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남자 서초동에서 뜨겁다. 자그마치 120억원대의 주식 대박을 쳐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분노케 한, 하나 더하자면 배도 아프게 만든 진경준 검사장이다. 술자리에서는 '왜 나는 김정주(넥슨 회장)같은 친구가 정녕 없단 말인가', 농담인듯 농담 아닌 탄식이 들린다.

검찰 기자실도 후끈하다. 연일 단독기사가 쏟아졌고, 진 검사장에 대한 의혹은 눈덩이마냥 커져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제 공은 서울중앙지검으로 넘어왔다. 앞서 한 시민단체는 진 검사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난감하다. 설사 뇌물죄를 적용한다 해도 진 검사장이 주식을 매입한 2005년에는 공소시효가 10년이었기 때문이다.(2007년 법 개정 이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죄의 공소시효는 15년으로 늘었다.) 그렇다고 '혐의없음'으로 종결시키자니,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는 고질병이란 비판이 쏟아질게 뻔하다.

검찰 내부에선 '선배'이자 '후배', '동기'인 진 검사장의 문제가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눈치지만, 공직자로서는 부적절했다는게 대체적 평가다. 서울중앙지검 모 부장검사는 진 검사장의 처신에 대해 한 마디로 일갈했다.

"전 주식 안합니다. 할 시간이 있나요? 더군다나 (서울)중앙지검 금조부장(금융조세조사2부장)을 한 분이...직접적인 게 없었다 해도 부적절하죠."

진 검사장은 특정 기업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상태로 금융수사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을 지냈다.

뿐만 아니라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매입하기 직전 파견근무 했던 금융정보분석원(FIU)도 기업가 입장에선 상당히 매력적인 곳이다. 기획재정부가 국내, 국제적으로 이뤄지는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2001년 만든 이 곳은 불법자금 세탁을 적발해 법집행기관에 제공하는 국내 유일한 국가 기관이다.

서울중앙지검의 모 특수부장은 자신이 후배 검사들에게 하는 조언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견해를 에둘렀다.
"전 가급적이면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합니다. 검사는, 특히 특수부 검사는 언제, 어떤 사람 또는 기업을 수사하게 될 지 모르는데 아는 사람이 많으면 제약이 되지 않겠습니까? 외로운 길이에요."

'외로운 길'을 선택한 검사들은 신임 검사 임용식 때 '검사 선서'를 한다. 선서문에는 앞으로 어떤 검사가 될 것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듯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진 검사장이 용기있고, 따뜻하고, 공평한 검사였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스스로에 더 엄격한'이라는 잣대에는 어긋났다.

검사(檢事)는 칼(劍)을 지닌 자다. 칼은 유용하게 쓰일 때가 많지만 누군가를 찌를 수도, 벨 수도, 죽일 수도 있다. 그래서 '쓰는 사람'이 중요하다.

칼을 가진 자들에겐 갖은 유혹이 따른다. 흔들림이 없으려면 스스로에 대한 검열이 끊임없이 필요하다. 그것이 검사의 숙명이자 또 의무다. 칼을 필요한 곳에 '잘' 써야 하고, 도려내야 할 부분을 덮어서도 아니된다.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는 검사는 진 검사장으로 끝내야 할 것이다. 잊을 만 하면 터지는 몇몇 검사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검찰 조직에 먹물을 끼얹는다. 조직의 사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작 꽃잎 흐드러졌다 지는 줄도 모르고 일하는 검사들이 대부분인데 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것을 나의 명예을 걸고 굳게 다짐한다'는 신임검사들의 다짐을 곱씹으며, 초심(初心)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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