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자수첩
[기자수첩] 헌법 38조 납세의 의무...기업이 앞장서야
권은이 기자 | 승인 2016.07.11 14:11

 최근 한국 경제계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는 브렉시트가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과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일 것이다. 롯데그룹의 수사와 관련해서는 조세포탈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 규모와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케이블 방송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루한 세금이 100억 원에서 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견 해운업체 대표 A씨는 직원 명의로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회사 수익을 숨기거나, 더 나아가 페이퍼컴퍼니에서 나오는 배당금을 홍콩의 차명계좌를 통해 국내에 들여온 뒤 흥청망청 쓰다 국세청에 적발됐다. 이처럼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기업들의 탈세 소식들이 대다수 선량한 납세자인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국세청이 날로 교묘해지는 역외 탈세를 막기 위해 추가로 역외소득 은닉혐의자 36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름만 대도 알만한 사회적 저명인사들이라고 한다. 국세청이 파악한 역외탈세 추징액 규모도 2012년 8,258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1조 2,861억 원으로 늘었다.

이같은 기업들의 탈세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UC버클리 대학교 가브리엘 주크만 교수는 “전 세계 조세도피처에 전 세계 가계 금융자산의 8%에 해당하는 5조8천억 유로(약 7,600조원)가 숨겨져 있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유럽연합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12%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숨겨진 돈에 제대로 세금을 매긴다면 대다수 납세자가 내고 있는 세금을 낮추고 현재 각 나라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재정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역외 탈세의 대부분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일반인들의 모범이 될 기업이나 부호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 기업이 불법 탈세로 축적하는 돈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더 나아가 엄청난 규모의 탈세와 관련한 불법행위는 일반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기폭제가 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실제 서울시의 세금체납 규모는 2006년 4,319억 원에서 올해 9,934억 원으로 늘었다. 10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검찰에 접수된 조세포탈 범죄는 2012년 1만2,890건에서 2014년 1만3,986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불법 탈세나 체납이다.

미래 기업경영의 최대 화두는 윤리경영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현대사회 특성을 ‘위험사회(risk society)’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위험은 예측하기 어렵고, 불안감을 낳지만 직접 감지되지 않는 위험이다. 이런 위험은 어느 순간 모든 것을 파멸시킬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도 경제난에 따른 집단해고, 높은 실업률, 환경오염,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불안감이 커지면서 위험한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런 사회일수록 기업의 윤리경영에 대한 목소리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요구를 무시한 기업이나 경영자의 비윤리적 행위는 기업의 위험을 키우고, 자기 파멸의 길로 가게 되는 것이다. 작건 크건 내부에서 울리는 위험 경고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탈세 행위도 위험 경고의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나 헌법 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59조는 “법률로써 조세의 종목과 세율을 정한다.”라고 규정해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 납세의 의무는 국방의 의무와 함께 고전적 의무로 군주의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조세 징수로부터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려는 소극적인 성격에서 오늘날 주권자로서 국민 스스로가 국가 공동체의 재정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적극적 성격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의무는 개인이나 기업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개인과 기업이 자산에 대해 제대로 세금을 내기만 한다면 복지 등 각종 부의 분배를 구현할 자본이 되며 민주주의 위기를 타파할 시발점이 된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27조 5항은 “탈루액이 5억 원이 넘는 조세포탈범이나 회사는 유죄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2년간 정부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세탈루를 막기 위한 이런 장치들이 정확하고 엄격하게 운용되어야 하며,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와 국회가 국민의 땀과 피로 만들어지는 세금을 제대로 집행하다면 조세정의 실현은 앞당겨질 것으로 본다. << 한국세무사회 기고문 >>

 

 

권은이 기자  bbskwon@bbsi.co.kr

<저작권자 © BBS불교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권은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이 기사가 마음에 드세요?
0
0
이 기사를 공유하실래요? KakaoStory Facebook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