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안대희 두 출마 회견을 보며...

 

서울 마포갑과 종로에 각각 총선 출마를 선언한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근래 보기 힘든 소란이 빚어졌다. 고성이 들리고, 눈물도 보였다. 안대희 전 대법관의 서울 마포갑 출마 기자회견에서다. 당내에서 험지 출마를 요구받던 안 전 대법관의 선택이 '마포갑'이라는 데 이 지역 강승규 예비후보(현 마포갑 당협위원장)와 지지자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안 전 대법관은 기자회견에서 "저로서도 어려운 입장이다. 다른 어디를 가나 미리 와서 있던 분들에게 저는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이지만, "정당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치면 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선방식은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강 예비후보는 안대희 전 대법관의 기자회견 도중 "나도 질문이 있다"고 했다. 안 전 대법관이 "반갑다. 따로 말씀하시자"고 제지해 공개된 자리에서 설전은 벌어지지 않았다.

 강 전 의원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18대 총선에서 마포갑 노웅래 의원을 상대로 당선된 사실을 거론하며 "마포갑이 험지냐", "노 의원을 꺾은 게 도깨비냐"고 했다. 한편으론 "저로서는 일반국민 대 당원 7:3의 경선원칙이 지켜진다면 '웰컴 안대희'"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종로 출마 의지를 꺾지 않았다. 어찌됐든 안대희 전 대법관이 애초 출마하려 한 부산 해운대에서 서울 강북권으로 출마지역을 변경했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오 전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험지 출마론은 이른감이 없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대 진영 후보의 배치 상황을 본 뒤 맞춤형 전략을 써야 한다며 지도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며 정치적 소신을 지켜온 그다.

 당으로서는 어느 한 쪽 인재는 쓸 수 없는 카드가 되어 버렸다. 이 지역 3선을 지낸 박진 전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민의 기대와 당의 요청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후보에게 한국정치의 요람, 정치 1번지 종로를 맡길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정치가 아무리 험하지만 인간적 의리가 더 중요한 거 아니냐"며 "허탈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김무성 대표는 그동안 '험지차출론'에 정성스레 물을 줬고, 드디어 이날 첫번째 열매를 열어 봤다. 기대했던 알맹이는 아니었다. '불협화음'과 '허무함'이라는 떫은 맛이었다. [정치외교부 이현용 기자]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