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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成리스트' 홍준표 공판 '금도(襟度)와 검도(檢道)' 그리고 '정도(正道)'
박준상 기자 | 승인 2016.03.06 22:33
홍준표 경남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법정 태도가 논란이 된 것은 첫 재판부터였다. 본인의 말마따나 ‘참소당하는’ 그런 답답한 심정이었기 때문일까. 포토라인에 서서 “성실히 재판 받겠다”는 교과서적인 답변 대신 “(돈 받았냐는)불쾌한 질문하지마세요”라고 노기를 드러내고, 검사를 향해 호통을 치는 한편 법정 안에서는 뭔가를 우물거리는 모습이 포착돼 ‘껌을 씹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태도 논란이 커지자 홍 지사는 SNS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검찰에 적극 대응하는 이유는 20여 년 전 선거법위반 재정신청사건 당시처럼 또다시 팻감으로 이용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또 법정에서 씹은 것이 껌 형태의 금연보조제라고 설명했다. 물론 ‘기능성 껌의 법정 허용 여부’가 여전히 쟁점으로 남았지만 이것을 논외로 하더라도 홍 지사의 행보가 여타 피고인들과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매 재판마다 그의 ‘워딩’만 주목되고 있는 현 상황이다. 홍 지사가 법원에 뜨고 나면 온갖 레토릭이 동원된 그의 말만 남는다. 같이 리스트에 올라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라고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홍 지사는 “증거가 사실이면 감옥에 가겠다”라거나 “검찰이 경남기업의 비자금 장부를 없애고, 증인들의 통화기록 등 증거를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홍 지사의 거듭된 석명요구에 검찰이 언론플레이가 심하다면서 ‘금도(襟度)를 넘었다’고 반박하자 홍 지사 측은 오히려 검찰이 피고인을 협박하고 있다면서 검도(檢道)를 지키라고 비판했다. 결국 세 번째 공판에서는 참다못한 재판부가 나서 “사건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말’이 가십거리로 부각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홍 지사와 검사 양측에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같은 홍 지사의 과격한 액션 뒷면에는 그가 판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혐의 자체를 놓고 다투기보다 검찰의 수사 정당성 때리기에 몰두하면서 재판 구도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번의 공판을 거치는 동안 홍 지사가 ‘호텔수사’나 ‘불법 증거 수집’ 등 수사 적법성을 따지면 검찰이 거기에 대한 해명을 덧붙이면서 대부분의 재판 시간을 흘려보냈다. 검찰이 반년의 공판준비기간 동안 증거들을 어떻게 다룰 건지 논의가 끝나지 않았냐고 아무리 항변해도 홍 지사 측의 잔뜩 날을 세운 공방이 가열되면서 이슈 또한 모조리 그쪽으로 빨려들어 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일의 근본이 되는 줄기는 잊고 사소한 부분이 마치 중요한 것처럼 오도되는 것을 ‘본말전도’라고 한다. 국민들이 알고 싶은 것은 ‘성완종 리스트’의 진실이다. ‘참소’당한 본인은 물론 억울한 심경이겠지만, 억울하면 억울한 대로 사건의 경위와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성실히 재판에 임하는 것이 ‘정도(正道)’라는 생각이 든다.  

  또 검찰도 가만히 있을 것 같진 않다. 첫 공판에서 단체로 법복을 차려입고 잔뜩 예를 갖춘 모습을 보였던 3인의 검찰 중 한 명은 최근 공판에 나와선 작심한 듯 법복을 벗고 적극적인 신문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검찰 일각에서는 법정에서 보여준 홍 지사의 공격적인 모습에 오죽했으면 그러겠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부디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시도, 그 앞에는 어떤 장애물도 없길 바란다. 홍 지사의 다음 공판은 오는 18일이다.

박준상 기자  amuron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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