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만 연간 500건 내외…하루에 1.5건 발생

일명 ‘데이트 폭력’이라고 불리는 '연인간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연인간 폭력'은 부부가 아닌 연인 사이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그동안 ‘개인사’나 ‘사랑싸움’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부부 사이 폭력 행위는 ‘가정폭력’으로 규정하고 엄격히 처벌하는 반면, '연인간 폭력'은 법적 개념을 정의하고 규제하지 않아 살인, 성폭행, 상해 등 유형별로 처벌해왔습니다. 최근 사회적 문제도 대두되고 있는 '연인간 폭력'의 실태와 원인, 그리고 대책은 없는지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사례1. 지난 2월 3일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서 39살 A씨가 헤어진 여자친구 집에 몰래 들어가, 옷장과 벽 사이 틈새에 숨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A씨는 여자친구가 만나주지 않자, 이삿짐센터에 전화해 자신의 집 문이 잠겼다고 거짓말한 뒤 사다리차를 불러 여자친구의 집 6층 창문으로 침입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그동안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협박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례2. 연인간 폭력은 20~30대 연인 사이에서만 일어나거나 여성만 당하는 일이 아닙니다. 지난 2월 12일에는 61살 B씨가 이별을 요구하는 연인에게 협박 문자 메시지와 흉기 사진 등을 4개월 동안 1천 600여 차례 보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례3. 한편, 지난 2월 11일에는 헤어진 남자친구가 만나주지 않자 협박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집으로 찾아가 주방에 있던 흉기로 옷을 자르는 등 난동을 부린 25살 여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2011~2015 연인간 폭력 현황 ⓒ 박세라 기자

최근 5년 동안 연인에게 폭행을 당한 사람은 3만 6천 362명입니다. 연간 7천 2백여 명, 하루 평균 20명이 연인간 폭력에 시달리는 셈입니다. 이 중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도 연간 50명이 넘습니다. 

최근 5년간 부산서 발생한 연인간 폭력 현황 ⓒ 박세라 기자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부산에서 발생한 연인간 폭력은 모두 2천 689건으로, 매년 500여 건이 발생합니다. 지난 2015년 연인간 폭력 중 폭행은 175건으로, 2011년보다 31.6% 증가했습니다. 살인 사건도 연평균 9건이 발생합니다. 강간과 강제 추행은 연평균 36건으로, 열흘에 한 번 꼴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이 결코 사소하거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대부분의 가해자는 만남을 요구하는 협박문자나 전화가 구애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범죄행위라고 인식하지 못 한다는 것입니다. 

배은하 부산여성의전화 성·가정폭력상담센터장은 “데이트 폭력이 추후 가정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가정폭력이 아동학대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이를 직접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스토킹방지법과 같은 법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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