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막을 내린 ‘응답하라 1988’을 보면 정봉이네가 동네에서 가장 부유하게 산다.

정봉이는 대학에 6번이나 떨어졌으며 동네에서 가장 큰 형이지만 전자오락은 항상 1등을 해야 하고 과자 한 봉지에 목숨을 거는 참 특이한 캐릭터의 소유자이다.

실제 가족 중에 정봉이 같은 사람이 있다면 집안 분위기는 과연 어떨까?

그런데 정봉이 부모는 정봉이에 대해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는다. 대단한 부모라고 생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정봉이네 집은 처음부터 부자였던 게 아니다. 동네에서 가장 가난했는데 하루아침에 부자로 인생이 바뀌었다.

그런데 최대의 공로자가 바로 이 정봉이였다.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꾸준하게 구입한 복권이 1등에 당첨됐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인생역전이 이뤄진 것이다.

우리 사회에 정봉이와 같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지난해 우리나라 복권 판매량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정부통계를 보면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3조2천571억원으로 전년보다 6.8% 증가했다. 이는 3조2천984억원을 기록한 지난 2004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액수다.

로또 판매인 512명을 추가로 모집한 것이 판매량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물론 판매하는 곳이 늘면 판매량도 늘겠지만 지금 우리사회 분위기도 크게 일조하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장기불황으로 젊은 사람들은 취업이 되지 않는다.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아르바이트를 해도 학교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가 된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조차 구조조정의 공포에 시달린다. 물가는 계속 오르지만 주머니는 가벼워진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자식들 교육비에 부모 등골이 휜다.

노후준비는 생각도 못한다. 뭐하나 잘 된다는 얘기는 들어보기 힘들다. 결국 사람들이 눈을 돌리는 곳이 바로 복권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지금의 상황에서 탈출하기 어렵고 결론은 이 복권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복권은 술, 담배와 함께 대표적인 '불황 상품'이다. 경기가 나쁠수록 사람들은 복권을 많이 산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결말이 불행하다고 매스컴에서 떠든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불행해지더라도 당첨돼 봤으면 좋겠다’이다.

복권으로 몰리는 사회, 복권이 유일한 희망이 되어서는 분명 안 되겠지만 그만큼 지금 우리 사회 현실은 너무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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