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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원님~, 한달 전으로 되돌아갈까요?"
김호준 기자 | 승인 2016.05.12 18:03

 

한달 전 이 맘때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4년마다 돌아오는 정계의 경력.신입사원 모집입니다. 내노라하는 중진들은 물론 20대 청년들까지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유권자의 선택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하고자 힘을 쏟습니다. 그 과정이나 방법은 천차만별입니다만 그들에게 공통점은 한가지 있습니다. 선거기간 중에는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공손하고 예의바른 사람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갓난애기에게 덕담을 건네고 이제는 눈에 거의 안띄는 폴더폰처럼 허리를 접어 아무에게나 무턱대고 인사를 합니다. 이들의 행위에 진심이 담겼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이들을 대하는 유권자의 마음은 어느 정도 너그러워진다는 것입니다. 평소 근엄해 보이던 의원이나 후보자가 미소를 띄며 건네는 부드러운 말 한마디와 악수에 표를 맞바꿔주는 유권자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지난 4일 국회 지하 1층 정각선원에서 매달 열리는 정기법회를 마치고 국회직원불교신도회 회원들과 엘레베이터를 타고 식당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가던 길이었습니다. 엘레베이터는 탑승객들로 만원인 상태였지만 다행히 탑승인원 초과를 알리는 벨은 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층에서 문이 열리고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야당 중진 P의원이었습니다. 빼곡히 들어찬 엘레베이터 안으로 성큼 들어서자마자 문을 닫을 수 없다는 벨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졌습니다. 그래도 P의원은 문쪽으로 돌아선 뒤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들어설 때 당당하던 표정도 변함없었습니다. 그러자 엘레베이터 안은 그 순간 벨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에 빠졌고, 그 1~2초가 길게 느껴졌습니다. 같은 경우라면 사회에서는 "나중에 탄 사람이 내리세요"라는 말이나 눈치를 줄 법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두 세명이 아차 싶었던지 부리나케 내렸습니다. 2급 이사관을 포함한 국회 직원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정리되자 엘레베이터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문을 닫았고, P의원 또한 무슨 일 있었냐는 듯 근엄한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국회의원이 받는 특혜 중에는 엘레베이터 우선권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옆에 서 있던 여당 부대변인이 혀를 찼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P의원은 한달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선거운동 기간에 보여준 그 의원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공손한 자세로 사진을 찍었고, 시장 노점상 할머니 앞에 쪼그리고 앉아 두 손으로 할머니의 손을 감싸쥔 자상한 모습이었습니다. 사회 규범과 상식에 어긋나지 않을 바른 사람으로 비춰졌습니다. 엘레베이터에서 중량이 초과될 때는 맨 나중에 탄 사람이 내려야 한다는 사회 규칙을 지키지 않으리라곤 꿈꾸지도 않았습니다. 지난 2014년 2월11일에는 중국 후베이성 링슈중위안 빌딩에서는 정원초과 경고벨이 울렸지만, 아무도 양보하지 않아 그대로 출발한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자신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4.13 총선이 끝난 뒤 국회가 개원되기 전 대다수 언론에서 당선인을 상대로 인터뷰를 갖습니다. 당선인들의 뻔한 대답 중 하나가 "초심을 잃지 않겠다"입니다. 초심은 시작할 때 마음이 겸손하고 순수해 보이고 개인적 욕심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뜻으로 널리 사용되는 말입니다. 기자가 만나본 당선인들 중에는 당선된 이후에도 자신의 모습이나 자세는 변하지 않고 앞으로도 그대로일 것이라고 자신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처음에 품었던 마음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궁금해집니다.

김호준 기자  5kj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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