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대한불교진흥원 간부 합동수련회 참가기

불교방송-대한불교진흥원 간부 합동수련회 참가기

김봉래(불교방송 선임기자, 불교사회인의 책임 실천운동 TF팀장)

오랜만에 찾은 괴산 다보수련원. 예전에 10여년 전 국제포교사 회장을 역임할 당시 국제포교사 연수를 했었고 대한불교진흥원이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심청정 국토청정’ 청정운동을 할 때 참여한 뒤로 오랜 세월이 흘렀다. 서울 마포 본사에서 버스로 2시간 40분. 대략 3시간 정도를 예상했는데 서울을 빠져 나가는데 30분은 족히 걸렸으니 2시간 좀 넘게 걸린 셈이라서 생각보다는 멀지 않은 느낌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간부들도 국토의 중간이라서 그런지 그리 멀지 않았다는 반응이었다.

불교방송이 첫 전파를 발사한지 만 26년이 더 지난 시점에서 처음으로 대한불교진흥원과 합동으로 간부수련회를 가진 것부터가 설레는 일이었다. 불교방송 탄생의 주역은 조계종을 비롯한 종단과 대한불교진흥원. 그래서 종단은 아버지요 진흥원은 어머니라 할 수 있는데, 진작부터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 내려왔다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제라도 시작됐으니 다들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는 듯해 보였다.

늦은 오후 도착해서 본 다보수련원은 말끔히 새로 단장하고 건물 몇 개가 추가로 들어선 데다 조경까지 새로 이뤄져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새소리 물소리가 먼저 반겨줬다. 그러고 보니 주차장이 있던 부지에는 자그마한 연못이 들어서 물고기가 노닐고, 법당 앞 마당에 이르기까지는 오솔길과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빼곡해 마치 작은 동산 같았다. 오솔길로 걸어 올라가니 다른 절 같으면 탑이 들어설 법한 마당 한 가운데에는 푸르른 나무들과 몇몇 빠알간 단풍나무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너른 공간이 아니어서 좀 답답해 보이기도 했지만 푸르름을 간직한 나무들로 조경을 한 것이라서 이색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수련원에 막상 들어설 때부터 웬지 답답한 것 같던 마음은 계단을 이용해 큰법당까지 올라가 보니 말끔히 사라졌다. 큰법당(대웅전의 우리말 명칭) 앞 뜰에서 바라보니 먼발치 알맞은 눈높이에 여러 봉우리들이 여럿 들어왔다. 네 개쯤 보였던 것 같다. 전면에 펼쳐진 푸르른 파노라마에 어느 덧 눈도 편안해지고 마음도 따라 시원해졌다. 특히 큰법당을 중심으로 좌우에 좌청룡 우백호가 수련원을 감싸고 있어 참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새로 축조된 건물들이 좌우 산 날개를 인접해 좌우로 배치돼 경관과 어우러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큰법당에서 내려다 볼 때 오른쪽의 리모델링된 건물은 ‘이언재(離言齋)’로 명명되었다. 말을 떠난 곳이라... 현판을 대한불교진흥원 이사를 지낸 배명인 전 법무부 장관이 썼다는데 참 귀한 글씨체였다. 떠날리(離)자가 산 모양을 닮아 다들 인상 깊게 보는 듯했다. 묵언(默言) 수련프로그램으로 불교적 선비상을 지향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아래 대중수련동은 ‘여럿공부집’으로 명명되었는데, 고승대덕 스님과 불교학자, 명상전문가 등의 대중강연이 가능한 의언(依言) 프로그램으로 ‘대화와 토론의 품격과 논리’ 수련을 지향하는 공간이라 한다. 간부들 사이에 대승기신론에 의언진여와 이언진여가 나오는데 그러한 진여실상을 표현한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걸 보면서 공부 좀 했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언재 뒤편에 새로 너와집 지붕의 자그만 건물 한 동이 새로 들어섰는데 VIP들이 머물 수 있는 곳으로 안성마춤 같았다. 또 큰법당에서 앞쪽을 바라볼 때 왼쪽에 또 하나의 대중수련동인 ‘창작생활동’은 중.장기의 창작생활동으로서 활용 가능하도록 마련되었다고 한다.

법당 주련은 멋들어진 한글 서예 작품을 많이 남겼던 석주큰스님의 글씨여서 그런지 더욱 반가웠다. 늘 2등에 만족했다던 석주큰스님의 글씨는 스님의 순진무구한 인격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것 같았다.

“ 나의 진면목은 맑고 고요해

본래는 나고 죽음이 없건만

중생이 스스로 지은 업보로

생사지옥 만들어 윤회하니

큰 안락 주시는 우리 부처님

여기에 해탈의 길 여시었네 ”

큰법당에서는 깜짝 놀랄 일이 있었다. 불교방송 개국 초기부터 3층 법당을 지켜왔던 불상(석가모니불)을 발견한 것이다. 신진욱 사무국장의 설명을 들으며 눈에 익은 그 옛 부처님을 유심히 보았다. 언젠가 본사 사옥이 생길 때 이운해 다시 모시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불교방송 초창기 역사를 함께 했던 이 불상은 개국 이튿날 새벽 괴한으로부터 훼손을 당해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던 그 불상이다. 유리 안에 모셔져 있던 불상이 거꾸로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처참한 모습이라니... 개금을 새로 하고 다시 여법하게 모셨다가 3층 법당을 리모델링하면서 이곳으로 이운해 모셨다고 한다. 모든 게 인연이라지만 이제야 제대로 뵙고 인사드리게 되다니 그 동안의 소홀함에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수련회 입재식을 마친 뒤에는 신진욱 국장의 명상 강의와 더불어 실제 수련이 있었다. 평일 시간을 내서 이렇게 고즈넉한 산사 분위기를 맛보고 명상까지 하게 되니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힐링이 저절로 된 것 같다. 좋은 인연들이 모일 때 좋은 일이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가슴에 새겨졌다. 명상을 한 뒤에 내려와 이언재에서 맛보는 저녁 공양. 갖가지 산나물과 국이 동참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주 건강식이 되었다.

저녁 특강 시간에는 선상신 사장의 열띤 강의가 50분 가량 진행됐다. 본사와 지방사간의 협력을 주제로 한 강의는 불교방송의 본래 사명과 조직적 특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이 됐다. 그리고 진행된 단합대회는 두 기관의 간부들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며 친교를 나누는 시간이 됐다. 이러 저러한 세심한 준비와 배려를 해준 진흥원측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밤늦게 일정을 마치고 취침시간. 새로 리모델링한 탓에 조금 냄새가 나긴 했지만 따듯한 온돌에서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이른 새벽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명상을 하고 나니 한결 몸과 마음이 가뿐해진 느낌이었다. 신진욱 국장의 지도아래 명상을 더 하고 아침공양을 하는 것으로 수련원의 일정은 끝이 났다.

기자는 잠시 짬을 내어 수련원 시설을 돌아볼 수 있었다. 도착한 날 처음 이언재에서 대한불교진흥원 설립자인 대원 장경호 거사님의 존상을 뵙고 목례를 드렸었다. 크나 큰 원력 덕분에 오늘날 불교방송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늘 출근 때마다 다보빌딩 1층에 계신 거사님 존상에도 인사를 드리지만 이렇게 새로운 모습을 뵙게 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하는 다짐을 해 보았다. 존상 맨 아래쪽 기단이나 시설에 일부 변색된 부분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깨끗이 청소하여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이언재 지하의 방도 아직까지 완벽하게 정비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 곳의 습기 문제는 동절기 동파에 대비해 모든 시설을 몇 개월 간 사용을 중지하면서 일부 환기 문제로 생겼다 하나 올 3월을 전후해 공조기와 난방을 적정하게 운영하고 있어 냄새가 좀 있을 뿐 습기문제는 완전히 개선된 듯했다. 일부 도배한 곳이나 미장한 곳에 금이 간 곳이 있었으나 건물 자체의 균열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기자가 숙소로 이용한 대중수련동 여럿공부집도 별 문제가 없었다. 1층의 H빔 도포 등 마무리 작업의 필요성이 있는 공간은 원래 설계 시에는 건축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공간으로 건축허가와는 관계가 없어 주차장이나 다른 목적으로 쓰기 위해 잠시 미장을 보류해 둔 곳으로 잠시 H빔 등이 드러날 수 있다고 한다. 이 건물은 콘크리트 옹벽, 석축 등 3중 지지로 된 건물로 음지에 자리한 탓에 상당기간 사용하지 않고 눈이나 비를 피하기 위해 문을 닫아 놨으나 깔끔히 정리가 되어 문제가 될 게 없어 보였다. 건물이 무너지거나 할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 그리고 창작생활동도 맨 아래 공간이 다른 사물을 보관할 수 있는 광처럼 사용될 수 있는 공간이었고, 이 부분이 마치 무너질 것 같은 우려를 자아냈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볼 때 수련원 건물은 ‘다양성 속의 조화’와 ‘전통과 현대의 결합’을 통한 불교미학적 아름다움의 구현과 수준 높은 교양 공부처의 실현이라는 목적을 이루기에 부족함이 없고, 다중보다는 소수정예가 수련할 수 있도록 특화된 수련도량으로 면모를 일신한 것 같다. 특히 이언재의 2,3층 처마의 차별성이라든가 창착생활동 및 여럿공부집 지붕의 격차두기 등은 톡특한 디자인으로 보였다.

대한불교진흥원 관계자에 따르면 2014년 10월 증개축 공사에 대한 구조안전진단을 받아 수련동, 대중수련관, 창작생활동 등 시설이 모두 안전하고 그에 따라 2015년 3월 군청으로부터 준공검사 합격과 사용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는 콘크리트 압축강도, 철근 배근, 철골조 기둥 및 지붕트러스 부재, 기둥과 벽체, 보, 슬래드 부재 등이 모두 안전하며 구조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준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증.개축 공사의 계기는 1993년 개원 이후 본격적인 보수공사가 없어 전체가 노후화되었고 기업연수원 같은 곳으로 이용되기에는 수준 높은 시설이 되지 못했으며, 수도권에서 접근하기가 힘들어 사용빈도도 낮아 2012년 12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본격적인 보수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2013년 봄부터 2014년 10월 현판식 때까지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불가피하게 프로그램 운용이 중단됐고 이후 간헐적으로 시험 운용이 몇 차례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 불교방송과 대한불교진흥원 합동 간부수련회도 그러한 시험 운용의 하나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어쨌든 건물 전반에 대한 보수와 주변 산지정리 등 새로운 출발을 위한 검토와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재개원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한다.

진흥원 간부와 직원들의 배려 속에 1박 2일의 수련회는 원만히 회향되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근처 속리산국립공원 화양동 계곡 산길을 1시간 정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걸었다. 중간에 채운암도 들러 참배하였다. 전날에 온 비로 깨끗한 경관과 맑은 날씨에 바람까지 솔솔 불어 더없이 좋은 여정이었다. 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진흥원 간부들과 인사를 나눈 뒤 서울로 올라왔다.

앞으로 이같은 좋은 기회를 일반 직원들에게도 주고, 특히 불교방송을 이끼는 만공회 회원을 비롯한 여러분들께도 드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불교방송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함께 할 모든 분들, 모든 인연에 감사하고 공덕을 회향할 수 있는 참 좋은 공간이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원력을 모아 불사를 성취해 나가기를 기원드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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