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구 국회의원 246명 가운데 여야를 통틀어 '재당선을 위한 발품'을 가장 적게 파는 사람을 꼽는다면 아마도 대구 수성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새누리당의 이한구 의원이 1.2위를 다투지 않을까 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서울에만 머물면서 대구의 행사장에는 거의 얼굴을 보이지 않는 의원으로 아주 정평이 나 있기 때문입니다. '표 챙기는' 발품팔이를 아예 제쳐뒀다고 해도 무방할 듯 합니다..(중략)..사실 이한구 의원은 지난해 5월까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1년간 맡았고, 요즘은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끌고 있을만큼 '지역구 바깥'에서 누구보다 많은 발품을 팔고 있습니다...(BBS여의도통신 “지역구 잘 안챙기는 의원을 위한 변명”/이현구 2014.11.16)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당시 유승민 의원 발언으로 보도된 멘트입니다. 이 ‘폭탄성' 발언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원조 친박에다 그때까지도 최측근으로 분류된 인물이 던진 말이었기 때문이고요, 불과 몇 달 전 디도스 사태로 인한 당의 위기상황에서 몸소 앞장서 최고위원직을 내놓으며 박근혜 비대위 출범에 문을 연 사람도 바로 그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날의 기사로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위원장과 ‘공식적’으로 멀어졌습니다. 친박계 어느 누구도 ‘직언 같은 직언’을 하지 못하는 여당 분위기에서 유 의원이 본격적으로 ‘야당같은 친박’의 길을 자처한 시점이기도 했습니다...(BBS여의도통신 “유승민 의원의 쓴소리가 떠오르는 시절”/이현구 2014.12.15)

1년도 더 지난 쑥스러운 글을 새삼 찾아서 발췌한 것은 요즘 시작된 ‘새누리당 공천 활극’ 관전에 혹여 도움이 될까 해서입니다. 위쪽에 언급된 이한구 의원은 극의 주인공인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입니다. 아래에 등장하는 유승민 의원도 이한구 위원장 못지 않게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있는 주연급입니다. 극 초반인 지금 이한구 위원장은 ‘칼’을 빼든 모습입니다. 악역을 자처했습니다. 시원찮은 국회의원들을 확 솎아내겠다며 큰 싸움판도 만들었습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방패’를 들었습니다. 대적하는 이들의 기량은 한 수 아래 같지만 몸을 한껏 낮추고 있습니다. 상대편 전체가 초점 타격을 가하고 있고 이따금 자객도 보내고 있어 막판에 살아남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활극에서 이한구, 유승민 두 주인공은 같은 편은 아니지만 서로가 대립하는 구도도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설정이 좀 무리해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정확히 어떨지 알 수 없을 뿐더러 도중에 어떤 변수가 극의 전개 방식을 바꿀지 모를 일이어서 상상력이 풍부한 여의도 관전자들 사이에서는 이한구의 칼끝이 유승민을 정면으로 겨눌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 공천 활극의 하이라이트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어느 현역 의원이 잘려나갈 것인가입니다. 아마도 위 칼럼의 내용을 참고한다면 이한구 위원장이 어떤 부류의 인물들을 향해 칼을 겨눌지 보다 분명해집니다. 오로지 ‘표를 위한 지역구 발품팔이’에 열중하느라 본연의 의정활동을 등한시한 의원들이 1순위로 해당될 것 같네요. 최근 이한구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한 발언 등을 종합해보면 퇴출돼야 할 ‘시원찮은 현역 의원’의 구체적인 모습도 그려집니다. 첫째 4년 내내 월급쟁이처럼 존재감이 없었던 의원, 둘째 단체 관광버스 쫒아다니는 국회의원, 셋째 입법,정책발의 제대로 하지 않은 의원, 넷째 국가 차원이 아니라 자기 지역 위주로만 예산을 심의한 의원 등이 아닐까요.

이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관전자들이 숨죽이며 지켜볼 포인트는 바로 유승민 의원의 생환 여부입니다. 국회법 파문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그는 이른바 '진박(眞朴)' 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위 칼럼에서 언급된 것처럼 당의 위기상황에서 가장 앞장서 최고위원직을 던져버리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문을 열었고, 결국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 시대의 서막을 연 것이란 훗날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어 19대 국회에서 3선에 성공한 이후에도 그는 국방위원장과 원내대표 등을 역임하며 경제 전문가이자 당내 정책통으로서 자못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청와대와 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키운 것이 결국 20대 총선 공천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올 상황이 됐지만요.

이한구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와 관련있는 질문에 일단 “유 의원은 저성과자나 비인기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 공천 활극’이 과연 이한구 위원장의 ‘깔끔한’ 칼사위로 전개될수 있을지는 두고봐야겠습니다. 우리가 4년마다 관전하는 정당의 공천 활극은 늘 계파별 이해관계가 뒤섞인 ‘막장 드라마’로 흘렀던 사실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이한구의 칼과 유승민의 방패가 직접 맞부딪히는 장면이 나온다면 아마도 ‘순간 시청률’만큼은 매우 높지 않을까 합니다/정치외교부 이현구 차장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