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사업을 하는 한 선배를 만나 모처럼 식사를 함께 했다. 이 선배는 신문사에서 한창 잘 나가던 40대 초반에 돌연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10년전 귀국해 지금은 주요 기업들의 경영 실태를 분석하고 기업 문화를 연구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어느덧 50대 후반에 접어든 선배와 50줄을 바라보는 필자는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의 위기 상황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결론은 한국의 중년 남성들이 너무나 외롭고 불쌍하다는 것이었다.

중년 남성들의 위기는 외형적인 변화와 함께 시작된다. 40대 중반을 넘으면서 배가 나오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머리숱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조직내에서는 중간 관리자로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한 압박에 시달리고 아랫 사람들에게는 앞뒤가 꽉 막힌 상사로 낙인이 찍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고령의 부모님을 챙겨야하고 성장한 자녀들의 양육 부담도 날로 커져만 간다.

그렇다면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중년 남성들은 어떻게 해야 밝은 미래를 설계하고 희망을 꿈꾸는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 ? 필자가 만난 언론사 출신 선배는 무엇보다 현재 자신이 처한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매일 아침 노구를 이끌고 일터에 나가는 일이 힘들어도 이를 즐기라는 것이다.

40년 가까이 한 회사를 다녀 최고 경영자 자리까지 오른 한 기업인은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직장 생활을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늘 이렇게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웠다고 한다. “나는 돈까지 받아가면서 매일 놀이터에 놀기 위해 나가니 얼마나 행복한가 ?” 그리고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과 일터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가늘고 길게 간다는 생각으로 버텨야 한다고도 했다.

둘째는 젊은 시절에 추구했던 세속적인 욕망과 자아실현의 의지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와 명성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재미를 느끼는 일을 찾아야 하고 작고 소박하지만 내가 원하는 생업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들은 남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살아왔고 앞으로는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이는 ‘남들 사는 것만큼은 살아야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위의 두가지 조언을 가만히 뜯어보면 상충되는 부분이 발견된다. 힘든 현실을 버텨내라는 주문과 욕심을 버리고 자기만의 꿈을 펼치라는 이야기는 서로 충돌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두가지 조언 모두에서 마음의 해방을 통해 자신을 옥죄고 있는 현실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해 눈을 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는 ‘아재 개그’라는 말이 있다. 아재 개그는 썰렁하고 재미없을 때도 있지만 고단하고 힘든 우리 중년 남성들의 소박한 몸부림이자 삶의 애환이 담긴 메시지로 봐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열심히 사는 우리 중년 아재들을 팍팍 밀어주기 바란다.(끝으로 아재 개그 하나...낭떠러지에서 밀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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