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만난 동경의 한 사찰 주지 스님은 50살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출가를 했다.

동국대에서 인도철학을 전공한 필자에게 일본불교는 경외의 존재이면서 동시에 폄훼의 대상이었다.

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일본 불교학을 가리킨다. 대학시절 초기불교부터 중국 선종사까지 일본 불교학자들이 저술한 책으로 공부를 했기에 불교학에 있어서 일본은 늘 묵직한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이에 반해 수행 보다는 의식이 앞서고, 때로는 장례불교라는 비난을 받는 일본 불교의 현 주소는 일본 불교학과는 늘 상반된 이미지로 다가왔다.

물론 일본불교는 세계에 선을 Zen으로 각인 시키며, 선을 세계화 시켰다. 그러나 정작 일본 불교에서 선종은 주류 종파가 아니다. 조동종, 임제종이 있지만 진언종, 정토종에 비하면 사찰 수와 신자 수, 교세에서 확연히 뒤진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국에 최초로 좌선을 전한 스즈키 순류 스님과 조동종에 대해, 최근까지 ‘국내에서 주류가 아니기에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아닌가?’ 하고 좁은 소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일본 취재를 많이 했지만, 대부분 진언종, 정토종의 사찰만 방문하고 접했기 때문에 이러한 편견은 더욱 마음 속에 깊이 자리하게 됐다.

그러나 얼마 전 봉암사 세계명상마을 건립을 위한 수좌복지회의 선 건축 답사를 위해 일본을 다녀오면서, 기존의 생각들이 많이 바뀌게 됐다. 일본 조동종 대본산 영평사를 직접 방문해 보니, 일본 선의 전통과 뿌리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실감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료안지 선 정원을 실제로 접한 결과, 일본문화가 선의 정신과 함께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일본불교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초 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한 일본에서 일본불교는 저 출산 고령화라는 마이너스 시대의 파고를 선두에서 맞이하고 있다.

조동종 대본산 영평사를 방문했을 때, 수좌복지회 일행을 안내한 일본스님은 35살에 불가에 갓 입문한 스님이었다. 우리나라처럼 군복무가 의무가 아닌 일본에서 35살은 고령출가에 속한다. 출가 전 오페라 가수였다고 하는 스님은 뒤늦게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불가에 입문했다고 말했다.

동경의 한 도심사찰에서 만난 주지스님은 현재 57세인데, 50살에 출가를 했다고 한다. 출가 전까지 고등학교 과학교사였던 스님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가업을 잇고자 출가를 한 것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 째 이어온 절을 누군가는 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뉴스를 통해 일본불교의 경우 스님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보도는 많이 접했지만, 단편적이기는 하나 실제로 일본에서 이러한 사례를 접하니 그 느낌과 소회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인구절벽 앞에 일본불교의 현실과 미래는 어둡다. 그러나 일본불교는 그나마 대처승 제도와 가업승계의 전통이 남아 있어 저 출산과 고령화의 파고를 힘겹게라도 넘고 있는 것이다.

예전 우리나라 일각에서는 ‘일본이 한국의 미래다.’라는 자조 섞인 의견이 많았다.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의 과정을 밟고, 또 그 정점에서 마이너스 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부분에 있어서 일본의 현재가 꼭 한국의 미래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참고하고 대비할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불교에 있어서는 일본불교의 현실이 한국불교의 미래가 될 요지는 다분하다. 독신 출가승이 다수인 한국불교는 저 출산과 고령화라는 파고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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