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네 집 가운데 한 집은 혼자 사는 가구라고 한다. 1인 가구는 30년전보다 무려 10배가 늘었고 10년 뒤에는 세 집 가운데 한 집이 혼자 사는 가구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TV에서도 ‘나 혼자 산다’와 같이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등장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젊은층의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인구 고령화로 인한 평균 수명 증가 등이 꼽히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우리 사회의 풍속도도 달라지게 만들고 있다. 혼자 가서 고기를 구워먹는 1인 음식점과 칸막이가 있는 1인 식당, 혼자 술을 마시는 이른바 ‘혼술집’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인간 관계에는 익숙하지만 실제로 만나서 밥 먹고 술 마실때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증가가 우리 사회에 어두운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달 중순에는 고시원에서 홀로 생활해온 29살 여성 황모 씨가 숨진 지 보름이 지나서야 시신으로 발견됐다. 언어 치료사로 일해온 황 씨는 고정 수입이 없어 평소 생활고에 시달려왔고 고시원에 1년 넘게 살았지만 주위와의 교류는 전혀 없었다. 최근에는 서울대생 한 명이 “생존을 결정짓는 것은 전두엽 색깔 즉,지적 능력이 아니라 수저 색깔,즉 부모의 재력”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옥탑방에서 투신했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6.6%가 우울장애를 앓고 있고, 특히 1인 가구일 경우에는 14.5%까지 늘어나 2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인 가구 시대의 이면에는 한창 꿈을 펼쳐야할 20대 청년들의 고단한 삶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지하방이나 옥탑방, 고시원에 혼자 살면서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는 20대 젊은이들을 우리 주위에서 너무나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른바 ‘화려한 싱글’로 불리는 고소득 전문직 1인 가구도 있지만 대다수 1인 가구는 ‘빈곤’과 ‘단절’로 고통받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혼자 사는 가구의 증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힘들어하는 1인 가구를 위해 과도한 마케팅 공세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독신자 공동주택, 이른바 셰어하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독신자들의 독립된 공간을 두면서도 식당과 주방, 소파가 있는 공동의 생활공간도 둬서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도록 한 것이다. 서울시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들이 펼치는 ‘마을 공동체’ 사업도 개개인의 삶의 문제를 서로 나누고 함께 해결하며 살아가는 주거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소통의 단절을 막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

화려한 싱글은 커녕 평범한 솔로조차 유지하기 힘든게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이다. 우울한 싱글족들이 새해에는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를 받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문화부장]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