경한 풍경이 있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한여름을 즐기듯 천천히 돌아가고 있고 동네로 접어 드니 집마다 태양광이 설치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태양광을 설치한 가구는 48가구로 직접 전기를 생산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가구당 태양광 설치비는 천2백만원을 넘지만 이 중 10%만 주민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한전 등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 가파도에는 전기자동차 4대가 운영되고 있다. 이 전기자동차는 제주도가 지원한 것으로 보건소 학교 마을 등에서 각각 한 대씩을 운영하며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일반 승용차나 트럭도 있지만 앞으로 폐차를 하게 되면 더 이상 일반 차량은 가파도에 들어올 수 없단다.

이름하며 ‘탄소 없는 섬’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제주도와 공공으로 가파도를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 섬에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를 구축했다. 마이크로그리드는 고립지역에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 저장, 공급할 수 있는 소규모의 독립형 전력망을 말한다.

한전은 가파도 전력망지능화, 스마트미터 보급, 시스템 구축 총괄 및 운영을 맡았고 제주도는 사업주관, 전기차와 충전인프라 구축을 담당했다.

가파도에는 디젤발전기 450kW(150㎾급 3대)와 풍력발전기 500kW(250㎾급 2대), 태양광발전 174kW(3㎾급 48가구, 30㎾급 1개소), ESS(3.86MWh) 등 전력설비가 운용되고 있다. 한전이 설치한 마이크로그리드 운영센터에는 실시간으로 생산되고 있는 전력량이 표시되고 있었다.

지난해 가파도의 연간 전력사용량이 천151MWh(최대 230kW, 평균 142kW)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풍력과 태양력 발전으로 수요보다 많은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태양광이나 풍력의 한계와 에너지 저장 용량의 문제로 인해 100% 신재생 에너지로 충족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 발전소 옆에 짓고 있는 2MWh 규모의 전력저장장치와 1MWh규모의 전력변환장치 설비가 완공되면 가파도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탄소 없는 섬’이 될 수 있다.

디젤발전을 예비로 전환 운영하고 순전히 신재생에너지로만 24시간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되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76t 줄이고, 발전연료 30만ℓ를 절감할 수 있다. 명실상부한 ‘오염 없는 섬’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진명환 가파도 마을이장(56)은 “처음에는 주민들이 반신반의하고 효과도 미미했지만 월 평균 5만~6만 원이 나오던 전기료가 7000~8000원대로 낮아졌고 TV 수신료를 빼면 5000원 수준”이라며 “이제는 주민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가파도는 국내 에너지자립섬을 구축하기 위한 실험무대라고 할 수 있다. 면적이 0.85㎢로 작고 풍부한 일조량과 적당한 바람으로 태양광이나 풍력을 통해 손쉽게 전력을 얻을 수 있다는데 장점이 있다.

2011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3단계로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는 데는 143억 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국비 14억 원, 도비 45억 원에 한전(40억 원)과 남부발전(25억 원) 등이 지원에 나섰다.

한전은 가파도 이외에도 본섬과 접근성이 떨어지는 전남 진도 가사도, 경북 울릉도, 인천 덕적도 등에도 스마트그리드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황우현 한국전력 에너지신사업단장은 "가파도를 시작으로 울릉도도 에너지 자립섬도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모잠비크 실증사업, 캐나다 온타리오주 마이크로 그리드 설치 등 해외 시장 개척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몇 년 전만해도 밤12시까지만 전력을 공급했다는 가파도는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오염 없는 섬이 되면서 관광객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는 10만명에 육박하는 관광객이 가파도를 찾았다. 이처럼 관광객이 늘고 있는 것은 가파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신재생에너지섬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힐링의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섬 한바퀴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여,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함께 마을 지붕은 황토색으로 단장돼 있어 이국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전까지는 그저 제주도의 부속섬에 불과했을 가파도는 한국전력의 끊임없는 연구노력으로 이제 미래형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변하고 있었다.

바람과 태양을 이용한 전력생산으로 가파도가 우리나라에서 오염없는 가장 깨끗한 섬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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