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해인사 백련암에서 만난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

우리나라 불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스님은 누구일까 ? 각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화쟁사상을 가르친 원효 스님,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선지식이자 가야산 호랑이로 불린 성철 스님, 무소유의 삶을 실천한 법정 스님 등이 주로 손꼽힌다.

하지만 오늘날 존경하는 스님의 맥이 끊겼다며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대인들에게 올바른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지혜의 가르침을 전하는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스님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존경할만한 스님이 사라져가는 배경에는 한국 불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확산도 한 몫했다고 볼 수 있다. 태고종의 내분과 폭력 사태, 종립대학인 동국대학교의 학내 갈등, 주요 사찰과 주지 자리 등을 둘러싼 다툼 등이 한국 불교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대외적인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존경할만한 원로나 어른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은 불교계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각 분야 어디든 나이든 원로들은 많지만 정작 존경할만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일보가 최근 문화예술계 인사 72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조사에서 “한국사회에 ‘큰 어른’이라고 할만한 인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존경할만한 어르신들을 왜 찾기가 어려워졌을까 ?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고 물질과 자본의 논리에 얽매이면서 우리의 소중한 정신적 가치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이 결국 큰 어른이 사라지는 사회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른답지 못한 행동으로 오히려 후배들의 걱정과 원망을 사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이른바 어른 없는 시대를 만들어낸 주범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가부장적인 어감을 풍기는 어른의 존재가 희미해지는 것은 개인주의가 득세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들에게 쓴소리를 내리고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어른을 찾기 힘들다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너진 정신적 가치를 바로 세우고 우리들에게 진정한 삶의 치유와 행복의 길을 제시하는 역할은 결국 종교계, 그리고 한국 불교가 맡아야할 몫이라는 지적이다. 이 시대의 참 어른, 정신적 지도자가 한국 불교계에서 나와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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